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고등학생이었던 A 씨는 학원 강사였던 40대 남성 B 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했습니다.
경찰 수사로 혐의가 인정된 B 씨는 1심에 이어 지난 2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친구의 제보로 B 씨의 SNS를 본 A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A 씨 블로그 등에 있는 사진들에 편집 기능을 써서 A 씨 모습만을 삭제한 사진 2장이 올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A 씨 : 하나는 제 블로그 같고요. 하나는 제 비공개 인스타그램 계정 프로필 사진이었어요. 제 존재를 지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굉장히 소름 끼쳤습니다.]
해당 SNS에는 A 씨의 집과 학교, 일터 주변을 촬영한 사진들도 있었습니다.
B 씨의 또 다른 SNS에는 A 씨가 이용하는 버스 정류장 사진과 함께 범행을 암시하는 듯한 글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A 씨 :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사실 일일이 하나하나 설명을 해야 이해할 수 있는 사진들이기 때문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느껴서.]
A 씨는 이후 외출할 때마다 호신용품을 챙길 정도로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A 씨는 B 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는데,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송치 결정했습니다.
B 씨가 A 씨 관련 사진들을 올린 사실은 인정되지만, B 씨가 A 씨를 따라다니거나 A 씨의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것은 아니라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입니다.
A 씨의 집과 직장 '주변'을 찍은 사진도 피해자의 위치 정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교묘한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노력과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허민숙/국회 입법조사관 : 법에서 열거한 어떤 행동에는 포함되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피해자를 압박하고 공포와 불안을 초래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처벌받아 마땅해' 이 방향으로 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SBS가 취재에 나서자, 검찰의 요청이 없더라도 불송치 결정을 내린 이번 사건의 보완 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 씨 : 피해자가 죽어야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죽어도 안 될 것 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