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SBS 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은 우리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을 것 같은 저열한 인간들의 향연이다. 비상식, 비정상적인 상황의 연속이지만 드라마는 갈등과 파국 그리고 막장 요소가 강할수록 재미있는 법이다. 이 시리즈는 자극적 설정과 극단적 전개, 충격적 반전으로 인해 한번 보기 시작하면, 쉽게 끊을 수 없는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삶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이 있는가 하면, 필연처럼 여겨지는 우연도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인생의 희비가 교차한다. 누구나 선택의 결과를 예측하며,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하려고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다.

'악연'은 7명의 주요 캐릭터를 통해 나의 선택이 오롯이 나의 삶만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 나비효과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종국에는 인과응보, 자업자득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 시리즈를 다 보고 나면 한글 제목인 '악연'과 영어 제목인 '카르마'(Karma: 업보)는 인과 관계처럼 여겨진다.
도덕적 결함을 갖춘 악인들이 주인공인 '악연'은 피카레스크 장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인물들의 개별 사연이 나열되지만, 중반부인 3회를 넘어서면 이들이 먹이 사슬처럼 엉켜있는 사이임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악연'이다.
1화의 주인공은 사채빚을 진 남자, 2화의 주인공은 시체를 유기한 남자, 3화의 주인공은 죄지은 자들, 4화의 주인공은 상처받은 여자다. 각 에피소드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악연'에는 이름이 있는 캐릭터와 이름이 없는 캐릭터들이 혼재돼 있다. 캐릭터의 이름이 중요하지 않아 명명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후반부 이들의 이름이 발화될 때 그 자체로 반전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악연'은 사건을 먼저 제시하고, 사건의 배경이 되는 원인을 나중에 공개하는 이야기 구조를 띤다. 이는 반전의 묘를 선사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사채남'(이희준)은 사채로 인해 인생의 끝자락에 내몰리자, 아버지를 살해해 사망 보험금을 타 내려는 계획을 세우고 조선족 길룡(김성균)에게 뺑소니 사고를 의뢰한다. 사채남은 곧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지만, 길룡의 시행착오로 인해 당초의 계획이 틀어져 버렸음을 알게 된다.
'안경남'(이광수)은 성공한 한의사로 아름다운 여자와 데이트하기 위해 돈을 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는 연인인 유정(공승연)과 달콤한 하룻밤을 보내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이고 만다.
예상치 못한 사고에 당황한 안경남은 시체를 유기하기로 하고 실행하던 중 '목격남'(박해수)를 발견하게 된다. 목격남을 돈으로 매수한 안경남은 그와 함께 시체를 야산에 묻고 현장을 벗어난다. 완전 범죄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안심하던 찰나, 목격남은 안경남에게 비밀의 대가로 거듭 돈을 요구한다.

욕망과 이기로 가득한 '나쁜 놈들'만 모은 탓에 마음이 가는 캐릭터는 거의 없다. 시청자들은 거리두기를 하며 인물들의 만행을 목도하게 되고, 혀를 끌끌 찰 뿐이다.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는 비도덕적 행동을 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이익을 가책 없이 누리며, 후회나 반성은 철저히 외면하는 인물들이다. 시리즈를 연출한 이일형 감독의 시선 역시 악인 캐릭터들을 이야기의 재료이자 토대로 충실히 사용할 뿐, 등장도 퇴장도 가차없다.
징글징글한 악인들이 활약하며 만들어내는 충격과 반전의 이야기는 다중 플롯의 구조와 만나 시너지를 낸다. 극본과 연출의 영리함도 돋보이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활약이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사채남을 연기한 이희준은 부채의 악연에서 벗어나기 위해 패륜 범죄도 불사하는 금수의 모습을 동물적 연기 감각으로 소화해 냈다. 또한 여러 작품에서 지적인 이미지로 익숙했던 박해수는 '목격남' 역할을 맡아 양심도 염치도 없는 밑바닥 인생 캐릭터를 화려한 테크닉으로 연기해 냈다.

주요 캐릭터 중 가장 이질적인 인물은 외과의사인 주연(신민아)이다. 유일한 피해자 캐릭터인 주연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해 드라마의 주제 의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