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첫날 '마라톤 회담'…트럼프는 SNS에 "큰 진전"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현지시간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 협상 첫날 약 10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담'을 하며 관세 인하 등을 협의했습니다.

구체적인 첫날 협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날 일정 종료 뒤 "큰 진전"을 이뤘다고 소개해 회의 마지막 날인 11일 합의 도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제네바의 유명 저택 '빌라 살라딘' (현 유엔 제네바 사무소 주재 스위스 대사관저)에서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오후 8시쯤 양측이 첫날 회의를 마무리했다고 보도하면서 회의는 11일 속개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날 회의는 국가 간 고위급 회담의 관례와 달리 수석대표의 모두 발언 장면 공개도 하지 않고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양국 대표단은 회의 종료 후 숙소로 돌아가면서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양측은 상대국에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며 사실상의 무역 단절기를 보내고 있는 현 상황을 평가하면서 관세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리는 문제를 우선 협의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측은 '관세전쟁'을 시작한 것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임을 강조하면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미국이 대중국 초고율 관세 취소를 결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미국은 관세를 내리려면 중국이 자국 시장을 미국에 대대적으로 개방하고, 대미 희토류 수출 중단 등의 조치들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오늘 스위스에서 중국과 매우 좋은 회담이 있었다"며 "많은 것이 논의됐고, 많은 것에 동의가 이뤄졌다"고 적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호적이지만 건설적인 형태로, 전면적인 (미중 무역관계의) 리셋(재설정) 협상이 있었다"고 평가한 뒤 "우리는 중국과 미국 모두의 이익을 위해 미국 업계에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큰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최대 과제인 관세 인하 문제에서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취임 이후 최대 145%로 올라간 대중국 관세율에 대해 80%가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고, 뉴욕포스트와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은 50%대로 낮추는 방안을 미국 측이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시장 개방을 거론한 것은 중국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위한 미국 제품 수입 확대와 비관세 장벽 제거 등에 대한 기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양국 장관급 당국자가 얼굴을 맞대고 현안을 논의한 것은 이날이 처음입니다.

미국 측 대표로는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함께 참석했으며, 중국 대표단에는 공안과 마약 단속 분야의 최고위급 인사인 왕샤오훙 공안부장이 포함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중국이 왕 부장을 협상단에 포함한 것은 미국이 대중국 관세 인상의 명분 중 하나로 삼은 중국산 펜타닐(합성 마약의 일종) 원료 밀수출 문제를 미국 측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45%로 높였고,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양국은 '치킨 게임'을 벌여왔습니다.

한편 자유무역 촉진을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서 미·중 회담을 개최하게 된 데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앞세운 무역 보호주의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의중이 관철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