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요즘 밤에 한강에 나가보면, 엄청난 수의 하루살이 떼가 등장합니다. 사람에게 해로운 곤충은 아니라지만, 얼굴이나 옷에 달라붙으면서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매년 나오고 있는데요. 시민과 곤충, 모두를 고려한 새로운 대응책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장세만 환경전문기자입니다.
<기자>
한강 미사대교 근처 공원, 건물 벽에 동양하루살이가 가득 달라붙었습니다.
작년보단 열흘 가량 늦어졌는데 날씨에 따라 대발생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원 관리인: 이 벽에 새카맣게 붙는다고 보시면 되고...]
밤 8시, 보트를 타고 한강 중앙부로 나가봤습니다.
아무도 없는 강 한가운데 웬 조명 시설이 줄지어 세워졌습니다.
조명기 아래에는 물에 빠진 날벌레를 모니터링할 가두리가 있습니다.
조명기에 불이 켜지자 하루살이가 본격적으로 몰려듭니다.
이제 막 성충으로 깨어난 동양하루살이 떼가 밀집해 있는 한강 중앙부입니다.
조명을 켠 지 얼마 안 돼서 제 몸과 보트 바닥 가득 동양하루살이 떼가 뒤덮었습니다.
강 한가운데 조명을 단 건 강변이 아니라 강 중앙부 모래바닥에 유충이 대거 서식하고, 여기서 물 위로 날아오른다는 지난해 연구 결과 때문입니다.
성충이 된 하루살이가 한강 산책로나 주택가, 상가로 덤비지 않고 원 서식지인 강 중앙부에 머물도록 조명으로 유인하겠다는 겁니다.
5월 한 달간 테스트한 결과 하룻밤에 조명시설 1대당 10만여 마리가 유인됐습니다.
[김동건/삼육대 교수 :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하루살이들의) 서식 공간과 사람들의 공간을 분리시켜서 피해를 주지 않게끔 (하기 위함입니다.)]
조명을 정반대로 활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한강변에 위치해 매년 하루살이 난리를 겪는 이 상가는 올해 도로변 전구를 바꿨습니다.
하루살이는 파장이 짧은 청색광에 끌리는데, 청색광을 뺀 누르스름한 전등으로 교체한 겁니다.
[유영희/서울 뚝도시장번영회 회장 : 그 벌레가 이 등을 설치하면서 많이 없어져서 지금은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와 도시화 확산에 따라 인간과 곤충의 접촉은 다시 늘고 있습니다.
화학 약품 없이도 서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김병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