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산호(가운데)·박정술 씨
어린 시절 벨기에로 입양된 두 남성이 경남 창원을 거듭 찾아 애타게 친부모를 찾고 있습니다.
1970년대 초 아동복지시설인 마산 애리원에서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벨기에로 입양된 박산호 씨와 박정술 씨가 어제(15일) 오후 창원시청 프레스센터를 찾았습니다.
친부모를 찾기 위한 이들의 창원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들은 2005년부터 시작해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2∼3년에 한 번씩 창원을 찾았습니다.
2년 전인 2023년에도 창원을 다녀갔습니다.
현재 벨기에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 중인 산호 씨는 2∼3살 때인 1973년 애리원 입구에서 발견됐고, 그해 8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벨기에 가정으로 입양됐습니다.
정술 씨는 5살 무렵이던 1971년 마산 애리원에서 자라다가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역시 벨기에 가정으로 입양됐습니다.
현재는 벨기에에서 수학·과학 교사로 활동 중입니다.
이들 두 남성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친부모를 향한 애끓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산호 씨는 "당신을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 보고 싶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 여정과 희망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툰 한국어로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술 씨는 "뿌리를 찾는 과정은 매우 어렵고, 친가족을 찾을 기회가 결국 일부 사람이나 기관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실망스러웠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이 과정은 너무 어려워 희망 없는 싸움처럼 느껴지지만, 이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단 하루라도 부모님을 품에 안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친부모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더불어민주당 전홍표 창원시의원은 창원 출신 국외 입양인들을 돕기 위한 지원 조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창원을 찾은 국외 입양인들에게 기자회견을 주선해 주고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조례의 골자입니다.
전 의원은 2023년께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했지만, 국외 입양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조례 제정이 불가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의원은 그러면서 "지자체장이 의지가 있다면 조례 제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자체 차원의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