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학이 이달 7일을 미복귀 의대생에 대한 유급·제적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설득에 총력을 벌였지만, 수업 참여율이 34%에 그치면서 대규모 유급이 현실화했습니다.
특히 '더블링'(doubling·배가) 됐던 예과 1학년(24·25학번)의 수업 참여율이 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내년 1학년 규모는 6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부와 대학은 내년에 24·25학번이 복학하더라도 26학번에 수강 우선권을 주기로 해 신입생이 선배들보다 먼저 진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7일 40개 의대가 제출한 유급·제적 대상자를 취합한 결과 총 8천305명에게 유급, 46명에게 제적 확정 통보가 됐다고 오늘(9일)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이 집중된 예과 1학년만 보면 유급 대상 인원은 25학번 1천241명, 24학번 이상 385명 등 총 1천626명입니다.
제적 대상 인원은 25학번 12명, 24학번 이상 2명입니다.
예과 과정에 유급이 없는 대학은, 올해 1학기 이후 확정될 '성적 경고' 예상 인원이 예과 1학년의 경우 24학번 1천419명, 24학번 이상 678명 등 총 2천97명입니다.
유급·제적을 피하기 위해 1학기에 등록(복학)하면서 1개 과목만 수강신청한 인원은 각각 578명과 42명으로 총 620명이었습니다.
이들을 제외한 예과 1학년의 올 1학기 수업 최대 참여 인원은 25학번 1천214명, 24학번 이상 839명 등 2천5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군 휴학자 등을 제외한 예과 1학년 재학생이 총 6천410명(25학번 4천464명·24학번 이상 1천946명)인 점을 고려하면 수업 참여율은 최대 32.0%로, 전체 학년 수업 참여율 34.4%보다 2.4%포인트 낮습니다.
유급이 확정된 예과 1학년생과 내년 의대 모집인원인 3천58명을 합하면 4천684명이 됩니다.
여기에 1학기 '성적 경고' 예상 인원과 1개 과목 수강신청 인원을 더하면 내년 1학년 수는 7천401명이 됩니다.
단, 교육부는 2학기에 1학년 475명이 복학할 것으로 예상해 내년 1학년 수는 최대 6천926명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추가 군 휴학 인원과 올해 2학기 복귀 인원 등을 고려하면 내년 1학년 규모는 6천 명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습니다.
일단 24·25·26학번이 모두 겹쳐 1학년이 총 1만 명을 상회하는 '트리플링'(tripling)이란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의정갈등 이전의 두배가 넘는 학생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상황은 되풀이될 공산이 큽니다.
더구나 의대마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이 다른 만큼 복귀율이 낮은 학교는 1학년 수가 기존의 3배에 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의대생 수가 적은 학교일수록 복귀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가뜩이나 강의실이나 실험실, 실험장비 등이 부족한 소규모 의대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동아대, 전북대 등 일부 의대는 신입생인 26학번에 수강신청 우선권을 주도록 학칙을 개정했습니다.
교육부는 오늘 "향후 동일 학년에 복수 학번의 학생이 동시에 교육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각 대학이 진급 시기별 학생 현황을 사전에 면밀히 분석하여 철저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학별 교육여건을 고려해 교육이 가능한 수준에서 신입생이 우선 교육받을 수 있도록 대학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입생이 우선 교육받게 되면 26학번이 24, 25학번보다 먼저 진급하게 됩니다.
의대 교육의 특성상 한번 먼저 진급하면 병원 실습, 의사 국가시험(국시) 등도 먼저 치르며 계속 앞서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간 정부가 특히 24학번 의대생들에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지금부터는 학업에 복귀한 학생의 교육에 전념할 것"이라며 "어려운 결정 끝에 복귀한 재학생은 흔들림 없이 학업에 임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