뉴스

대규모 참사 부르는 구호체계…배급소 주변에서 발포 잇따라

3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자 인도주의 재단이 제공한 식량과 가방을 가자 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들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 3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자 인도주의 재단이 제공한 식량과 가방을 가자 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들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구호품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주민이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숨지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자 배급 방식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미국이 주도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 식량 배급소에 인파가 몰리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지난 1일에는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구호품 배급소 인근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31명이 숨지고 176명 이상이 다쳤다고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민방위대가 주장했습니다.

이스라엘군과 재단 측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지난 3일에도 가자지구 보건부는 라파의 배급소 인근에서 구호품 배급을 기다리던 주민 2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지난 8일간 구호품 배급소에서 살해된 이가 102명으로 늘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을 묻는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발포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발포 방향이 배급소에서 500m 떨어진 쪽이었다며 사망자 발생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용의자'가 진지로 위협적으로 접근해 오자 경고 사격을 했고, 그런데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곁으로 추가 사격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총격 사건은 많은 사람이 구호품을 받기 위해 잠재적인 전투 지역을 통과한다는, 가자인도주의재단 배급 방식의 결함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가자 주민들은 질서 있는 배급 방식이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한 커뮤니티 주방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기부된 음식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5-6명이 사흘 반 정도를 버틸 수 있는 구호품 상자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항상 상자 수보다 이를 받으려는 사람 수가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몰려든 주민이 서로 상자를 많이 집으려고 해 한 개도 받지 못한 사람도 있고, 구호품을 들고 가던 길에 도둑맞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자 중부의 배급소에서 구호품을 받으려던 주민 무타셈 사에드니(21)는 "무기를 든 사람들, 구호품을 받으려 싸우는 사람들,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등 모든 종류의 혼란이 있었다"면서 배급 현장을 '정글'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두 개 이상의 상자를 가져간 사람들은 상자를 한 개도 받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공격받았고, 아이들이 음식을 도둑맞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구호품 상자가 모두 사라지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집기를 부수고 구호품 상자가 있던 테이블까지 훔치기 시작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이어 "직원들은 개입하거나 상황을 통제하려고 하지 않고 한쪽에 서서 파괴를 지켜보고만 있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스라엘 정보장교 출신 마이클 밀슈타인은 이 같은 혼란이 구호품 배급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하마스 대원도 배급소에 들어가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혼란에는 기근으로 인한 가자지구 내의 절박한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배급 담당 재단은 주민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라파 배급소에 오전 5시 이전에 오는 것을 금지하며, 지도와 함께 지정된 경로를 따라갈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제한된 양의 구호품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은 정해진 시간보다 몇 시간 전부터 배급소로 향하고 있고, 지침을 제대로 알고 있는 주민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배급 규모도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재단 측은 가자 남부와 중부에 배급소 4곳을 설치해 210만 명 중 120만 명에게 식량을 공급할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 한 곳만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가자지구 내에 배급소 400곳을 운영하는 유엔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입니다.

이마저도 4일에는 보안 조처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구호품 배급이 중단될 예정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구호품 배급 중단 결정은 전날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사상자가 나온 데 따라 이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