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가 무산된 국민의힘이 후폭풍에 휩싸였습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후보 교체 작업 무산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지도부 책임론과 추가 사퇴 요구가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간밤에 이뤄진 후보 교체 사태를 "친윤 당내 쿠데타"로 규정하며 "친윤 쿠데타 세력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 16명은 성명서를 내고 "비대위는 무리한 결정으로 당원과 지지자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줬고, 무엇보다 대선에 큰 악재를 만들었다"며 "이번 사태에 깊이 관여해온 권성동 원내지도부의 동반 사퇴를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선에 참여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대선 경선판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권영세, 권성동과 박수영, 성일종은 의원직 사퇴하고, 한덕수 배후 조종 세력들도 모두 같이 정계 은퇴하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전날 밤 후보 지위를 회복한 김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선거대책위원회의를 잇달아 열어 '화합' 메시지를 내고 내홍 봉합에 나섰습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경선 과정에서는 때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말과 행동이 상처로 남기도 한다"면서도 "대통령 후보로 저 역시 더 넓게 품지 못한 점에 대해 이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의원들에게 큰절했습니다.
김 후보는 앞서 제기한 대통령 후보 선출 취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취소하고 자신과 단일화 논의가 무산됐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만나 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안하는 등 통합 행보에 속도를 냈습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국면에서 정면충돌했던 권성동 원내대표와도 별도로 면담하고, 일각에서 제기된 권 원내대표 교체 요구에 선을 그었습니다.
김 후보는 이 자리에서 "대선 국면에서 원내대표 선출은 부적절하다. 선거기간 동안 전 의원이 선거운동에 전력을 다해 매진하도록 원내대표가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고 서지영 원내대변인이 전했습니다.
경선에서 김 후보와 한때 경쟁했던 주자들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선대위에 합류해 통합을 외쳤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난산 끝에 낳은 옥동자 김 후보"라며 "김 후보와 함께 우리 모두 하나 돼 밤낮 없이 뛰자. 더 큰 통합과 연대를 통해 국민의힘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고, 안철수 의원은 "이 자리 모든 분과 힘을 모아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자"며 한 전 대표를 향해 "지금은 개인의 입장이나 정치적 계산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선대위 합류를 촉구했습니다.
후보 교체 작업을 주도했던 지도부도 단일대오를 강조했습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권 원내대표는 선대위 회의에서 "이재명의 의회 독재로 굴절되고 마비된 국가 기능과 정치를 다시 정상화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며 "오로지 단합과 통합이 승리의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양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사무총장직 사퇴를 알리며 "김 후보를 중심으로 우리는 대선 승리라는 큰 목표를 향해 단일대오로 나아가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김 후보와 지도부의 봉합 시도에도 당내 파열음은 여전히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권 원내대표를 겨냥해 "스스로 정하면 정리되고 갈 일을 면전에서 그만두라 하기 난감한 후보에게 입장을 물었다. 알량"이라고 꼬집었고, 박정훈 의원도 "후보 바꾸자고 단식까지 한 분(권 원내대표)을 선대위원장으로 두고 선거를 치른다는 건 코미디"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