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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테슬라! No 맥도날드!" 미국 불태우는 유럽의 진짜 고민 [스프]

[온더스팟] 곽상은 파리 특파원

스프 온더스팟
 

지구 저편엔 또 무슨 일이 벌어졌나, 우리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깊이 있고 생생한 글로벌 지식뉴스를 전해드립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유럽에서 반미 정서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미국산 제품을 사지 말자는 #보이콧_USA 운동이 일어나는가 하면 테슬라와 맥도날드 같은 미국 미국 브랜드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유럽의 반발과 고민 짚어봅니다.


No 테슬라! No 맥도날드! 미국 불태우는 유럽
Q. 유럽 곳곳에서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기업과 관련한 방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고요?

A. 
네 그렇습니다. 지난달 29일 독일 북서부의 오테르스부르크라는 도시의 테슬라 매장 앞에 주차돼 있던 차량 7대에 불이 났습니다. 전소가 됐고요. 독일에선 앞서 2월부터 드레스덴, 베를린 등 곳곳에서 테슬라 매장과 관련된 화재가 잇따랐습니다. 방화로 추정되는 사건들이고요. 비슷하게 이탈리아 로마 외곽에서도 테슬라 매장에 있던 차량 17대가 무더기로 불에 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테슬라 방화 사건은 이곳 프랑스에서도 종종 일어나고 있는데요. 지난달 초엔 중부 툴루즈라는 곳에서 테슬라 차량 8대가 불에 탔고, 3월 말엔 남동부 생샤몽이라는 지역의 한 마트에서 테슬라 전용 충전기 10여 대가 무더기로 방화의 표적이 됐습니다.

최근엔 맥도날드까지 이런 방화 공격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프랑스 남서부 소도시 몽트랍에 건설 중이던 맥도날드 신규 매장에 불이 붙었는데요. 사건 직후 '반항하는 감자튀김들'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정체불명의 단체가 언론사에 성명을 보내서 '우리가 이 방화 사건을 저질렀다'라고 고백을 했고요. 성명서에서 '미국 기업 맥도날드가 보이콧, 즉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감소하자 이를 만회하려고 곳곳에 대규모로 신규 매장을 내려 한다'면서 '이런 정책에 반대한다'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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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화 사건들과 관련해 아직 범인이나 용의자가 붙잡혔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하는 개인이나 단체, 무정부주의자들이나 반 파시스트 단체들이 연관됐을 수 있다 이런 추정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이키 대신 아디다스...유럽은 지금 '보이콧 USA'
Q.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 보이는데 유럽 곳곳에서는 '보이콧 USA'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요?

A. 네. 유럽 내에선 미국 상품의 불매를 장려하는 '#보이콧USA'라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을 고르는데 미국산을 자주 써왔던 사람들에게 이런 대체품이 있다고 알려주는 정보 제공을 주로 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미국산 나이키 브랜드 대신에 독일의 아디다스나 스위스 브랜드 온 같은 상품을 안내해 주는 거죠.

또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미국 기업들 이런 것들이 있다, 이런 상품들이 있다'라고 해서 공유를 해줘서 미국산 소비를 자국산, 유럽산 소비로 대체하자는 주장들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곳 프랑스에서 현지 매체가 지난달 공개한 여론 조사를 보면 프랑스인의 62%가 이런 불매 운동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고요. 32%, 그러니까 3명 중 1명은 이미 이런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답을 했습니다.

조사 기관이 응답자들의 프로필을 분석해 봤더니 일반적으로는 구매력이 높은 계층, 연령적으로 살펴보니까 노년층에서 이런 불매 운동의 흐름이 강하게 나타났고요. 정치적으로 보면 스스로를 좌파, 중도, 중도 우파라고 말한 사람들 사이에서 불매 운동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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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떤 미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코카콜라, 맥도날드, 테슬라 같은 기업들이 주 타깃으로 조사 됐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식품이나 외식 관련 브랜드들로서 대체품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제품들이 아무래도 불매운동에 쉬운 타깃이 되는 거죠.

제가 마트에서 파리 소비자들을 인터뷰했는데 통계에서 나타난 것과 비슷하게 불매운동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공감한다고 답한 비율들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미셸 | 파리 시민
저는 이미 미국 제품을 많이 사지 않습니다. 맥도날드에서 식사하지 않고 테슬라도 사지 않습니다.
 
리자 | 파리 시민
가능하면 미국산 구매를 피하고 프랑스 상품의 생산을 촉진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 여행도 줄어서 미국 국제무역청 자료를 보면 지난달 미국에서 1박 이상 머문 서유럽 관광객 숫자를 봤더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17%나 급감을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이라고 나오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문제로 미국과 갈등하는 덴마크에선 더 구체적으로 다양한 활동들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연기금이 테슬라 주식을 투자처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유럽산 제품에 별 표시를 해서 소비자들이 이게 유럽산인지 아니면 미국산인지 구분할 수 있도록, 유럽산 구매를 장려하도록 하는 슈퍼마켓 체인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Q불매 운동이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군요. 이런 불매 운동이 실제로 미국 기업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는 건가요?

A. 테슬라의 판매 부진은 실적으로도 수치로도 확인이 됩니다. 지난 1분기 유럽 판매 물량을 보면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각각 55%, 네덜란드에서 50%, 프랑스에서 41% 판매가 급감을 했고요. 자동차 생산 강국 독일에서는 무려 62%나 판매량이 뚝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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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맥도날드 같은 식품 외식 기업의 판매 실적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변화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자료가 나오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전 세계적인 판매 감소가 예상되고 이로 인해서 주가 하락, 주가 부진이 예상된다는 주식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냐, 혹은 이런 불매 운동이 장기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것이냐 하는 질문으로 가면 그렇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꽤 많이 있습니다.

특히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 미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하다시피 하고 있는 검색 엔진이나 소셜 미디어, 소프트웨어 메신저와 같은 디지털 분야는 유럽 소비자들이 미국산을 거부했을 때 마땅한 대체제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최근 세계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선 미국산과 유럽산 제품 구분법 등을 공유하며 불매운동 동참을 지원하는 페이지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한 독일 매체는 '유럽 소비자들이 미국 플랫폼 레딧에서 미국산 불매 운동을 조직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목격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는 유럽의 친구인가? 적인가?
Q. 불매 운동 수준을 넘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행보에 대해서 유럽에서 정치적인 반감 흐름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현지에서 보시기에는 어떻던가요?

A. 지난달 프랑스 매체의 의뢰를 받아서 한 여론조사 업체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폴란드, 루마니아, 덴마크 등 유럽 9개국에서 성인 대상 조사를 했는데요. 단도직입적으로 '트럼프가 유럽의 적이냐 친구냐'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과반인 51%가 적이라고 답을 했고요. 친구라고 답한 비율은 9%에 그쳤습니다. 친구도 적도 아니다라는 의견은 38%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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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란 응답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어디였을까요? 최근에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며 군사적인 방법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으름장을 놓고 위협적인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트럼프 때문에 반미 감정이 굉장히 높아진 덴마크였는데요. 적이라는 의견이 66%, 그러니까 3명 중에 2명은 '트럼프는 유럽, 우리의 적이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순으로 트럼프를 유럽의 적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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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트럼프가 민주적 원칙을 존중하는 지도자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가장 많은 비율인 응답자의 43%는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라고 평을 했습니다. 우리가 보통 권위주의적인 리더십,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라는 표현을 많이 쓸 때 러시아나 중국 쪽을 많이 언급하는데요.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도 이쪽으로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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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뒤를 이어서 비슷한 비율로 39%는 '독재자 같다'고 하면서 더 심하게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민주적 원칙을 존중하는 지도자'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13%에 그쳤습니다. 이 질문에서도 역시 덴마크와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에서 부정적 인식이 높아서 이들 국가에서는 절반 이상이 트럼프는 독재자처럼 행동하는 지도자라고 평가를 했습니다.


중국처럼 '맞불 관세'? 유럽연합의 고민은?
Q.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대해서 유럽 사람들 생각은 좀 어떤가요? 중국처럼 보복 관세, 맞불 관세로 맞서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A. 예 그렇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유고브라는 업체가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덴마크 등 서유럽 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요. 7개국 모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과 관련해서 경제적인 악영향이 있을 거라고 우려하면서도 맞서서 보복 관세로 대응해야 된다라는 데 찬성하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도 덴마크 여론이 가장 강경했는데요. 무려 79%가 보복 관세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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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인터뷰한 파리 사람들 중에서도 유럽은 물론 무차별 관세로 공격을 당한 많은 나라들이 함께 힘을 뭉쳐서 트럼프의 일방주의와 변덕에 맞서 받아서 대응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강조하는 젊은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루이스 | 파리 시민
우리는 보복하고 대응해야 하며, EU와 전 세계가 트럼프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보복 관세로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쪽도, 트럼프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달래고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쪽도 모두 이런 관세 전쟁의 흐름 속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출업계의 근로자들이 겪게 될 고통에 대해서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었습니다.

Q. 유럽연합도 지금 미국하고 관세 협상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EU와 미국의 지금 관세 협상 진행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이건 어떻게 보시나요?

A.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부르며 대대적인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한 날, 유럽에선 분노의 날, 인플레이션의 날이란 날 선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현재 이 상호 관세가 중국을 제외하고는 90일간 유예가 됐잖아요. 하지만 어쨌든 시한부이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각국이 트럼프 정부와 협상을 통해서 자국에게 부과된 관세를 조금이라도 낮춰보려고 지금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유럽도 예외가 아닙니다.

트럼프는 유럽연합을 '미국을 뜯어먹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라고 비난을 했는데 트럼프의 시각은 이런 겁니다. 현재 미국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일방주의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게, 미국 경제 몸집이 워낙 크고 힘이 강하다 보니까 1대 1 협상에서 각국을 상대할 때는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나라가 없고 따라서 힘으로 짓눌러서 미국이 원하는 바를 다 얻어낼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데 그 예외가 제2의 경제 대국 중국인 건데, 지금 그래서 양국 간의 관세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잖아요. 그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게 유럽 연합입니다. 그러니까 유럽 국가들을 트럼프 입장에서는 각개전투로 상대하면 게임이 안 되는데 EU로 뭉쳐서 몸집을 키워서 덤비려고 하니까 그만큼 협상력을 갖게 되는 상대가 되는 거죠.

하지만 EU는 경제 규모와 수준이 서로 다른 여러 국가들의 연합체여서 관세 등 경제 정책에서 대응하는 정책을 집행할 때 하나로 의견을 모으는 게 늘 쉽지만은 않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EU로 뭉쳐 있다고 해도 지금 경제 규모를 비교하면 미국의 50~60% 정도로 여전히 협상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요즘 미국에 맞서는 중국이 힘을 합쳐서 대응을 해야 한다며 유럽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인데요. 선뜻 손을 잡기도 유럽으로선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의 권위주의적인 정부가 경제를 컨트롤하는 데 대한 기본적인 불신이 있는 데다가 현재 미국의 관세 여파로 판로를 잃은 중국산들이 유럽 시장으로 대거 쏟아져 들어오는 것 아니냐라는 경각심까지 굉장히 높아진 상태거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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