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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심화되는 기술격차…한국은 대체불가능한 '퍼즐'을 갖고 있나?"

- 제1회 [SBS X 그랜드 퀘스트] 이정동 서울대 교수·이정애 SBS 미래부장 인터뷰

[취재파일] "심화되는 기술격차…한국은 대체불가능한 '퍼즐'을 갖고 있나?"
오는 24일(목),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리는
제1회 <SBS X 그랜드 퀘스트> 포럼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SBS X 그랜드 퀘스트>는 SBS와 SBS문화재단,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공동 주최합니다.
올해 첫 여정을 시작한 <SBS X 그랜드 퀘스트>는
SBS 사회공헌 지식 나눔 프로젝트 'SBS D포럼'을 제작하는
보도본부 미래부의 노하우를 통해 탄생했으며, 과학·기술계 전문 포럼을 지향합니다.
 


안녕하세요. 미래 사회를 위한 사회적 실험과 깊이 있는 통찰, 혁신적인 도전을 소개하는 뉴스레터, SDF(SBS D포럼) 다이어리입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예고해 드렸던 제1회 <SBS X 그랜드 퀘스트> 포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술주권 확보, 그 10가지 질문'이라는 제목 아래 오는 24일(목), SBS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올해부터 <SBS X 그랜드 퀘스트> 포럼을 공동 개최하게 된 것인데요. 이번 포럼은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정책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미래 기술주권 확보를 위해 과학기술계 최고 석학과 업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귀중한 자리입니다. 지난 8일, 제1회<SBS X 그랜드 퀘스트>포럼을 기획 및 제작한 류란 기자가 이번 포럼의 기획자인 이정동 교수(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과학과 기술의 미래 클러스터장)와 이정애 SBS 미래부장(보도본부 기자)를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진행·글: 류란 기자, peacemak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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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제1회 <SBS X 그랜드 퀘스트> 포럼의 제작에 참여한 류란 기자입니다. 두 분께 이번 포럼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취지를 여쭙고자 합니다. 과학·기술 전문 포럼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형식인데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정애 SBS 미래부장
'그랜드 퀘스트'와의 인연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해 SBS D포럼에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공동연구를 하던 중 이정동 교수님을 통해 '그랜드 퀘스트' [1]를 알게 되고, 그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기술주권의 중요성에 공감한 SBS문화재단에서도 <SBS문화재단 그랜드 퀘스트 프라이즈>를 시작했고, 매해 두 분의 교수님들을 선정해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2] 그러던 중 최근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트럼프 2기 관세 이슈 등으로 대응 필요성이 커지면서, 'SBS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는 고민 속에 그랜드 퀘스트를 포럼으로 확장·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그랜드 퀘스트'가 학계 중심으로 10~15년 후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준비를 논의했다면, <SBS X 그랜드 퀘스트>는 산업계 전문가까지 아우르는 식으로 실효성을 더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언론사로서 정부나 정치권에 과학기술 이슈를 알리는 역할을 통해 변화의 추동력을 높이고자 하였습니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
그랜드 퀘스트 프로젝트는 한국 산업의 펀더멘탈(기초)이 약해지고 있고, 그 근본 원인이 우리 산업계에 미래를 향한 도전적인 목표 제시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글로벌 선진국들은 첨단 과학기술을 이끌고 가는 학계가 먼저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산업계가 받아 스케일업하면서 새로운 산업의 로드맵을 만들어 갑니다. 한국도 이제 추격을 넘어 진정한 기술선진국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도전적 문제를 던지고 키워가는 루틴을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계가 먼저 나서서 이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 하에 '그랜드 퀘스트'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이런 취지에 공감해주신 분들이 많아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2년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차원에서 그런 방향의 연구를 이어왔고,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이 이야기를 나눌 방법을 고민해왔습니다. 그동안은 주로 과학기술계의 전문가나 후속세대들과 대화해왔는데요, SBS 미래부에서 산업계와 밀접한 논의를 해보자는 제안을 해 주셔서 저희가 평소에 품었던 뜻과 잘 맞는다고 느꼈고, 적극적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1] '그랜드 퀘스트'는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과학과 기술의 미래 클러스터장인 이정동 교수가 처음 제시한 이니셔티브로, '아직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지만 해결할 경우 관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도전적 질문'을 의미한다.
[2] 2024년 제1회 <SBS문화재단 그랜드 퀘스트 프라이즈> 수상자를 인터뷰한 SDF다이어리 ☞ (클릭!)


Q. 산학 협력은 그 필요성에 비해, 실행이 쉽지 않습니다. 실제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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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SBS 미래부장
산학 협력의 어려움은 분명 존재합니다. 학계는 미래를 향한 상상 기반의 도전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업계는 현실성과 수익성을 중요시하죠. 서로의 관점이 다르다 보니 간극이 생깁니다. 그러나 바로 그 다름 때문에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場)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시각 차이를 확인하며 자극을 받고, 완벽한 합의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SBS가 언론사로서 플랫폼을 제공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
산학 협력은 상호 간의 '손뼉이 마주쳐야' 비로소 일이 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과거엔 양쪽 손바닥, 즉 과학기술계와 산업계 모두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학기술계는 진정으로 도전적 과제를 설정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고요. 산업계는 그간 선진국을 추격하는 방식으로 경쟁해 왔기 때문에, 작은 아이디어라도 스스로 키워나가는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쪽 모두 변화의 기류가 생기고 있습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저변이 확대되며 각 분야에서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고, 산업계는 기존 모델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서 새로운 로드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스케일업을 통해 새로운 로드맵을 개척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높아져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양쪽의 열기를 결집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께서 종종 언급하셨던 '추격자에서 선도자로'라는 표현은 포럼 제작 과정 내내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한국 산업의 발전 과정을 짚으면서, 왜 이제는 '선도자'로의 전환이 필요한지 깊이 있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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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동 서울대 교수
먼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한국 산업이 지난 반세기 동안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는 사실입니다. 거의 한두 세대 만에 농업 국가에서 세계적인 산업 기반을 갖춘 사례로 도약한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그래서 다들 한국의 성장을 기적이라고 합니다. 다만, 그 성공 모델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 온 것이죠. 지금까지의 발전은 흔히 '추격'이라는 단어로 표현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선진국이 제시한 로드맵을 따라 열심히 선진국을 따라잡으려고 달려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이 우리보다 이 추격에서도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지침이 되었던 로드맵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 빨리 바뀌고 있어서 열심히 쫓아가보면 이미 선진국들은 다른 로드맵 위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맞이한 진정한 도전은 '기존의 로드맵을 쫓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로드맵을 만드는 것'입니다. 새로운 로드맵을 만든다는 것은 기존 방식의 연장이 아니라,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희미하지만 첫 해답을 시작으로 점차 피드백을 받아가며 스케일업 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아직 충분히 익숙하지 않은 일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전환입니다. 기술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혁신의 비밀이기도 합니다.

Q. 대한민국이 마주하고 있는 '기술 격차의 위기'와 관련해 교수님께선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과 기술 주권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이정동 서울대 교수
지금 한국 산업은 여러 면에서 첨단 기술 경쟁 위기에 직면해 있고, 특히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각국이 '기술 주권'을 강하게 외치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과연 새롭게 짜여진 글로벌 기술 생태계 속에서 어떤 고유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글로벌 가치사슬 속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왔다면, 지금은 그 판이 급속히 바뀌고 있고, 그 속에서 '우리가 빠지면 성립되지 않는 기술', '대체 불가능한 퍼즐'을 갖고 있는가가 핵심 질문이 되고 있습니다. 단지 지금 잘하고 있느냐를 넘어, 앞으로 어떤 기술을 통해 독자적이고 고유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느냐를 솔직하게 성찰해야 할 시점입니다.

기술 주권을 이야기할 때 자주 독립 개념을 자칫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늘날의 기술, 특히 첨단기술은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이 퍼즐처럼 고유한 조각을 기여해 완성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다 갖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기술이 전체 기술 퍼즐판을 형성할 때 반드시 필요하고 결코 뺄 수 없는 것인가', 입니다. 이번 <SBS X 그랜드 퀘스트> 포럼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이 포럼을 통해 던져지는 수많은 질문들이 앞으로 성장해서 한국만이 갖고 있는 고유하고 대체 불가능한 기술, 즉 진정한 의미의 기술 주권을 실현하는 씨앗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Q. 개인적으로 이번 포럼의 기획에서 실행까지 상당히 고된 여정이었습니다. 특히 과학기술계의 난제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과정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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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SBS 미래부장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과학기술계의 깊고 복잡한 논의를 '대중의 언어'로 풀어내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번 포럼의 의의가 매우 큽니다. 우리는 지금 이질적으로 보였던 두 세계—과학기술계와 대중사회—를 연결하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그 실험이 가능했던 건, 함께해주신 교수님들이 진정성 있고 성실하게 임해주셨기 때문이고요.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 포럼이 단지 전문가들끼리의 담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자들, 산업계, 나아가 국민들과도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라는 겁니다. 기존의 SDF와는 또 결이 다릅니다. SDF가 글로벌 흐름을 국내에 소개하는 플랫폼이었다면, 이번 그랜드 퀘스트는 우리가 로드맵을 새로 만들어가는 국내發 담론의 출발점입니다. 향후 한국 과학기술 담론의 방향성을 전환시키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지난 20년간 SDF 제작을 통해 축적해 온 노하우가 없었다면, 이번 포럼을 발족하는 건 불가능했을 겁니다. 미래부가 가진 경험과 역량 덕분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부원들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SDF는 대중 포럼으로서 일반인들에게 좋은 지식을 널리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SBS X 그랜드 퀘스트>는 전문가 포럼으로 기획된 만큼 완전히 새로운 시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류란 차장 말처럼 이 논의가 그 분야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도 강하게 느꼈습니다. 과학기술이 특정 집단만의 것이 아니라 정부, 언론, 시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과학에 관심 있는 대중, 지식 콘텐츠에 열린 감각을 가진 사람들도 함께 할 수 있어야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미래기술을 열어가는 논의에 참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교수님들께도 부탁드렸던 게, 내용의 깊이는 유지하되 표현은 조금 쉽게 풀어달라는 것이었어요. 이 자리에서 나온 논의들이 5년, 10년 뒤 한국 산업과 사회의 방향을 바꾸는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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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들이 서로 다른 전공 간의 교류를 즐기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일 분야가 아닌 융합적 시도를 통해 학자로서 흥미와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이정애 SBS 미래부장
처음에는 포럼에서 10개의 퀘스트, 10개의 분야 모두를 다루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일부에선 "방송 문법에 맞게 몇 개만 골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죠. 그럼에도 10개 전 퀘스트를 모두 다루기로 한 이유는, 서로 다른 분야가 한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런 기회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었습니다. 보통은 AI 포럼이면 AI만, 바이오 포럼이면 바이오만 이야기하게 되니까, 관심 있는 사람들만 오고 서로 다른 분야 간의 접점은 생기기 어렵죠. 그런데 저희 포럼은 AI에 관심이 있어 참석한 사람이 대사 생물학이나 공간 디스플레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고민하는 문제와 구조는 다르지만 본질은 비슷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계 내부에서도 융합이 일어나고 있지만, 저희처럼 인문사회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또 다른 통찰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실제로 이번 포럼에서도 질의응답 시간에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적 질문들이 던져지고, 거기서 전혀 생각지 못한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도 있거든요. 이런 융합적 사고와 질문이 촉발되는 장이 바로 그랜드 퀘스트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처럼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엔, 이런 분야 간의 연결과 확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플랫폼이야말로 가장 귀한 자산이고,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Q. 그랜드 퀘스트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단순히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작동할 수 있는 조직의 문화나 DNA 수준의 변화가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
맞습니다. 단순히 질문 하나 던진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 조직의 리더십과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리더의 태도 변화입니다. '리더'의 직책을 가진 사람들, 또는 스스로 리더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열어 보겠다는 조직구성원들의 시도를 격려하고, 한 번 시도해볼 기회를 주고, 실패해도 거기서 교훈을 끌어내도록 이끌어주는 문화—그게 필요합니다. 물론, 자원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거나 무작정 실행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도전과제를 키워나갈 것인지 선별하고, 효과적으로 키워나가는 스케일업의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진국들이 지난 200년 동안 쌓아온 축적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산업은 '빠른 벤치마킹과 타당성 분석 →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 선택 → 총력 실행'의 루틴으로 성공해 왔습니다. 그래서 작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험하고 체계적으로 스케일업하는 루틴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경험이 꼭 필요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그랜드 퀘스트가 처음엔 작게 출발하더라도 작은 프로젝트로 짧은 기간 안에 실험해 보고, 그 교훈을 바탕으로 2단계, 3단계로 발전시키는 계단식 스케일업 전략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제대로 훈련되고 체화되어야 합니다. 결국 글로벌 챔피언 기업들은 이걸 해본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죠. 세상에 떠다니는 수많은 작은 그랜드 퀘스트들을 효과적으로 스케일업해 본 축적된 경험, 그것이 기술챔피언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반면, 한국은 지금까지 선진국에서 스케일업이 다 된 완성된 모델을 도입해 변형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도전적 목표를 세우고 스케일업을 해본 경험이 거의 축적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쌓아가야 합니다. 이번 그랜드 퀘스트 포럼이 그 축적의 대장정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이 가진 강점도 있습니다. 반도체,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산업 기반, 특히 제조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건 기존 세대가 만들어 놓은 튼튼한 기술혁신의 '모판'입니다.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다양한 산업현장이 있기 때문에 그랜드 퀘스트를 적용해보고 개선해나가면서 그 어떤 나라보다 잘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스케일업을 위한 물리적 현장이 잘 갖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한국 산업은 '반쯤 찬 컵' 같은 상태입니다. 그 절반 채워진 물을 잘 활용해 스케일업 경험을 축적해 간다면, 머지않아 세계를 리드할 기술로 잔이 가득 차게 될 것이라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조기대선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번 포럼의 연사들이 정책 관련 제언하신 내용들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
그랜드 퀘스트 포럼의 장기적인 목표는 산업과 과학기술 각 분야에서 도전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이것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제도적, 물리적,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실패가능성이 높은 도전적인 질문일수록 사회 전체가 함께 격려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자원과 시간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는 스케일업의 과정은 개별 연구자가 기업이 다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많은 기업들이 자원 부족으로 도전을 주저하게 되죠. 그래서 함께 쓸 수 있는 공동 실험 공간 같은 국가적인 스케일업 허브가 필요합니다. 이런 공적 기반을 만드는 일은 명백히 국가의 책무입니다. 곧 들어설 새로운 정부가 그랜드 퀘스트의 취지를 잘 받아들인다면, 단기 성과를 넘는 국가적 장기 전략을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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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SBS X 그랜드 퀘스트>를 기다리고 있는 청중과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주셔도 좋겠습니다.

이정애 SBS 미래부장
국내 최고 석학과 업계 리더들이 함께 하는 전문가 세미나, 포럼을 열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어디가 있을까요? 국내에선 삼성, LG, SK 같은 아주 소수의 대기업들만이 내부적으로 이 정도 수준의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이런 자리를 접하기 굉장히 드물다는 거죠. 저희 포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요, 관심만 있다면 현장에서 질문하고 논의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에 관심 있는 분들, 자기 분야에 도전적 질문을 품고 계신 분들께 정말 소중한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SBS 미래부는 '미래'라는 이름에 걸맞게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다음 이야기를 먼저 꺼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디지털이 그랬고, 지금은 AI와 그 이후의 패러다임 전환이 그 대상입니다. 이제는 미래가 지금 당장의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포럼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
이번 그랜드 퀘스트 포럼이 과학기술계나 산업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이제는 새로운 로드맵을 열어야 한다"는 자각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기서 소개되는 10개의 질문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도 좋지만, 이 포럼을 계기로 "내가 속한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우리만의 질문을 어떻게 던질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젊은 과학기술 인재들,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하거나 앞으로 이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세대에게는, 이 포럼이 눈높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작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더라도, 조금 더 큰 꿈과 긴 안목으로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이미 미래는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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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럼에선 '일반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 '미생물 세포공장 기반 온실가스 전환', '역노화 기술' 등 2025년 한국 산업계와 과학 기술계 각 분야에서 고민해야 할 중장기적 도전 과제가 공개됩니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 교수, 박남규 성균관대 종신석좌 교수,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 학계 최고의 교수들과 삼성, LG, SK 등 산업 분야의 대표 리더들이 해법 모색을 위해 머리를 맞댑니다. 단순한 원 사이드(one-side) 발표를 넘어 중장기적 난제들을 함께 토론하는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포럼 참석을 위해서는 온라인 사전 등록이 필요하며,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 혹은 아래 바코드에서 가능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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