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미국발 철의 장막'이 현실화했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으로 진입하려면 50% 고율 관세를 내야 하는 국내 철강 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수년간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중국산 저가 철강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요 시장에서 국내 철강 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잃은 데다, 건설 경기 침체로 국내 수요마저 쪼그라든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기 때문입니다.
주요 수출품인 철강·알루미늄 50% 관세 철폐는 당장 새 정부의 대미 통상 협상에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습니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오늘(4일) 통화에서 "미국 내에서 수입재를 써야만 하는 제조사나 수입업자들도 50% 관세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관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철강 50% 관세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새 정부의 협상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비중은 1위(13.06%)로, 일본(11.45%), 중국(9.95%), 인도(8.01%), 멕시코(7.55%)를 앞섰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철강 주요 수입 대상국 가운데 한국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캐나다(16%), 중국(15.4%), 멕시코(12.9%)에 이어 4위(6.2%)를 차지했습니다.
트럼프 2기는 이미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부터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품목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철강 수출은 곧바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13억 8천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수출 호조로 인한 기저효과로 올해 수출 감소 폭이 커졌지만, 같은 기간 미국을 제외한 대세계 철강 수출액이 2.6% 감소한 데 그친 것을 고려하면 미국발 관세 충격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 5월 대미 철강 수출은 20.6% 감소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철강 품목 관세가 25%로 부과됐을 때는 미국 내 유통 가격도 그만큼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해 관세를 감내하고서도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여지라도 있었다"며 "그러나 50% 관세는 미국으로의 수출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율 관세로 대미 수출 벽이 높아진 것은 향후에도 연쇄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미국 시장에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한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들의 공습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연합(EU) 등 기타 시장에서 연쇄적으로 무역장벽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