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통합'을 외치고 있습니다. '통합'을 풀어 쓰면, 중도와 보수까지 끌어안겠다는 겁니다.
'보수 책사' 윤여준 전 장관을 선대위에 중책으로 영입했고, '보수 대통령' 묘역도 참배했습니다.
전통적 지지층에서 벗어나 '우향우'로 방향 전환을 확실하게 한 뒤, 공격적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박근혜·문재인 거쳐 이재명 손 잡은 윤여준
이 후보는 "윤 전 장관은 평소에도 제게 조언과 고언도 많이 해준다. 제가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이라며 "많은 분이 계시지만 대표적 인물로 윤 전 장관께 선대위를 전체적으로 한 번 맡아주십사 부탁을 드렸는데 다행히 응해주셨다"고 말했습니다.
"부탁을 드렸는데 다행히 응해주셨다"는 말에 윤 전 장관을 대하는 이 후보의 마음이 엿보이는 듯합니다.
이 후보는 당대표였던 지난해 10월 윤 전 장관을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6개월 만에 영입된 윤 전 장관은 여당과 야당을 넘나드는 '단골 영입 인사'입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최측근으로 정계에 입문해 '보수 책사' 역할을 하면서도,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을 모두 지원해 '킹 메이커'란 별명도 얻었습니다.
'중도 보수'를 선언한 이재명 후보가 '우클릭 행보'를 하는 데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후보는 지난해 당대표 연임 이후 대선을 겨냥해 중도 확장 전략을 꾸준히 펴왔습니다.
윤 전 장관 이외에도 외연 확장 차원에서 외부 인사 추가 영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깜짝 인선'이 더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오을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이미 선대위에 합류했고, 내일(29일)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한겨레'가 보도했습니다.
이재명,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
보수 진영의 전직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한 겁니다.

참배 뒤에 기자들과 만나 "저도 한때 그랬지만, 우리가 이미 돌아가신 분들을 두고 정쟁에 빠졌던 때가 있는 것 같다. 망인들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들과 시민사회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치는 현실이고 민생을 개선하는 게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몫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지나간 이야기, 이념이나 진영 이런 이야기는 잠깐 곁으로 미뤄두면 어떨까 생각해봤다"고 했습니다.
'역사 평가 안 끝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에 대해서 당내 이견이나 반대 없었나'는 질문도 있었는데요, 이 후보는 '공과 과를 함께 보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다 묻어두자' 이런 이야기는 아니고 평가는 평가대로 하고 공과는 공과대로 평가하되, 지금 당장 급한 건 국민통합이고 국민 에너지를 색깔 차이 넘어 다 한 군데로 모아 희망적 미래 세계로 나아가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이 후보는 김민석 최고위원의 제안으로 예정에 없던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역도 참배했습니다.
제철업에 투신해 산업화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박 명예회장은 김대중·김종필(DJP) 연합으로 탄생한 김대중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바 있습니다.
현충원 참배에서부터 좌우를 뛰어넘어 통합을 실현하겠다는 이 후보의 의중이 충실히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 전면에 내세우는 이재명
현충원 참배를 마친 이 후보는 당 대선 후보 자격으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경선 출마를 위해 지난 9일 대표직에서 사퇴한 지 19일 만입니다.
이 자리에서도 이 후보는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세상이 힘들고 국민들도 지쳤다. 갈가리 찢어지지 않도록 통합을 해 나가야 한다"며 "저는 민주당의 후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온 국민의 후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는 어제(27일)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도 '통합'이라는 단어를 14차례나 썼습니다.

'먹사니즘'과 '잘사니즘' 등 실용주의 경제 노선을 의식한 듯 친 기업적인 행보도 이어갔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 후 첫 공약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겠다"고 약속하고, SK하이닉스를 찾아 첨단산업 생태계 육성 방안을 점검했습니다.
국민의힘 "이재명 일극 독재 정당"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경선 결과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습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무려 89.77%의 득표율로 민주당이 이재명 일극 독재 정당임을 입증했다"며 "사실상의 이재명 대관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90%에 육박한 득표율은 3김 시대(김대중·김영삼·김종필)에도 없었다. 조선 노동당에서 볼 수 있는 득표율"이라며 "경선이 아니라 총통 추대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도 일제히 포문을 열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히틀러도 과반의 득표를 한 적이 없다"며 "민주당에 '민주'라는 이름의 가면을 찢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면 정말 북한식 조선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SNS에 적었습니다.
다만,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이 후보의 수락 연설에 증오나 적개심을 표현하는 언어들이 없었고, 우클릭·중도적 언어들이 많아졌다며 다행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정 전 주필은 SNS 글에서 "그동안 서서히 우클릭을 시도해 온 결과가 오늘 연설에서는 아예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생각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진보한다는 것은 어느 시점에서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행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정 전 주필은 또 다른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 닷컴' 대표와 함께 지난 21일 이재명 후보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세 사람의 만남을 공개할 때도 정 전 주필은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고민이 꽤 평균적인 중앙선 가까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후한 점수를 줬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우클릭 행보가 보수 인사들에게 어느 정도 평가를 받는 단계까지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