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오늘(4일) 대선 패배가 확정됨에 따라 3년 만에 정권을 내주며 사상 최악의 위기에 몰리게 됐습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애초 불리한 구도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반(反)이재명' 기치를 내걸고 막판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발판 삼아 정권 재창출을 노렸습니다.
그러나 이변은 없었습니다.
외부적 여건도 어려웠지만, 끊임없는 '자충수'로 패배를 사실상 자초했다는 점은 더욱 뼈아픈 대목입니다.
국민의힘은 대선 준비 과정에서 수많은 난맥상을 노출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선거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김문수 후보의 교체를 시도하다가 당원들의 반발로 실패한 '후보 교체 파동'이 대표적입니다.
전당대회를 통해 정당하게 선출된 김문수 후보를 선거일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외부 인사(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바꾸려다 무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은 이후에도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김 후보로 단일화하면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을 흡수해 역전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모습만 노출했다는 냉소적 반응도 나왔습니다.
결국 단일화는 불발됐고, 그 과정에서 단일화의 대가로 이준석 후보에 당권을 주기로 했다는 '거래설'까지 불거지면서 내부 갈등상만 노출한 꼴이 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과 어정쩡한 관계 설정도 참패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의힘은 4월 4일 파면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출당이나 제명 조치를 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은 공식 선거운동 엿새째인 지난달 17일 떠밀리듯 자진 탈당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이미 탈당했고 우리 당이 아니다"는 정도로 얼버무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윤 전 대통령은 '부정 선거' 영화를 관람하고 김 후보 지지를 표명하는 등 공개 활동에 나섰는데, 이는 오히려 당을 곤혹스럽게 했다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다가 '계엄 극복·내란 청산'을 내세운 민주당과의 명분 싸움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금지하는 등 당헌·당규를 고치고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사과했지만, 중도·부동층 표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당은 오히려 사분오열했습니다.
당 대표와 대선 후보를 지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경선 과정에 반발하며 탈당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를 설득하기 위해 특사단까지 보냈지만, 홍 전 시장은 끝내 자기 입으로 김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경선 경쟁자였던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은 채 선거운동 초반 '따로 유세'를 벌이면서 분열상을 드러냈습니다.
3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한 이후 극심한 혼란 속에 벌써 두 번째 비대위 체제인데, 대선 패배의 책임론 속에 다시 리더십 공백 상태로 빠져들 우려가 큽니다.
이후 당권 경쟁이 시작되면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계엄과 탄핵, 대선을 거치며 정치적 입지가 쪼그라들긴 했지만, 여전히 영남권을 지역적 기반 삼아 주류를 차지한 친윤(친윤석열)계에 맞서 친한(친한동훈)계가 대선 패배 책임론을 앞세워 당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계엄과 탄핵 등의 과정에서 번번이 정면충돌 양상을 빚으며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 상황에서 계파 대결이 본격화할 경우 당내 갈등 수위는 예측불허라는 전망입니다.
여기에 보수 진영의 재편을 노리는 외생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탈당한 홍 전 시장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끊임없이 주파수를 맞춰왔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밖에서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입니다.
개헌 저지선을 가까스로 확보한 소수 야당 처지에서 원내 투쟁 수단도 마땅치 않습니다.
입법부에 이어 행정부까지 장악한 거대 여권에 맞서야 할 제1야당이지만, 의석이 107석에 불과하다 보니 견제력을 갖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입니다.
임기 초반 각종 법안 등을 밀어붙일 민주당에 맞설 수단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나 장외 투쟁 정도입니다.
당 안팎에선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든 당세에 더해 '보수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당의 정체성'마저 무너지는 등 존립 기반 자체가 위태로워진 존재론적 위기를 근본적 문제로 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