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화성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대형 우주선 스타십이 9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시도했지만, 다시 실패로 끝났습니다.
스타십 우주선은 미 중부 시간으로 27일 오후 6시 36분 텍사스주 스타베이스 기지에서 지구 저궤도를 향해 발사됐으며 3분 만에 발사체 1단부인 로켓 부스터 '슈퍼헤비'와 2단부 우주선이 순조롭게 분리됐습니다.
슈퍼헤비는 미국만(옛 멕시코만) 해상으로 낙하하면서 엔진이 일부만 재점화돼 급격한 하강이 이뤄지면서 기체가 분해됐습니다.
다만, 이 로켓은 지난 7차 시험비행에서 온전히 회수된 로켓을 재사용한 것으로, 이 정도 기체 손실은 예견된 것이었다고 스페이스X 측은 설명했습니다.
스타십 시험비행에서 이미 한 번 쓴 로켓을 재사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날 2번째 발사에서 2단 우주선을 궤도로 밀어올리는 역할은 제대로 했기에 스페이스X 측은 "놀라운 성과"라고 자평했습니다.
슈퍼헤비와 분리된 뒤 궤도로 진입한 우주선은 원래 67분간의 비행 후 인도양 해상에 낙하할 예정이었으나, 비행 도중 30분 만에 자세 제어 능력을 상실하고 기체가 회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비행 과정 생중계를 진행한 스페이스X 엔지니어는 "스타십 내 연료 탱크 시스템 일부에서 누출이 발생했다"며 "이것은 통제된 (대기권) 재진입 가능성을 낮춘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우주선은 제어되지 않은 상태로 대기권에 진입했고, 발사 시점 기준 약 50분 만에 교신이 끊겼습니다.
우주선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온도는 섭씨 1천400도 정도로 치솟기 때문에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열기로 인해 기체가 분해됐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스페이스X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스타십은 예정되지 않은 빠른 분해를 경험했다"며 "우리 팀은 계속 데이터를 검토하고 다음 비행 테스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스타십은 당초 이번 비행 중 '스타링크' 위성과 비슷한 크기의 모형 위성 8개를 궤도에 배치하는 작업을 실행하려고 했지만, 우주선의 문이 열리지 않아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머스크는 이날 시험비행이 끝난 뒤 엑스에 "스타십이 예정된 엔진 컷오프를 달성한 것은 지난 비행에 비해 큰 개선이며, 상승 단계에서 열 차폐용 타일의 심각한 손실도 없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어 "(대기권) 재진입 단계에서 메인 연료 탱크 누출로 인해 탱크 압력의 손실이 있었다"며 "검토할 좋은 데이터가 많고, 다음 3차례 비행의 발사 간격은 약 3∼4주에 한 번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CEO이기도 한 머스크는 지구에 위기가 닥쳤을 때 인류를 화성에 보내 거주하게 함으로써 인류를 다행성 생명체로 만든다는 목표로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화성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과 로켓을 개발해 왔습니다.
스타십 발사체의 2단부인 우주선은 길이 52m, 직경 9m로 내부에 사람 100명과 화물 100t가량을 적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역대 최강 로켓 슈퍼헤비(길이 71m)와 합체한 발사체 전체가 스타십으로 지칭됩니다.
이 발사체의 총길이는 123m에 달합니다.
스페이스X는 2023년 4월부터 스타십에 사람을 태우지 않은 무인 상태로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시도했습니다.
그간의 8차례 시도 중 네 차례는 예정된 궤도 비행에 상당 부분 성공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특히 올해 1월과 3월 각각 진행된 7차와 8차에서는 발사 후 10분이 채 되지 않아 2단부 우주선이 통신 두절 후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그보다 앞서 작년 10월의 5차 비행에서는 대형 '젓가락 팔'(메카질라) 장비를 이용한 1단 로켓 회수에 성공해 스타십 개발 가도에 큰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