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무인점포.
아무도 없는 무인 매장 안으로 들어온 한 손님이 필요한 물건들을 골라 담은 뒤 계산을 하기 위해 키오스크 기계 앞으로 다가섭니다.
상품의 바코드를 찍고 결제를 진행하는 그 순간, 무슨 이유 때문인지 계산에 실패했다는 음성이 나옵니다.
하지만 재결제를 하지 않는 손님은 상품을 모두 들고 가게를 그냥 나가버립니다.
[무인 매장 점주 : 손님이 오면 그 기록이 남아 있어요. 몇 시 몇 분에 손님이 왔는데 계산이 안 돼 있으니까 '아, 이 사람은 계산 안 하고 갔네' 하고서 CCTV를 좀 돌려보는 거죠.]
지난 4일 점주는 CCTV 영상을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포착했습니다.
[무인 매장 점주 : 3월 24일부터 포착이 돼서 8번 정도 왔더라고요.]
이 손님은 매장을 여덟 번 방문하는 동안 상품을 결제할 때 신용카드를 일단 댄 뒤 전체 취소를 하고, 때로는 IC칩이 있는 방향을 반대 방향으로 꽂아 계산에 실패하게 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또 심지어는 신용카드가 아닌 신분증을 넣으면서 CCTV에 결제하는 것처럼 속여왔던 겁니다.
[무인 매장 점주 : 신분증을 가짜로 이렇게 넣고 계산하는 척을 하고, (완료된 것처럼) 시늉만 하고 갖고 나가는 거예요.]
이렇게 반복되는 무단 절취 행위에 화가 난 점주는 가게 벽면에 CCTV 사진을 가득 붙였습니다.
모든 사진 속엔 해당 남성의 얼굴이 일부 가려진 채 다양한 각도로 담겼습니다.
[무인 매장 점주 : 5년 동안 지금 무인 점포 4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진짜 이런 경우는, 이런 사건은 처음인 것 같아요. 냉동식품을 올 때마다 매일 가져가니까 여기다가 그냥 아예 딱 대놓고 붙여놓은 거죠.]
그로부터 며칠 뒤, 다시 가게를 찾은 이 남성.
자신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한참 동안 그 경고문을 응시합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아예 결제하는 흉내도 내지 않고 물건을 갖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무인 매장 점주 :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자기 얼굴 붙어 있으면 머뭇 머뭇하거나 그냥 안 훔치고 가거나 이렇게 해야 되는데, 그냥 매번 하던 것처럼 치킨이나 햄버거 이런거 음료수 갖고 그냥 나가요.]
지난 두 달 사이 가게에서 물건을 가져간 횟수만 11번.
심지어 하루에 두 번 방문한 날도 있었습니다.
[무인 매장 점주 : 근처에 좀 돌아다니는 친구들한테 사진 같은 걸 보여주고 부탁을 좀 해놨어요.]
[점주 친구 : 저희가 한 일주일 동안 계속 반복을 하고 있었고, 걸음걸이가 이상한 사람이 오는 거예요. 비슷한 사람이, 저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이러고 이제 그때 지구대에 전화를 한 거예요.]
결국 경찰에 체포된 해당 남성, 매장에서 300미터 반경에 거주하며
상습 절도를 저질러 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 : 처음에는 변명을 하고 했는데 어제 조사 받을 때는 다 인정을 하셨어요. 구속이 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취재 : 정희재 김희정, 구성 : 심우섭, 영상편집 : 김나온, 제작 : 모닝와이드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