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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식 추기경 재외국민 투표…"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표"

유흥식 추기경 재외국민 투표…"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표"
▲ 투표하는 유흥식 추기경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투표 첫날인 20일(현지시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유 추기경은 이날 오전 이탈리아 로마 주재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한 뒤 재외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을 격려했습니다.

투표를 마친 그는 "사실 투표를 안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서 다시 투표하게 됐지만 이번 선거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하게 세계에서 인정받는, 아름답고 서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고 조화를 이루는 나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며 "남북 관계도 많이 어려운데, 새로운 길을 찾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유 추기경에게 이번 투표는 남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국내 어떤 종교 지도자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3월 22일 발표한 영상 담화문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지연에 우려를 표하며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는 지체할 이유가 없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달라"며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린 이들에 대한 책임을 명백히 밝혀달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는 "그래서 투표를 기쁜 마음으로 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했다"며 "우리나라가 새롭게 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습니다.

담화문 발표 후 반응에 대해서는 "어떤 분들은 왜 가만히 있지 않고 나서냐고 비판도 했지만, 응원해주신 분들이 훨씬 많았다"며 "이 세상에 욕 안 먹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여러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였다.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유 추기경은 지난 7∼8일 열린 콘클라베(새 교황을 뽑는 추기경단 비밀회의)에 한국인 성직자로는 유일하게 참여했으며, 이번 재외국민 투표에서 다시 한번 투표권을 행사했습니다.

그는 "오는 23일 오전 10시에 새 교황 레오 14세를 개인적으로 알현하고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며 "6월 중순에 따로 교황을 뵐 계획이다. 한국의 새 정부와의 관계를 포함해 다양한 이슈를 폭넓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소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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