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이란 반체제 감독 "귀국 두렵지 않아"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은 이란의 반체제 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귀국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내일 떠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과거 고국에서 반체제 선전 등을 이유로 체포됐던 파나히 감독은 이번 수상 후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상은) 나를 위한 게 아니다. 지금 당장 활동할 수 없는 모든 이란 영화 제작자들을 위한 상"이라며 "모든 이란 제작자가 활동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파나히 감독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수상하든 못하든 나는 다시 돌아갔을 것"이라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파나히 감독은 반정부 시위, 반체제 선전 등을 이유로 이란에서 여러 차례 체포됐던 전력이 있습니다.

2010년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으나 몰래 영화를 만들어 해외 영화제에 출품해 왔습니다.

2022년 재수감됐다가 2023년 2월 석방 요구 단식 투쟁을 벌인 끝에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그의 작품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는 현지시간 어제 칸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영화는 한 남자가 과거 감옥에서 자신을 괴롭힌 경찰과 닮은 사람을 마주치면서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파나히 감독은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도 비밀리에 촬영했으며, 배우와 제작진이 이란 당국의 압박에 처했다고 밝혔습니다.

여배우 하디스 파크바텐을 비롯해 여러 명이 당국에 불려 가 조사를 받았다고 파나히 감독은 전했습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파나히 감독의 수상 소식을 전하며 그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IRNA는 1997년 '체리 향기'로 이란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를 언급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제가 이란 영화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