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떨어져 있는 곳의 러시아 전략폭격기를 겨냥해 1일(현지시간) 감행된 우크라이나의 대담한 드론 공격은 1년 반 동안이나 정교하게 준비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드론으로 공격해 초음속 가변익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를 비롯한 40여 대의 러시아 군용기 약 70억 달러(약 9조7천억 원)어치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 BBC 방송과 유럽 뉴스전문방송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이번 작전은 준비에만 18개월이 걸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눈을 피해 소형 드론을 러시아로 보낸 후 화물 트럭으로 위장한 차량에 드론을 보관했습니다.
이후 드론을 수천㎞ 떨어진 최소 4곳의 별도 장소로 이동시킨 후 근처 러시아 공군기지를 겨냥해 원격 발사했습니다.
'거미집'으로 명명된 이 작전은 4개 기지를 겨냥했습니다.
러시아 서부 랴잔 인근 디아길레보 기지와 수도 모스크바와 가까운 이바노보 지역의 이바노보 기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의 벨라야 기지, 최북서단 도시인 무르만스크의 올레냐 기지입니다.
벨라야 기지는 최전선에서 약 4천㎞, 올레냐 기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2천㎞나 떨어져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관계자는 이 작전으로 4개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던 다양한 유형의 전략폭격기를 포함해 러시아 군용기 41대가 피해를 봤다고 전했습니다.
최근에 촬영된 위성 사진에서도 이들 4개 기지에는 Tu-95와 Tu-22, Tu-22M3, Tu-160, A-50 등 다양한 전략폭격기와 정찰기가 배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Tu-95, Tu-22, Tu-160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미사일로 공격할 때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폭격기입니다.
이 가운데 초음속 가변익 전략폭기인 Tu-160은 핵미사일도 탑재할 수 있는 기종입니다.
Tu-22M3는 순항미사일인 Kh-22와 Kh-32를 운반할 수 있으며, 비행 속도는 마하 4(음속의 4배) 이상입니다.
A-50은 정찰기로 방공 시스템과 유도 미사일을 감지하고 러시아 전투기의 목표물을 조정합니다.
피해 규모가 우크라이나의 주장만큼 큰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는 공군기지 5곳에 대한 공격이 있었지만 이르쿠츠크 등 2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공격은 격퇴했고 소수의 항공기만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인 군사전문가인 세르히 쿠잔은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어떤 군사 작전도 앞서 이런 일을 수행한 적이 없다"면서 역사적인 작전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들 전략폭격기는 우리를 상대로 장거리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모두 전부 120대뿐인데, 우리는 40대를 공격했다. 정말 엄청난 숫자"라고 말했습니다.
군사 블로거 올렉산드르 코발렌코도 폭격기와 지휘통제기가 파괴되지 않았더라도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라면서 Tu-95, Tu-22, Tu-160은 더 이상 러시아에서 생산되지 않는 기종으로 수리도 어렵고 교체는 불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 Tu-160을 잃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오늘 러시아공군은 가장 희귀한 항공기 두 대를 잃은 것이 아니라 무리의 유니콘 두 마리를 잃은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