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면전서 모욕' 트럼프식 외교…"헝거게임 직면한 각국 정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21일 백악관을 찾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게 기습 공격에 가까운 공개 추궁을 하자, 기존 정상외교 문법에서 또다시 '탈선'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에 생중계 TV카메라가 돌아가는 와중에 동영상 자료까지 미리 준비해 일방적 주장으로 라마포사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붙였습니다.

회담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지난 2월 말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굴욕을 안겨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사건을 연상시켰는데, '리얼리티쇼'를 방불케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세계 각국 정상의 당혹감을 키우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남아공의 '백인 농부 집단 살해' 의혹을 거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 흑인들이 땅을 빼앗도록 허용하고, 땅을 빼앗을 때 백인 농부를 살해한다'며 라마포사 대통령을 몰아붙였고 관련 영상을 상영하고 기사 뭉치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방송사의 카메라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대국 지도자에게 작정하고 공개 모욕을 준 것입니다.

지난 2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 이어 또다시 발생한 '외교 참사'를 두고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플레이'가 더욱 정교해졌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라마포사 대통령을 집무실로 안내하기 직전, 보좌관들이 두 대의 대형 TV를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서관으로 옮기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외교 무대에서 '결례'로 평가될만한 장면을 잇따라 연출하는 데에는 국제무대에서 자신을 '강한 지도자'로 부각하며, 힘의 우위를 통한 압박으로 외교적 목적을 관철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에 남아공 정부가 아파르트헤이트, 즉 인종차별 정책의 잔재 청산 일환으로 추진하는 토지 무상 몰수 정책을 비난하며 남아공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도 있습니다.

CNN은 외국 정상들은 이제 백악관 집무실에 들어갈 때 위험을 무릅쓰고 마치 프로레슬링에 들어가듯 해야 한다며 이는 세계 정치의 새로운 '헝거 게임'이 된 셈이라고 비유했습니다.

'헝거 게임'은 피 튀는 생존 경쟁을 생중계하는 디스토피아적 시스템을 그린 미국 소설로,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습니다.

CNN은 "한 때 영광스러운 초대로 여겨졌던 백악관 방문이 이제는 정치적 덫이 될 수 있다"며 "일부 정상이 방문 자체를 재고하는 일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은 세계 지도자들에게 '위험 구역'이 됐다"며 "이번 사례는 앞으로 다른 국가 정상들이 워싱턴 방문을 계획할 때 신중하게 고려할 사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은 외국 정상들을 딜레마에 빠뜨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대로 맞서지 못하면 비겁해 보일 수 있고, 강하게 반발하면 자국 내 지지도 상승을 얻을 수 있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앙심을 사 국익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은 비교적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능숙하게 다뤘다고 평하면서 "우크라이나와 요르단의 사례에서 보듯 취약한 국가일수록 더 적대적 대접을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