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차세대 작가 채지민 씨는 평면 위에 3차원의 공간을 구성합니다. 선명한 색상과 익숙한 대상들이지만 낯선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이주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압도적인 벽 그리고 불타는 차 / 21일까지 / 갤러리 조은]
옥색 하늘 아래 연둣빛 잔디가 바닥에 깔려 있고 그 사이 거대한 푸른 벽이 들어섰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과 경계에 흰 풍력발전기 날개와 검은 자동차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하늘을 막아선 주황색 벽 앞에는 질주하던 검은 말이 멈추려는 듯 주춤합니다.
벽으로 구획된 화면 곳곳에 작가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대상들을 배치했습니다.
[채지민/작가 : 관계가 없는 것들을 조형성에 의거해서 화면에 계산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마치 어떤 이야기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애매한 그 상황을 만들고 관객들로 하여금 상상하게끔 하려고 합니다.]
직선위주로 구획된 면의 선명한 색상이나 무심한 듯 놓인 구성 요소들이 초현실적 공간의 차갑고 이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불타고 있는 자동차와 가만히 앉아 있는 갈색 말에게서도 아무런 온기나 열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화면에서 잘려나간 채 일부만 남았습니다.
주변에 있을 법한 대상들이지만 구성을 낯설게 하면서 그림 속 세계와 일정한 거리를 두도록 하는 겁니다.
[채지민/작가 : 관객을 너무 초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관객으로부터 너무 멀지도 않은, 일정한 거리에 두고 바라보는 작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치밀한 계산을 통해 완성됩니다.
그만큼 긴장감은 더 커집니다.
작가는 평면 위에 입체적인 3차원의 공간을 만들고, 그렇지만 그 안에 빠져들지 않은 채 전체를 조망하게 하는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안여진,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