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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장애 가족 비극…"장애 아동 피살률, 전체 아동의 6배"

반복되는 장애 가족 비극…"장애 아동 피살률, 전체 아동의 6배"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집회(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지적장애를 앓는 초등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여성에게 지난 14일 검찰이 징역 8년을 구형했습니다.

이혼 후 혼자 아들을 키우다 작년 11월 전북 김제시의 농로에 세운 차량에서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이 여성은 범행 직후 경찰에 자수하며 "사는 게 힘들어서 아들을 먼저 보내고 따라가려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같은 비극이 끊이지 않으면서 타살로 생을 마감하는 장애아동은 전체 아동과 비교해 인구 대비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18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의 최신 통계인 '장애인건강보건통계'에 따르면 2022년 가해(타살)로 사망한 0∼9세 장애인은 인구 10만 명당 6.1명입니다.

장애아동 사망원인 중 6위였습니다.

최근 7년간 추이를 보면 2016년 8.0명, 2017년 7.5명, 2018년 3.5명, 2019년 10.0명, 2020년 3.2명, 2021년 3.1명 등 매년 평균 장애아동 10만 명당 5.9명꼴로 살해됐습니다.

동일 연령대 전체 아동 중 가해로 사망한 경우는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0.8명으로, 매년 1명 안팎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장애아동 피살률이 6배가량 높은 것입니다.

통계만으론 장애 아동의 정확한 피살 경위를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김제 사건처럼 부모 등 보호자가 장애인 자녀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2023년 11월에도 서울 은평구에서 30대 여성이 집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1급 중증장애인인 8살 아들을 살해했습니다.

여성은 자살을 시도했지만 살아남았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여성은 홀로 장애 아이를 키우며 처지를 비관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자녀 살해는 명백한 범죄지만,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는 것과 관련해선 장애 가족의 극심한 고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미옥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장애 아동과 비교 시 타살로 사망하는 장애 아동의 비율이 높은 것은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봐야 하는 데이터"라고 말했습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부모 대부분이 결혼하고 막 아이를 낳은 30대 사회 초년생인데 월급 대부분을 아이 치료비로 부담하고 병원에 오가는 현실에 부딪치다 보면, 혼자 모든 짐을 떠안고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장애 아동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 비장애 아동에 비해 더 많은 장애 아동이 비극적 죽음을 맞는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장애 아동 가족에 대한 국가의 조기 개입이 체계화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미옥 교수는 "작년 6월 새롭게 도입된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를 이용한 보호자들이 자살 생각이 줄었다고 증언했다"며 "장애 아동과 부모가 기댈만한 서비스를 계속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장애 아동 가족의 정신건강도 돌보는 것도 국가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상담 서비스가 있지만, 정작 홀로 자녀를 키우는 고위험군의 경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 이들이 일시적으로 쉴 수 있는 서비스 등이 도입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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