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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6개월 지나서야 "붙으셨습니다"…'위키드' 초록 마녀로 모든 게 바뀌었다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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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보는 게 취미생활'이라는 마음으로 무명 시절을 견뎌냈습니다. 배우를 그만둘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초록마녀 엘파바를 만난 이후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한국의 엘파바, 한국의 엘사로 불리는 뮤지컬 배우 박혜나 씨 얘깁니다.

8차에 걸친 치열한 오디션, 6개월간의 기다림 끝에 '위키드' 한국어 초연의 엘파바 역을 맡은 박혜나 씨.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엘사 한국어 노래 더빙까지 따냈고 '렛잇고' 열풍 속에 주목받는 배우가 되었습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공백기 이후 복귀도 '위키드'로 이뤄졌는데요, 만삭 때 영화 '위키드'의 엘파바 한국어 노래 더빙 오디션을 봤고, 출산 1개월 만에 녹음을 마쳤습니다. 피부에 초록빛이 남을 정도로 몰입했던 '위키드'. 아직도 이마에 남은 마이크 자국까지, '위키드'가 자신의 뿌리 같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박혜나 씨 이야기, 직접 들어보세요.

박혜나 씨가 출연한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 260회 본편 풀영상은 아래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위키드가 되게 의미 있는 작품이었을 것 같아요.

박혜나 배우 : 사실 그렇습니다. '너는 잘하는데... 너는 참 잘하는데(한숨)'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잘하는 걸 인정해 줘서 고맙긴 한데 '잘하긴 잘하는데 무엇을 더 어떻게 해야 배우를 할 수 있는 거야? 역할을 딸 수 있는 거야?' 사실 뭐 없잖아요, 솔직히. 제가 박혜나에서 김혜나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좀 막막했던 때였어요. 사실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았나 봐요. 그러면 안 됩니다. 용기와 희망을 서로에게 주셔야 됩니다. 아무튼 그때 마인드를 바꿨어요. 그래서 '혜나야 너 그만둘 거야?' '아니. 이 일 빼고 잘하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이 없어'라는 결론에 도달하니까. 사실 부모님도 공무원이 되길 바라셨어요. 그래서 교직 이수도 했었거든요. 학교 다닐 때.

김수현 기자 : 어떤 과목이요?

박혜나 배우 : 연극이죠? 제가 전공이 연극영화과여서. 항상 한 발을 뺀 느낌이었다가 '이제는 두 발 다 담가보자, 가보자' 그래서 목표를 '그래! 나의 오디션은 나의 취미 생활이야. 오늘도 취미 생활을 하러 가자' 이렇게 바꾸면서 춤도 아침 9시부터 발레, 현대무용, 재즈 배우고 노래 레슨 받고 (시간) 남으면 헬스장 가서 운동하고. 뭐 그렇다고 해도 살은 안 빠지더라고요. (웃음) 그러면서 건강하게 제 내면과 외면을 다졌던 시간이 2년 정도 있었어요. 그 기간 동안에도 오디션 다 떨어졌었죠.

그런데 위키드 내한 공연을 봤어요. '너무 재밌다. 저 보컬 나랑 잘 맞는 것 같은데' 생각하고 잊고 있다가, 한국에 위키드 오디션이 뜬 거예요. 저는 취미 생활이 뮤지컬 오디션이기 때문에 당연히 지원을 했고. 근데 주변에서 글린다를 지원하라는 거예요. 제가 지금은 성격이 많이 변했지만 예전에는 내성적이고 현모양처 같은 면이 있었거든요. '글린다? 나는 엘파바가 더 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있어서 엘파바로 오디션 원서 접수를 해서 7차인가? 중간에 오디션 보다가 택시 타고 집에 가는데 다시 불러서 오디션 끝나고 다시 간 적도 있을 정도로.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도대체 날 뭘로 쓰려는 걸까?'

오디션 끝난 다음에 6개월이 지났나, 감감무소식인 거예요. 그렇게 열심히 오디션을 봤는데 6개월이나... 그래서 마음을 접고 '나의 가능성을 인정해 준 것 같았는데 이번에도 내 것이 아니구나. 내 것이 아니라서 안 왔나 보다'. 친구인 백은혜 배우와 커피숍에서 차 한 잔 하고 있는데 에스엔코 사장님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혜나 씨' '안녕하세요' '너무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저 오디션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니 아니 아니요, 붙으셨습니다'

김수현 기자 : 근데 왜 죄송합니다부터 해요.

박혜나 배우 : 그러니까요. '연락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라는 거예요.

이병희 아나운서 : 앞뒤 다 빼먹고 죄송합니다부터. (웃음)

박혜나 배우 : '아유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게 아니라' '됐습니다' 은혜랑 둘 다 내성적이고 남한테 피해 주는 거 싫어하는 성격이라 커피숍을 뛰쳐나가서 '으아아아아!' 소리 지르고 다시 들어왔던 기억이 있어요.

김수현 기자 : 그렇게 한참 있다가 합격 발표를 주네요?

박혜나 배우 : 네. 스스로 좀 뿌듯했던 기회였고, 또 위키드를 통해서 다른 많은 기회들을 얻게 되었고 경험하게 되었고. 그래서 항상 인터뷰마다 이야기하지만 저한테는 나무의 뿌리 같은 작품이죠. 제가 자라나고 어딘가를 향해서 나뭇가지를 뻗어 나갈 때 항상 든든한 중심이 되어 주는 작품인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엘파바라는 캐릭터하고 본인하고 좀 닮은 데가 있으세요?

박혜나 배우 : 글쎄요. 사실 외국에서 온 크리에이티브 팀 리사 연출은 '너의 내면에 엘파바가 있다'라고 했거든요. 글쎄요. 그거는 제가 역할을 만나기 전까지 경험해 온 좌절과 실패와 아픔이 쌓이면서 내면에 있었던 게 엘파바와 맞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것들이 '어, 쟤 엘파바가 보이네?' 그러면서, 한 번도 대극장 무대에서 주인공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위키드라는 큰 상업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데 그런 면이 보이지 않았나. 위기였던 것들이 저한테 기회를 준 그런 좋은 경험으로. (그런데) 지금은 (엘파바랑) 많이 안 닮은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그래요?

박혜나 배우 : 예전에 비해 좀 많이 밝아져서.

김수현 기자 : 그래요. 초록 마녀잖아요.

박혜나 배우 : 근데 제가 생각하기에도 오늘 샵을 다녀왔는데 이거보다 초록 분장이 참 잘 어울렸던 것 같은. 모두가 인정했었어요. 너는 참 초록 분장이 잘 어울린다. 어느 날은 퇴근할 때 초록색으로 그냥 간 적도 있고.

김수현 기자, 이병희 아나운서 : 진짜요?

박혜나 배우 : 귀찮아서 그냥 간 적도 있어요. 1년을 하다 보니까 그게 제 피부 같고 위화감이 없었어요.

김수현 기자 : 근데 진짜 온몸에다가 그렇게 칠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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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나 배우 : 초연이 끝나고 1년 정도 공연을 했었거든요. 그랬더니 아무리 세수해도 연둣빛이 도는 거예요.

김수현 기자 : 폼 클렌징 해도?

박혜나 배우 : 안 지워지죠. 다 빠지는데 시간이 1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그럼에도 자랑스러운 훈장 같아서. 그리고 아직도 마이크 자국이 남아 있어요. 무대 할 때 모자를 쓰는데 마이크를 여기에 달았어요. 다른 뮤지컬들은 다 여기에 다는데 무대에 있는 캐릭터들을 더 현실감 있게 보여주기 위해서 안 보이는 위치에다가 마이크를 채웠거든요. 제가 이마가 좀 튀어나온 편이다 보니 마이크를 두고 모자를 쓰니까 눌려서, 1년을 계속 누르니까 마이크 자리가 생기더라고요. 한번 만져보실래요? 아직도.

김수현 기자 : 어머, 약간 그런 것 같아요.

박혜나 배우 : 웃기세요? 만약 제가 또 위키드를 하게 되면 마이크 자리 여기입니다. 마이크 자리 안 찾으셔도 됩니다. 훈장 같아요.

김수현 기자 : 몇 시간 걸려요? 다 칠하는데?

박혜나 배우 : 사실 오래 안 걸려요.

김수현 기자 : 그냥 막 칠하면 되는 거죠.

박혜나 배우 : 아까 보셨다시피 분장의 세계? 붓이 이만하거든요. 그래서 물을 한 번 착착 바르면 끝나요. 피부가 오히려 빨리 끝나요. 그리고 마르기 전에 빨리 칠해야 붓 자국이 안 남기 때문에. 그래서 보시기에는 어렵고 오래 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일반 뮤지컬 분장에 비해서는 오래 안 걸렸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진짜 땀 나도 잘 안 지워져요?

박혜나 배우 : 그리고 티가 잘 안 나요. 왜냐하면 물로 펴 바른 거잖아요. 땀도 수분성이기 때문에 지우는 게 아니라 묽어진 느낌.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오래 하다 보니까 이미 착색이 되었기 때문에. (웃음) 이건 농담이고요. 사실 엘파바한테는 초록색 조명이 비쳐요. 어느 날은 그냥 무대에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제가 분장한 줄 알더라고요. 초록색 조명 때문에.

이병희 아나운서 : 진짜 안 했는데도?

박혜나 배우 : 그랬었죠.

이병희 아나운서 : 그럼 다른 사람이 만져도 안 묻어요?

박혜나 배우 : 묻어나지 않고 말라 있어서 그냥 피부 만지는 것처럼, 물론 그 사람이 손에 땀이 있거나 뭔가 물기가 있어서 그러면 조금 묻겠지만.

김수현 기자 : 위키드 중에서는 어떤 장면을 제일 좋아하세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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