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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텐트 치기도 전에 파국으로…보수 분열에 피로감만

빅텐트 치기도 전에 파국으로…보수 분열에 피로감만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오른쪽)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항할 카드로 거론됐던 보수 진영의 빅텐트 구축이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입니다.

애초 빅텐트 구축의 첫 단추로 꼽히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두고 당 지도부, 김 후보, 한 후보가 충돌하면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단일화의 세 축인 당 지도부와 김 후보, 그리고 한 후보가 충돌하는 지점은 '시간'입니다.

오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 각 후보의 소속 정당과 기호가 확정됩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김·한 후보의 양자 토론과 이틀간의 여론조사를 거쳐 11일 이전 단일화하는 '로드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김 후보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전당대회를 통한 '후보 교체'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 후보가 애초 경선 과정에서 '조속한 단일화'를 약속했다는 점을 내세우는데, 이면에는 김 후보가 필승 카드는 아니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주가 지나 한 후보로 단일화되더라도 그는 무소속이며, '기호 2번'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김 후보 제안대로) 15∼16일에 단일화하자는 것은 정당 기호 2번으로서의 단일화가 아니다"라며 "15∼16일 단일화 결과 만약 한 후보가 이긴다고 하더라도 수백억 원대의 정당 선거운동 경비를 집행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후보는 이 같은 상황을 역이용해 단일화 시점을 늦추면서 당 지도부와 한 후보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단일화 로드맵을 거부하면서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간 각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하고 다음 주 수요일에 방송 토론, 목요일과 금요일(16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단일화 협상에서 자신의 주도권이 강화되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셈법으로 보입니다.

한 후보가 "11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본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대로 후보 등록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은 단일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명분을 확보해두려는 포석일 수도 있습니다.

한 후보는 어제 김 후보와의 회담 직전 '후보 등록 포기' 카드로 배수의 진을 친 데 이어, 이날 김 후보를 향해 11일까지인 당의 단일화 로드맵에 응하라며 적극적인 공세를 폈습니다.

한 후보는 이날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꾸 사실이 아닌 것을 말씀한다 '왜 한덕수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것"이라며 김 후보를 직접 겨냥했습니다.

이처럼 보수 진영의 빅텐트 구축이 각자의 엇갈린 이해관계 속에 내홍을 거듭하면서 김 후보와 한 후보의 '아름다운 단일화'는커녕, 적전분열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보수 성향의 두 후보 단일화만으로도 증폭된 갈등이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준 상황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나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까지 아우르는 빅텐트는 시도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또 당내 경선뿐 아니라 단일화 과정에서 각 주자들 사이에 '앙금'이 남으면서 단일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보다는 각 지지층의 표가 분산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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