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왼쪽)
재집권에 성공하면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담과는 달리 미국이 중재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지 않는 것 자체가 러시아의 양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의 백악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평화의 진전을 위해 현재까지 어떤 양보를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전쟁을 중단하는 것, 그 나라(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큰 양보'(pretty big concession)"라고 답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는 종전을 위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이렇다 할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숙원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는 물론 2014년 무력으로 점령당한 크림반도까지 러시아에 공식 이양할 것을 미국이 요구하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보다 상대하기 더 어렵다고 말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왜 러시아에 좀 더 많은 압박을 가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잇따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 내가 러시아에 어떤 압박을 가하고 있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라며 "그들은 거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러시아에) 어떤 종류의 압력을 가하고 있느냐'는 후속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압박을 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채 "우리는 러시아에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러시아에 가까운 사람들은 이를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가 지금 (종전을 위한)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매우 조속히 알게 될 것이지만, 탱고를 추기 위해서는 2명이 필요하며 우크라이나 역시 협상을 타결 짓기를 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그들은 매우 심한 타격을 입고 있는 중이며 나는 그들이 협상을 타결하길 원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대대적인 공격을 가해 최소 12명이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는 "지난밤의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평화에 대해 논의하는 와중에 미사일이 발사됐고, 그것은 기쁜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어 러시아의 폭격이 계속 이어지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중재나 압박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 질문에는 1주일 안에 대답하고 싶다.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현지언론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움직일 지렛대가 부족한 상황이며 그 때문에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유권 인정과 같은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일부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협상 실패의 책임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복잡하고 난해한 협상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까지 보내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