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1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의 한 다세대주택 앞 골목길에서 이곳에 거주하는 정 모(75·여) 씨가 피곤한 얼굴로 한숨 쉬며 하소연했습니다.
그는 "어제 전기와 가스도 끊겼는데 냉장고 안의 김치 같은 반찬이 상할 텐데 걱정"이라며 "지금도 불안해서 가슴이 떨리고 문제가 생겼다는 벽은 무서워서 쳐다보지도 못한다"고 했습니다.
정 씨가 8년째 거주하는 이 다세대주택은 반지하를 포함한 4층짜리 건물로 35년 전인 1990년 준공을 받았습니다.
정 씨를 비롯해 이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8가구, 10명은 전날 오후 7시쯤 피난 가듯 꼭 필요한 짐만 챙겨 서둘러 보금자리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건물을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우측 외벽의 중간 부분이 볼록하게 부풀었기 때문입니다.
이곳 주민 김 모(53·남) 씨는 이 모습을 보고 이웃들에게 급하게 연락해 전날 오후 6시 13분 119에 신고하도록 한 뒤 함께 건물에서 나왔습니다.
김 씨는 "시청에서 마련한 숙소로 가도록 안내받았는데 그냥 차에서 밤을 지새웠다"며 "내가 살던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밤새도록 불안해 제대로 못 잤다"고 했습니다.

현재 이 다세대주택의 외벽 중간 부분은 눈으로 대충 봐도 부풀어 올라 외벽을 위에서 아래로 일자로 지나는 도시가스관마저 바깥쪽으로 휜 상태입니다.
부품 현상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외벽 마감재인 벽돌의 시멘트 미장 부분을 따라 1.5m가량 균열도 일어났습니다.
부푼 외벽과 정면으로 붙어있는 이웃 다세대주택 주민 김 모(83) 씨는 "내가 사는 다세대주택은 20년 정도 됐고 그때부터 계속 이곳에서 살고 있는데 앞 건물 외벽이 이렇게 된 것은 어제 처음 본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수원시는 김 씨가 사는 다세대주택의 주민들 역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대피하도록 해 다세대주택 2곳에서 모두 12가구, 17명이 전날부터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이 가운데 6가구, 9명은 수원시에서 제공한 유스호스텔로, 나머지는 지인 집 등으로 이동했습니다.
수원시는 전날 육안으로 1차 진단을 한 데 이어 오늘 국토안전관리원, 안전진단 업체 등과 함께 정밀 안전진단을 할 예정입니다.
안전진단 업체 관계자는 "건물에는 내벽과 외벽인 벽돌 마감이 있는데 내벽과 벽돌을 이어주는 철물이 오래되면 강도가 약해져서 벽돌을 지탱해주는 힘이 약해져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원시 관계자는 "오늘 안전진단을 해보고 외벽 마감재 문제이면 해체 후 재시공하면 되는데 그게 아닌 건물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 경우이면 주민과 협의해 대대적인 보수·보강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건물의 경우 소규모 공동주택이어서 관련법상 정기적인 안전점검 대상은 아니다"라며 "이런 다세대주택들을 대상으로 홍보와 요청 등의 방법으로 안전점검을 받도록 지속해서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