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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는 설레는데…몰입을 방해하는 애매한 코믹 연기 [스프]

[취향저격] 드라마 <이혼보험> (글 :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혼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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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자극적 소재를 끌어내기 좋은 주제다 보니, 방송가의 단골 소재로 자리 잡았다. 먼저 예능에서 이혼 소재가 봇물 터지듯 터지더니, 이제는 코믹 드라마의 소재로도 이혼이 활용되고 있다.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이혼보험>은 제목부터 이혼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딱 좋은 제목이다. <이혼보험>은 결혼과 이혼을 보험 상품이라는 독특한 시도로 풀어낸 로맨틱 코미디다.

<이혼보험>은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코믹물임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세 번의 이혼을 겪은 노기준(이동욱 분), 그의 서포터이자 절친 안전만(이광수 분)까지 이름부터 코믹에 승부수를 둔 듯하다. 이혼을 하나의 잠재된 재난 상태로 분류하여 이별과 이혼의 아픔이 삶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전제를 '보험'이라는 삶의 보장을 통해 풀어나간다는 시도가 매우 특이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쉽게 말하지만 쉽게 결행할 수 없는 '이혼'이라는 선택 앞에서, 사람들은 두려움과 불안을 느낀다. <이혼보험>은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린다. 하지만 흥미로운 설정으로 높았던 기대감은 4회 만에 반토막난 시청률로 돌아왔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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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추구하는 웃음이 작위적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웃음이 나와야 할 포인트에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면 코믹 장르는 곧바로 애매해진다. 특히 신선한 서사가 코믹 장르로 승화되려면 코믹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야 하는데, 연기자들의 연기가 "나 코믹 연기해요~"하며 튀고 있다. 또 <이혼보험>은 블랙 코미디적 성향도 띄고 있는데, 코믹한 상황을 통해 교훈과 로맨스를 같이 보여주려다 보니 내용은 더욱 산으로 간다.

특히 <이혼보험>은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주인공 이동욱의 캐릭터성과 감정선 모두가 매우 흐릿하다.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주요 사건을 주도해야 하는데, 시청자가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중요한 장면에서도 이 사람이 지금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불분명하고 단조롭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전 아내와의 마지막 협상 장면에서 상대가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와중에도 이동욱은 마치 클라이언트 상담을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인물의 내면 갈등이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동욱은 <도깨비> 이후 '비주얼'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지만, 액션이 가미된 로맨스 장르를 주로 맡아왔던 그에게 코믹 장르가 무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혼보험>에서 그가 연기하는 인물은 직업적 냉정함과 인간적 온기를 동시에 가져야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 복합적인 성격을 구현하는 이동욱의 연기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연기의 절제와 감정의 부재는 엄연히 다른데, 이동욱은 절제된 코믹연기를 보여주려 했을지 모르지만 실상은 감정선을 충분히 구축하지 못해 코믹이 겉도는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일까. 시청자는 코믹과 멜로와 사회 풍자적 요소가 오가는 복합장르인 <이혼보험> 속 이동욱에게 몰입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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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주인공 이주빈과의 케미는 좋다. 두 배우의 비주얼적 합이 좋아서일까. 이주빈을 자연스럽게 돕는 이동욱의 모습이 로맨스의 핵심인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는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로맨스 장르로 그 역할을 차라리 집중했다면 드라마의 색채가 뚜렷하고, 시청자들의 몰입이 좀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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