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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없이 바로" 85조 훌쩍?…강남 길거리에 퍼졌다 (풀영상)

<앵커>

가상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이른바 코인 환전소가 요즘 서울 곳곳에서 영업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가상자산을 바로 현금으로 뽑을 수 있는 기계가 설치된 곳도 있습니다.

가상 자산이 사실상 화폐처럼 쓰이고 있는 건데 실태를 취재한 노동규 기자 리포트 먼저 보시고 이야기 더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외국인도 많이 찾는 서울 남대문 시장에는 별난 현금 출납기가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나 테더 같은 가상 자산을 넘기면 시세에 맞춰 현금이 나오는 겁니다.

한 환전 업체가 정부의 규제 예외 허가를 받아 외국인을 대상으로 운영 중입니다.

외국에서 코인 환전 경험이 있는 관광객들이 이용합니다. 

[이종명/다윈KS 대표 : 일주일에 한 2~3건 정도 이용을 하는 거 같고요. '달러 스테이블'에 가까운 테더를 월등히 많이 사용하고 있고, 이더리움도 곧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계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이 실생활에서 법정 화폐처럼 쓰이는 겁니다.

그 중심에는 미국 달러나 금 같은 안전자산의 가치와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스테이블 코인이 있습니다.

미국 달러 자산을 담보로 삼은 테더나 USDC가 대표적인데 발행 업체가 1달러짜리 코인을 판 돈으로 미국 국채 등을 사놓고 언제든지 다시 현금으로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해외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 같은 다른 가상자산을 사기 위한 기축 통화로 쓰이고 있습니다.

사실상 달러처럼 여겨져 비상계엄 사태를 전후한 넉 달 새 해외로 유출되거나 해외에서 유입된 스테이블 코인 규모는 85조 원어치에 달합니다.

거래소를 통하지 않아 통계에 안 잡히는 거래까지 감안하면 유출입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테더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현금으로 바꿔주거나 살 수 있는 코인 환전소도 이미 서울 강남이나 명동 등지에서 성업 중입니다.

은행보다 빠르게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액수가 얼마든지 달러를 보내거나 받으려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합니다. 

[코인 환전소 대표 : 유학생 있는 집이 은행에서 보내면 자기 소득이 노출되고 싫으니까 이걸 갖다 미국에 보내면 자식이 알아서 그냥 쓰는 거예요. 외국 나가시는 분들도 이거 가지고 나가시는 분들도 있으시고, 또 무역하시는 분들도 많이 찾으시고.]

코인환전소

<앵커>

이 내용 취재한 노동규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달러 스테이블 코인' 악용 여지?

[노동규 기자 : 그렇습니다. 국제 은행 결제망을 이용해서 돈을 해외로 보내려면 시간도 들고 수수료도 많이 붙잖아요. 그런데 이를테면 달러화에 연동된 이 테더를 은행 영업시간에 관계없이 24시간, 365일 주고받는 게 가능하고 수수료도 적다는 겁니다. 신고도 안 해도 되니까 자금 세탁이나 불법 자금 송금 등에 악용될 여지가 분명히 있고요. 이러다 보니까 최근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의 대체제이기 때문에 외환관리법 차원에서 봐야 한다.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말도 한 겁니다. 우리 정부는 이제야 스테이블 코인의 규율 방안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Q. 믿을 수 있나?

[노동규 기자 : 말씀하신 테라와 루나 역시 스테이블 코인을 표방했습니다. 다만 안전자산과 실제 안전자산과 연계를 하지 않아 한순간에 가치가 폭락했던 것이었고요. 그런데 이 테더 발행사는 말하기를 자신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가 약 1100억 달러. 그러니까 한국이나 독일 정부 웬만한 OECD 국가가 보유한 수준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 신뢰를 얻고 있다고 봐야 하고요. 초기에는 투자 용이나 다른 가상자산을 사는 용도로 쓰이다가 이제 송금과 결제 수단 역할도 하고 있는 겁니다. 보편적인 지급 수단이 되려면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앞으로 일단 그 쓰임새는 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Q. 통화주권 침해 우려?

[노동규 기자 : 일단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된다는 건 결국 기축 통화인 달러를 누구든, 어디서든 쉽게 쓸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우리의 통화인 원화의 어떤 수요 감소를 부를 수 있겠죠. 이러면 통화 주권이 우려된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바로 그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래서 원화 표시 스테이블 코인을 허용할 거냐 말 거냐부터 바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요.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어도 시장 불안 등으로 만약에 상환 요구가 있으면 그 발행사는 또 자산을 매각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금융 시장에 또 상당한 충격을 안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결국 우리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에 다 두루 연관이 있는 거고 이걸 막지 못할 거면 빨리 설계하고 규율할 방법을 찾아라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정용화·안여진, 디자인 : 최재영·조수인, VJ : 정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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