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외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한 이후, 기아 위기 국가에 전달됐어야 할 막대한 분량의 구호 식량이 기약 없이 창고에서 썩어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산하 인도주의지원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지부티, 미국 휴스턴 등에서 운영하는 창고에 식량 6만∼6만 6천 톤이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보관 중인 품목은 고열량 비스킷, 식물유, 영양소 강화 곡물 등으로, 금액으로는 9천8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천370억 원 규모입니다.
이 정도 식량이면 100만 명 이상을 3개월 동안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통신은 분석했습니다.
같은 물량을 가자지구의 전 주민에게 나눠준다면 한 달 반 이상을 지급할 수 있는 규모라는 겁니다.
보관 물량 가운데 일부는 조만간 사용기한이 만료되는데, 실제로 현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창고에 보관 중인 고열량 비스킷 500톤이 오는 7월 사용 기한이 만료돼 폐기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대책 없이 썩어가는 식량을 다른 국제원조기구 등에 양도하는 방안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습니다.
이런 방안이 미 국무부 국제지원국에 제출됐지만 승인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미국 정부의 주요 대외 원조 프로그램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부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정부효율부(DOGE)는 USAID를 전면 해체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3억 명이 식량 부족으로 심각한 불안에 빠져 있으며 190만 명은 기아가 극심한 상태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