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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실력행사에 결국 '퇴각'…내후년부턴 추계위서 정원 논의

의료계 실력행사에 결국 '퇴각'…내후년부턴 추계위서 정원 논의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증원 이전인 3천58명으로 오늘(17일) 확정되면서 지난 1년여간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몰고 왔던 '의대 2천 명 증원'이 결국 없던 일이 됐습니다.

곳곳에 상처를 남긴 2천 명 증원 후폭풍 같은 전철을 또다시 밟지 않기 위해 2027학년도 의대 정원부터는 전문가를 포함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의정 갈등이 재연될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작년 2월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2천 명 확대는 무려 27년 만의 증원이었습니다.

국내 의대 총 입학정원이 늘어난 것은 제주대 의대가 신설된 1998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오히려 2000년 의약분업 때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당시 3천507명이던 정원을 2006년 3천58명까지 줄인 적도 있었습니다.

이후 고령화 속에 의사 부족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몇 차례의 증원 시도가 있었지만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 번번이 막히면서 의대 정원은 19년째 3천58명으로 묶여있었습니다.

문재인 전 정부 때인 2020년에도 정부가 매년 400명씩 10년간 증원하기로 했다가 전공의 집단 휴직과 의대생 국시 거부 등 물리력 행사에 부닥쳐 물러섰고, 정부와 의료계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증원을 재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코로나19 유행이 가라앉자 정부는 9·4 의정 합의를 근거로 증원 논의를 재개한 끝에 각 의대 수요조사 등을 토대로 작년 2월 7일 2천 명 증원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파격적인 증원 규모에 의료계의 반발은 거셌습니다.

곧바로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의대생들도 휴학하는 등 집단행동을 반복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증원을 강행하되, 2025학년도 모집인원은 2천 명 대신 1천509명만 늘려 총 4천567명을 뽑기로 했습니다.

의정의 양보 없는 대립 속에 2025학년도 입시는 마무리됐지만 새 학기에도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자 정부는 결국 한시적 동결 카드를 꺼내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습니다.

1년을 넘긴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들의 피해, 장기적인 여파가 예상되는 의사 배출 절벽, 더욱 깊어진 의정간 불신 등 여러 상처를 남긴 채 의대 정원은 결국 19년째 묶여 있던 3천58명으로 다시 돌아간 것입니다.

엄밀히 말해 3천58명으로 돌아간 건 내년도 '모집인원'일 뿐, 의대 '정원'은 여전히 2천 명이 늘어난 5천58명입니다.

그러나 2027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5천58명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은 정부 직속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하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후속 조치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의대 증원 시도 과정에서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객관적·과학적 추계 체계를 갖춘다는 취지로, 추계위가 구성되면 '원점'에서 정원을 논의하게 됩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추계위는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의 독립 심의기구입니다.

추계위원은 정부 측 없이 15명 이내의 전문가로 구성하며, 공급자 즉 의료계 추천 전문가가 과반이 되도록 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 같은 법안에 반대 입장이지만, 의협이 위원 추천을 거부해도 추계위는 구성되기 때문에 의협도 추계위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추계위 심의를 바탕으로 정원이 결정되면 '일방적인 정책 결정'이라는 이유로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할 여지는 줄어듭니다.

다만 지난 1년여간 의료계는 대체로 증원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2027학년도 이후 정원을 두고도 추계위 내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진 않을 수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입니다.

또 의대 모집인원이 한 해 만에 다시 3천58명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버티기'에 정부가 후퇴하는 선례가 향후 증원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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