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대조각 거장 론 뮤익의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극사실주의 조형물들이 관람객들을 사색에 잠기게 합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론 뮤익 / 7월 13일까지 / 국립현대미술관]
작가 자신의 얼굴을 네 배의 크기로 재현했습니다.
미세한 주름과 모공, 그리고 수염 한 올까지 실제 모습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뒷면은 텅 비어서 마치 가면 같습니다.
이불을 덮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인물은 6m 50cm의 압도적인 사이즈면서도 역시 아주 사실적입니다.
잠들려고 하는 건지 잠을 못 이루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눈동자가 사색의 순간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홍이지/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보고 있으면서도 좀 믿기 힘든 기술적 완성도와 강렬한 몰입을 이끌어내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예술의 진정한 가치와 감상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지친 표정으로 외투 속에 아이를 넣은 채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여인이나, 맨몸으로 탁자 위의 암탉과 마주하고 있는 중년 남성은 실제보다 작은 크기로 또 다른 시각적 체험을 제공합니다.
[찰리 클라크/론 뮤익 스튜디오 관계자 : 작가는 관람객들이 실제와 혼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현실적인 공간을 제공합니다. 관람객들 스스로 사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1.2미터 높이의 대형 해골 100개가 층고 14미터의 전시장에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일부는 균형을 잃고 쏟아진 듯 바닥에 널려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지하 묘지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60kg의 두개골 형상들을 옮겨와 설치하는 데만 2주일이 걸렸다고 합니다.
론 뮤익의 작품은 제작에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해서 30여 년의 활동기간 동안 48점뿐입니다.
그중 10점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현대 조각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영상편집 : 정용화,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