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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호황' 외국인 몰려오는데…"화장실도 없어"

<앵커>

우리나라 중고차 수출액이 지난해 7조 원을 넘어서며 중고차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올해도 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인프라는 열악합니다.

이태권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인천항 근처 드넓은 부지에 차량이 빼곡히 세워져 있습니다.

하늘에서 보면, 작은 도시를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1천6백여 개 업체가 입주한 국내 최대 중고차 수출단지로, 야적장에 세워진 차량만 4만 대가 넘습니다.

해외에서 온 바이어들은 야적장 구석구석을 돌며, 구매할 차량을 꼼꼼히 살핍니다.

[무랏/키르기스스탄 바이어 : 한국 차는 관리가 잘 돼있고, 주행거리 많아도 좋은 차들 많으니까 (인기가 많아요.)]

[히크멧/아제르바이잔 바이어 : 우리는 한국산 SUV를 선호합니다. 가족용 차량이고, 우리는 가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중고차 수출의 70~80%를 차지하는 인천항을 통한 수출 물량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22만 5천 대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나 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내전이 끝난 시리아와 전쟁으로 국가 기능이 마비돼 세금이 없는 리비아 등에서 수입이 크게 늘었습니다.

[김성진/중고차 수출업체 대표 : 재고가 뭐 (인터넷에) 올라가 있는 물건이 7천 건 정도 된다고 그러면 물량이, 한 3분의 1 정도는 시리아 친구들이 다 사 가지고 간 걸로..]

리비아와 키르기스스탄,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에서 우리 중고차를 주로 수입하는데 일부는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에 재수출하려는 수요도 있는 걸로 파악됩니다.

[신현도/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장 : 키르기스스탄에서 러시아 가는 것들은 세금이 얼마 안 나가거든. 제일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보니까 거기를 많이 경유하죠.]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중고차 수출액은 약 50억 6천만 달러, 7조 원을 넘어서며 4년 만에 4배 이상으로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인프라는 열악합니다.

나대지에 자리 잡은 중고차 야적장에는 전기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고, 제대로 된 화장실조차 없습니다.

[박영화/한국중고자동차 수출조합회장 : 외국인들 바이어들 왔을 때 화장실도 없어서 굉장히 창피하고 또 저희 일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힘들어하고요.]

수출하려는 중고차는 보험료 등 비용을 아끼기 위해 등록 말소를 해야 하는데, 인근 연수구청의 하루 평균 처리 건수는 589건에 달할 정도입니다.

수출업체와 구청 모두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인천항만공사는 인천 남항 배후단지에 사업비 약 4천370억 원이 들어가는 중고차 수출 전용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간사업자의 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강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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