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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비는 아버지 생각해라"…재판장, 피고인에 15분간 꾸지람

"용서 비는 아버지 생각해라"…재판장, 피고인에 15분간 꾸지람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사고 칠 때마다 피해자들을 찾아가 용서 빌러 다니는 아버지를 한번 생각해 봐라."

오늘(14일) 전주지법 제1형사부 김상곤 부장판사는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A(22) 씨를 무겁게 꾸짖었습니다.

평소 점잖은 말투로 재판을 진행하던 재판장의 갑작스러운 일갈에 법정 공기도 순간 차갑게 얼어붙었습니다.

A 씨는 재물손괴와 폭행, 주거침입 등 여러 범죄를 함께 저질러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오늘 항소심 법정에 섰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과거 범죄 전력이나 이 사건 내용, 수사 기록 등을 살펴보면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라며 "피고인은 눈 마주쳤다고, 가다가 부딪혔다고,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고 출동한 경찰에게 욕설하고 재판받으러 나오라고 했는데도 안 나오고…"라고 말하며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그는 "피고인의 아버지는 발 벗고 뛰어다니면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어렵게 합의금을 마련해서 지급하는데… 자식 키우면서 외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을 텐데 아버지가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질타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미 3번이나 소년 보호처분을 받았고 성인이 돼서도 폭행, 상해, 무면허 운전으로 벌금만 5번 받았다"며 "2022년에도 내가 재판했으면 이렇게 안 했을 텐데 그야말로 천사 같은 판사를 만나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것도 아버지가 뛰어다니면서 용서를 구한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A 씨는 고개를 숙인 채 15분 넘게 이어진 재판장의 호된 꾸지람을 귀담아 들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세상에 나왔으면 주위 사람에게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며 "피고인은 (교도소에서) 조금 일찍 나가고 늦게 나가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부모, 사회, 주변 사람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이런 일은 또 반복될 것"이라고 조언하면서 A 씨에게 1심의 형량을 한 달 줄인 징역 9개월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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