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쉬었음' 상태의 캥거루족 가정에 닥친 문제들을 추적했다.
지난 2023년 30대의 평범한 회사원 이윤철 씨는 자신을 향한 살인 예고글을 접했다. 경찰의 신변 보호까지 받게 된 이윤철 씨.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에게 원한 살 일은 없었다는 이 씨를 위해 경찰은 살인 예고를 한 이를 추적했고 창원에서 여러 가명으로 활동하던 남자를 검거했다.
그리고 곧 그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는 놀랍게도 바로 이윤철 씨의 동생 이찬영. 이 씨와 6살 터울의 이찬영은 고등학교 졸업 후 별다른 직업 없이 줄곧 어머니와 지내왔고 이에 그의 형인 이 씨는 동생을 위한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형을 죽이겠다며 직접 흉기까지 구입한 이찬영. 하지만 동생을 걱정하는 이 씨는 동생에 대한 선처를 요청했고 이에 이찬영은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그 후 형과 약속한 대로 착실하게 지내는 것으로 보였던 동생. 그러나 지난해 연말부터 다시 연락이 두절되었다.
이찬영이 검거된 후 이찬영의 집에서는 흉기와 함께 형 이윤철 씨를 향한 분노가 담긴 장문의 글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삶이 힘들어 자살을 생각했지만 두려워 누군가를 죽이면 감옥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이에 형을 죽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대입이 좌절되며 다른 사람이 된 이찬영. 그는 자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 이를 참지 못했고 분노를 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출소 10개월 만에 또다시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고 이를 포착한 경찰에 의해 행정 입원을 한 상태.
동생의 문제에 대해 동생을 늘 감싸기만 한 어머니도 문제라고 생각한 이 씨. 그러나 그들의 어머니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큰 아들을 위해 둘째 아들을 데리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던 이 씨의 어머니. 그리고 이런 마음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앞으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살아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보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사회 문제로 먼저 대두되었던 일본. 전문가는 일본 내에서 고립된 청년의 문제가 가족 전체로 번지는 것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제보자는 10년째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는 동생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전문가는 그에 대해 "동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 불쌍함 동정 그러면서도 두렵고 불안한 마음들이 양가적으로 있다. 실제적으로 갖고 있는 우울과 불안함은 상당히 높은데 오랫동안 만성화되다 보니 적응이 된 상태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리적으로 고갈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걱정했다. 이에 동생과 독립해 살아갈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보자는 "동생이 혼자두면 죽을 거 같다. 보복도 무섭다. 어떻게든 힘든 상황이 올 것 같아서 두렵다"라며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음을 밝혔다.
전문가는 쉬었음 청년들이 한두 번의 전환기에서 더 실패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히키코모리 상태가 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모두가 그 문제를 숨기고 있고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혹은 대화를 시도하는 경우들이 있다. 의지를 가진 그 순간을 놓치게 되면 다시 실패 경험이 되고 고립이나 은둔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대화를 시도하는 골든타임 때 놓치지 않고 대화에 응해줄 수 있는 게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이미 가정 안에서는 안타깝게도 가정 안에서 자가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친 집들도 많다. 이미 부모가 변화한다고 해도 가정에서 소통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라며 "비슷한 경험을 가진 동료들이 접근했을 때 상대적으로 접촉할 확률이 높다. 고립과 은둔 경험을 가지고 회복한 분들이 회복하려는 분들을 도울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사회가 이들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잠시 멈춰있는 시간 또한 또 다른 기회와 가능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