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현대차가 미국에 31조 원을 투자하기로 전격 발표했죠.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다"라고 현대차도 그렇고 언론에서도 계속 얘기하고 있습니다만, 천하의 트럼프라지만 결국은 4년짜리 임기가 정해져 있는 대통령입니다. 카드 좋아하는 트럼프가 사실 카드가 제일 없어요. 현대차가 트럼프 임기가 4년인 걸 모르겠습니까? 트럼프 임기 4년 동안 관세를 계속 내면서 지금처럼 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아예 미국으로 옮겨서 하는 게 나을지 그 계산의 결과가 이번에 발표된 대규모 대미 투자입니다. '트럼프의 관세와는 사실은 큰 상관이 없는 투자였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마침 이 투자 결정에 맞춰서 조지아주 메타 플랜트가 얼마 전에 완공이 돼서 완공식을 했죠. 최첨단 로봇하고 AI가 접목이 돼서 기존 공장보다 2배 넘게 첨단, 자동화가 이루어져 있는 공장입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공장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공장 완공식을 보면서 굉장히 좋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이 31조 투자의 결과물이 미국에 생긴 시점에 대통령 재직을 하면서 이걸 지켜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그러기 힘들어 보여요. 뭐 독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지 않는 한.
현대는 이걸 알면서 다 계산을 한 거예요. 사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장을 세운다는 게 자동차 회사들이 10년 전부터 밀고 있는 전략이에요. 훨씬 더 유리하거든요. 현대차의 경우는 지금 압도적인 전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성장세가 엄청납니다. 제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미국에 있었을 동안 현대차가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거든요. 제네시스 같은 경우에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으면 'Sexiest Car' 이런 얘기를 듣는 게 흔한 일이 돼버렸어요.
이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른데 이후에 코로나가 닥치면서 굉장히 공급난을 겪었죠. 바이든 행정부가 IRA(인플레이션감축법)라고 해서 자국 내 전기차를 굉장히 배타적으로 보호하는 법을 출범시켰잖아요. 이런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더더욱 수요가 있는 곳, 특히 미국 같은 큰 시장은 거기에서 직접 생산하는 게 낫다는 학습 효과를 얻게 된 거죠.
현대도 이 무렵부터 메타 플랜트 같은 걸 지으면서 사실은 현대차의 경영 전략으로써 현지 생산을 계속 확대해오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즉 트럼프의 관세와는 사실 상관이 없는 움직임이다.
보법이 다른 대미 진출... '수요 있는' 공급이었다

미국에서 이렇게 빨리 크고 있는 현대차에게 해외 생산 기지는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글로벌 생산 능력을 따져 보면 일본이 일본 외의 나라에서 만든 게 최근 1500만~1600만 정도 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3분의 1인 500만 정도 되는 걸로 파악되고 있어요. 미국 내 생산량을 놓고 보더라도 현대기아가 33%밖에 되지 않거든요. 도요타 48%, 닛산은 52%를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성장세로만 보면 도요타보다 현대차가 더 가파르거든요. 근데 이에 비해서 현대기아가 일본에 비해 생산량이 훨씬 더 적은 거죠. 그래서 이번에 아예 해외에 생산 기지를 늘리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거라고 보여요.
관건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을 것이냐예요. 최근 언론에서 한국산업연구원을 인용해서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이 70만 대에서 90만 대 정도 줄어들 거라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고 보도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이 연구를 직접 한 연구원하고 통화를 해봤더니 국회에서 발표를 할 때 이 수치를 말한 건 맞는데 무슨 근거가 있어서 말한 건 아니고 질문에 대한 답을 한 거를 기사화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기사화가 된 거다, 즉 근거가 없는 수치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한국 자동차 산업에 타격이 없다고 볼 것이냐? 사실 그렇게만 볼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현대차의 미국 투자가 금액도 어마어마하지만 이 형태가 다른 자동차 기업이 하지 않았던 형태라서 우려가 끊이지 않는 거예요.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생산하던 자동차의 양이 한 70만 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메타 플랜트가 완공이 되면서 100만 대까지 늘어나는 건데 추가 투자를 해서 120만 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우리나라가 미국에 차를 얼마를 팔았냐? 170만 대 팔았어요. 100만 대가 한국에서 만들어져서 수출이 됐습니다. 근데 미국에서 120만 대로 생산량을 늘리면 이만큼 한국 생산량이 줄어들겠죠. 반토막이 나는 거예요.

게다가 이번 투자에 특이점이 있다고 그랬잖아요. 이게 바로 수직 계열화입니다. 현대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강판을 만드는 현대제철도 미국으로 가고, 현대제철을 돌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미국 LNG로 조달을 하고, 또 수많은 부품사 있지 않습니까? 이 중에 현대모비스 같은 1차 협력업체들은 이미 전부 미국에 따라 들어가 있거든요. 미국 안에서 자동차 생산, 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원료, 이 원료를 생산하는 에너지까지 다 해결하겠다. 수직 계열화인데 이만큼의 수직 계열화를 한 기업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현대기아보다 훨씬 큰 도요타도 이렇게까지는 안 해요. 이번 투자로 현대제철이 미국에서 자동차 27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강판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거든요. 근데 현대차가 지금 120만 대까지 늘릴 거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나머지 150만 대 분은 미국의 다른 자동차 회사에 판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게 정확하게 한국에서 만들어서 수출하던 물량을 잡아먹는 거예요. 이러다 보니까 자동차 산업이 공동화되고 고용이 줄어들고 무역 수지까지 악화될 거라는 우려가 계속 나오는 거죠.

여기에 또 하나 문제가 지금 현대제철이 미국에 짓고 있는 제철소가 '전기로(Electric Arc Furnace)'입니다. 궁극적인 친환경 제철 기술이 '수소 제철'인데 과도기적 친환경 기술이 전기로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포스코를 비롯해서 전기로가 굉장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철강이 유럽 같은 국가의 타겟이 되어 있거든요. 여기에 한국의 철강은 환경세를 맞을 위기가 높아지는 상황에 약간 (친환경 제철) 투자금이 미국으로 너무 쏠리는 게 아니냐,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는 거죠.
현대차 '수직 계열화' 희망 편
그럼 그렇다고 해서 이제 다 망할 거냐? 현대차가 이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한국 산업 공동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했더니 "미국에서 생산하면서 파이를 늘리면 다 해결이 된다"고 얘기를 했어요. 무슨 소리냐.
장재훈 ㅣ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국내 생산이 저하되다는 거는, 사실 그런 거보다 미국 시장에서 앞으로 더 공격적으로 파이를 넓혀야 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여기(미국)서 증량된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내수 소비 진작, 수출 그런 부분으로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국내 생산이 저하되다는 거는, 사실 그런 거보다 미국 시장에서 앞으로 더 공격적으로 파이를 넓혀야 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여기(미국)서 증량된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내수 소비 진작, 수출 그런 부분으로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송호성 ㅣ 기아 대표이사 사장
미국에서 늘어나는 물량을 이 공장에서 커버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한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이동하는 그런 계획은 아니고요.
미국에서 늘어나는 물량을 이 공장에서 커버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한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이동하는 그런 계획은 아니고요.
지금 우리나라가 170만 대 작년에 수출했다고 했잖아요. 이게 계속해서 170만 대라면 제가 앞에 얘기했던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겠죠. 근데 만약에 이게 200만 대 수출, 220만 대 수출, 300만 대 수출로 늘어나면 어떨까요? 미국 공장의 생산량이 늘어났다 하더라도 여전히 한국에서 수출을 해줘야 됩니다. 이렇게 만들겠다는 거거든요.

근데 여기서 약간 희망적인 부분을 보자면 지금 미국이 전기차(파이)가 굉장히 커지고 있거든요. 아무리 트럼프가 '반 전기차 주의자'라고 하지만 이제 전기차 가격이 많이 내려와서 내연차랑 비슷해졌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전기차 판매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근데 일본 차가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이 시장을 계속 현대가 공략을 하고 있거든요.
이항구 ㅣ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시장은 가장 첨단 성능이 들어간 자동차를 요구하는 시장입니다. 지금 일본 업체들의 고민이 뭡니까? 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쪽을 못 만들어요. 그리고 전기차도 우리보다 떨어져 있어요. 그리고 그러한 경쟁에서 현대차가 더 파이를 많이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게 해서 파이가 계속 늘어난다면 또 한 3년 있다가 레임덕 들어가고 관세가 유야무야 되면은 국내에서 다시 수출 물량을 늘릴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3년~5년 동안 우리가 얼마나 경쟁력을 강화하느냐 이것이 결과적으로 국내 생산도 안정화될 수 있느냐 아니면 우리가 진짜로 공동화로 가느냐 이 갈림길이죠.
미국 시장은 가장 첨단 성능이 들어간 자동차를 요구하는 시장입니다. 지금 일본 업체들의 고민이 뭡니까? 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쪽을 못 만들어요. 그리고 전기차도 우리보다 떨어져 있어요. 그리고 그러한 경쟁에서 현대차가 더 파이를 많이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게 해서 파이가 계속 늘어난다면 또 한 3년 있다가 레임덕 들어가고 관세가 유야무야 되면은 국내에서 다시 수출 물량을 늘릴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3년~5년 동안 우리가 얼마나 경쟁력을 강화하느냐 이것이 결과적으로 국내 생산도 안정화될 수 있느냐 아니면 우리가 진짜로 공동화로 가느냐 이 갈림길이죠.
이게 실제로 그냥 단순히 희망회로만이 아닌 게 일본의 사례를 놓고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이 1980년대부터 (자동차) 해외 설비를 늘리기 시작했어요. 이러다 보니까 1990년대에 일본 언론에 이러다가 일본 자동차 산업 공동화가 일어난다, 큰일 났다, 이런 분석 기사가 쏟아졌거든요. 그런데 지금 어떻습니까? 일본에서는 여전히 자동차 산업이 일본 GDP의 3%를 넘게 차지하고 있고 일본 전체 고용의 8% 넘는 게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을 하고 있거든요. 바로 파이를 늘렸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도요타 같은 회사가 해외에 생산 기지를 짓기 시작할 때 일본의 자동차 판매량이 전 세계 8% 수준이었습니다. GM, 포드에 이어서 3위였어요. 근데 이게 계속해서 엄청나게 올라갑니다. 2008년도에 결국 GM을 제치고 전 세계 1위를 차지해요. 매년 꼬박꼬박 1,100만 대 이상씩을 전 세계에 팔고 있고 전 세계 판매량의 12~13%를 차지하는 명실상부 1위 회사예요. 파이를 키우면서 일본 내 우려를 씻어낸 거죠. 우리 현대기아차가 지금 해외로 나가면서 파이가 늘어나게 되면 마찬가지로 국내 자동차 산업도 같이 커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다행히 현대가 최근에 화성하고 울산에 35만 대 정도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미국의 메타 플랜트와 비슷한 최첨단 공장을 거의 완공을 했어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는데 이게 현대의 국내 대규모 투자의 마지막이 되지 않게 해야 된다 는 얘기도 같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차 '수직 계열화' 절망 편
하지만 또 긍정적으로만 보기에는 우려를 해야되는 부분도 있다는 얘기가 나와요. 왜냐하면 일본과 한국이 분명히 다른 점도 있기 때문이에요. 대표적인 게 내수 시장의 크기입니다. 일본은 지금도 한 해에 자동차가 400~500만 대씩 팔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4위 규모의 내수 시장이거든요. 근데 우리나라가 지난해 차가 164만 대 팔렸어요. 국내에서 이러다 보니까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는 기본적인 체력이 더 약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두 번째는 도요타 같은 일본 대기업 자동차의 경영 기조예요. 도요타의 아키오 회장이 이런 말을 계속합니다. "돌에 달라붙어서라도 국내 생산 300만 대는 사수하겠다" 이런 말을 잊혀질 만하면 한 번씩 계속하고 있어요. 실제로 작년에도 330만 대를 일본에서 생산을 했거든요. 거기에다가 일본은 종신 고용 제도도 최근까지 있었죠. 이러다 보니까 고용이 계속 유지가 될 수 있었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