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강조한 한덕수…국정 마무리하고 본격 출마 준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우리나라가 직면한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통합'과 '도약'을 제시했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오늘(29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미래를 지향하는 정치와 현재를 책임지는 행정이 힘을 모아 나간다면 작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다시 위로 앞으로 도약하며 세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위기 국면에서 현재 정부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내놓은 원론적 당부로 볼 수도 있지만, 시점과 맞물려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불과 2∼3일 후면 대행직 사퇴 후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실제 결심을 굳힐 경우 이번이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국무회의기 때문입니다.

정치와 행정의 협력을 언급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연이은 탄핵안과 특검법의 발의, 이에 맞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반목과 갈등을 거듭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50년이 넘는 공직 생활을 통해 다양한 국정 경험을 갖춰 정치와 행정을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임을 내세운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입니다.

이러한 한 대행의 대립 구도로 정치가 경제·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대선 출마설로 이어졌다는 게 한 대행 측근들의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한 대행이 실제 출마할 경우 이 같은 병리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분권형 개헌과 이를 현실화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기 단축도 제안할 가능성이 나옵니다.

특히 한 대행은 탄핵소추에 따른 직무정지에서 복귀한 이후 각종 공개 발언을 통해 '위로 앞으로'라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 대행은 지난 달 24일 권한대행 복귀한 직후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우리 국민 대다수는 나라가 왼쪽으로 치우는 것도, 오른쪽으로 치우는 것도 원치 않았다"며 "다만 '위로, 앞으로' 올라가고 나아가기를 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지난 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앞두고 치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한 단계 '위로, 앞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의 협조와 동참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한 대행 측과 국민의힘 내부 인사 간 물밑 접촉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최근 한 대행 측 인사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 출마를 포기한 오세훈 서울시장 측 인사와 접촉해 캠프 합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합류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고, 선거 캠프 운영 등과 관련해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대행 측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측과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과의 '반명 빅텐트'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국민의힘 2차 경선을 통과한 김문수·한동훈 경선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 여부도 주목됩니다.

두 후보 모두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적극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 후보가 단일화에 적극적인 반면, 한 후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보다 경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 대행과 국민의힘 최종후보가 단일화를 시도할 경우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다음 달 11일이 첫 번째 시한이 될 전망입니다.

이날까지 단일화에 성공해야 누가 단일후보가 되든 '기호 2번'을 사용할 수 있고 국민의힘이 당 차원의 지원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단일화 시한은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5월 25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을 넘길 경우 뒤늦게 단일화에 성공해도 투표용지에 한 대행과 국민의힘 후보의 이름이 모두 인쇄돼 표가 분산될 우려가 있습니다.

한 대행과 국민의힘 최종후보, 그 외 반이재명을 기치로 내세운 후보를 아우르는 빅텐트가 현실화한다면,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국내각이나 개헌연대 구상이 조명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 대행의 이날 일정도 권한대행으로서의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한 모습으로 비쳤습니다.

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하지 못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한 대행은 지난 8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 2명을 지명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16일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의 효력을 정지했습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 내 진보 진영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금지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날 헌재법 개정안에 위헌 사유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이 촉발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 지명' 문제를 마무리 지은 셈입니다.

한 대행은 오전 신임 재외공관장 7명에게 신임장도 수여했습니다.

외국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외공관장 자리를 오래 공석으로 둘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한 대행이 사퇴하기 전 정치적 논란이 적은 직업 외교관들에게만 신임장을 수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 대행은 30일 방한하는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도 접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대행은 펠란 장관과의 만남에서 한미 간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협력을 논의하고, 조선 분야의 협력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