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이버 레커의 시대…우리에겐 '정답'이 있을까? [스프]

[주즐레]

주즐레 쯔양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SBS 연예뉴스 강경윤 기자)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27)은 '먹방'(먹는 방송)으로 전 세계 10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들을 보유한 인터넷 방송인이다. 성인 남성 여럿이 먹을만한 음식 양을 신장 161cm의 가녀린 체구의 여성이 한 끼에 모두 흡입하는 먹방이라니 얼마나 신기한가. 쯔양은 엄청난 식성으로 많은 이들이 식사 때마다 켜두는 유튜브 콘텐츠 일명 '밥 친구'로서 자리매김하며 인기 크리에이터가 됐다.

지난해 7월 세상에 드러난 이른바 쯔양에 대한 사이버 레커들의 공갈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구제역의 휴대전화기에서 확보한 구제역, 전국진, 카라큘라 등 유튜버들의 녹취내용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쯔양에게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천, 수백만 원을 갈취하는 정황이 담긴 내용이 밝혀졌다.

타인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발견하고는, 사이버 레커 운영자들이 마치 '큰 건수를 잡았다' 식으로 반가워하며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듣고는 많은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치 보면 되지 않을 것을 우연히 목격한 것과 같은 당혹과 공포심마저 들 정도였다. '이들에게도 인류애가 존재할까'란 막연한 물음마저 생각났다.

쯔양은 이 사이버 레커들을 고소했고 공갈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재판 결과가 지난 2월 나왔다. 1심 재판부는 구제역에게는 징역 3년을, 주작감별사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최모 변호사는 징역 2년, 유튜버 카라큘라(본명 이세욱)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공갈 피해자 쯔양은 방송에 나와서 '왜 공갈을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스스로 말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쯔양은 전 남자친구이자 소속사 대표였던 남성에게 끔찍한 데이트 폭력 및 성폭력을 당해왔으며, 이를 막기 위해선 벌어온 돈을 갈취당했고, 또 돈을 주지 않거나 성관계를 거절하면 과거를 폭로한다는 협박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눈물로 고백했다. 공포에 휩싸여서 가녀린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여기서 쯔양의 상처는 끝이 아니었다. 쯔양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공갈 피해자인 자신에 관한 사생활 문제를 연이어 폭로하면서 이에 대한 해명을 강요하며 압박했다”며 가로세로연구소를 고소했다. 쯔양의 폭로를 대단한 재밋거리인 양 지켜보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가로세로연구소의 방송은 아무런 제재 없이 유튜브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쯔양을 공갈했던 다른 사이버 레커는 잠잠해졌는데도, '국민의 알 권리'라는 애매모호한 명분을 내건 가로세로연구소가 쯔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로세로연구소 등은 쯔양이 중국과 관련한 세력일 수 있다는 추측부터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등을 거론했다.

쯔양으로부터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당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지난달 검찰이 쯔양 측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보완 수사를 요구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는 연예계 스캔들 또는 유명인이 관련된 사건⋅사고를 다루는 콘텐츠로 조회수를 늘리려는 크리에이터(이하 유튜버)를 뜻한다. 충격적인 사건과 이슈를 다루는 사이버 레커는 언론사 기자들의 존재감마저 위태롭게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매우 크다. 동시에 사이버 레커는 교통사고 현장에 앞다퉈 몰려드는 견인차(wreck car)라는 이름처럼, 영향력에 비해서 기존 언론사들이 갖는 것에 비하면 책임과 규제를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때때로 도 넘은 사이버 공격을 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쯔양은 지난 2월 JT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간첩설, 정치 연관설 등에 대해서 "도무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얘기"라며 손사래를 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든가 검찰 측에서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게 이상해서 그쪽과 뭔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어떻게든 그냥 저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쯔양의 공갈 피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이후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심각한 사이버 레커 행태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되고 있다.

사이버 레커에 대한 처벌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에 일각에서는 디지털 주목경제(digital attention economy) 하에 사이버 레커, 악성댓글들을 사라지게 하는 건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도 한다. 또 자칫 이 같은 규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사이버 레커가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대체제로 출현한 것이라며 언론의 책임론을 들추는 사람들도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