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가 그의 아내와 함께 총선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현지 시간 어제(28일)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이 승리하며 집권 연장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과반 의석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영 CBC 방송, CTV 뉴스 등 캐나다 언론들은 자유당은 하원 전체 343개 의석 중 156개 지역구에서 당선 또는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야당인 보수당이 145개 지역구에서 당선 또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CTV는 전했습니다.
과반 의석 달성을 위해서는 172석이 필요합니다.
비록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주권 위협 속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자유당은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정치적 대반전을 이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카니 총리는 유례없는 외교·경제적 불확실성 속에 재집권함으로써 관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산적한 국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자유당은 지난 2021년 중간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뒀지만 다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한 바 있습니다.
자유당과 정책 협력을 맺어온 진보 성향 신민주당의 지지 철회는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의 사임과 이번 조기 총선 실시로 이어졌습니다.
앞서 트뤼도 전 총리가 9년여간 이끌어 온 자유당은 고물가와 주택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불만으로 지지도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제1야당인 보수당은 집권 자유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20%대로 벌리며,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가 차기 캐나다 총리가 되는 게 유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관세 압박과 더불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병합 위협이 캐나다인들의 반미 감정을 부추긴 게 총선에서 자유당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보수당 대표인 포일리에브르는 그동안 만들어진 '캐나다의 트럼프'라는 이미지에 발목이 잡힌 채 지지 기반이 약화됐고, 경제 위기 국면에서 안정감을 주지 못한 게 결정적인 패배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반면 트뤼도 전 총리에 이어 지난달 취임한 카니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및 주권 위협에 맞서며 캐나다가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일부가 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애국심을 결집시켰습니다.
정치 경험이 없는 데다 대중적인 지명도도 낮았던 카니 총리는 트뤼도 전 총리의 정책 기조와 거리를 두면서, 경제 전문가로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지도자임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카니 총리는 2008년 2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내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비교적 성공적으로 캐나다 경제를 방어해 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입니다.
또, 지난 2013년부터 7년 동안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 총재를 맡아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