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마포대교에는 2.5m짜리 높은 난간과 함께, 밟고 오르지 못하게 회전식 롤러가 설치돼 있습니다. 철조망을 끊으려고 하면 119로 자동 연결되는 안전 펜스도 있는데요. 이렇게 여러 노력을 해봐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크게 줄지 않고 있고, 지난해에는 1만 4천여 명으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상에는 이를 부추기는 정보들이 크게 늘고 있는데, 대책은 없는 건지 권지윤, 정성진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권지윤 기자>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자, 자해 영상물에, 자살 문의, 동반 실행자 모집 등 관련 글이 쏟아집니다.
자살을 부추기거나 돕는 데 활용되는 '자살유발정보'들입니다.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10년째 자살 유발 정보를 찾아내 삭제 요청하는 자원봉사자 이건희 씨는 정보가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건희/자원봉사자 : (10년 전)그때는 은어를 사용하거나 그런 것도 없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그런 것도 많아졌고….]
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신고된 자살유발정보는, 2015년 1만 500여 건에서 지난해 40만 건으로 9년 만에 4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유혜림/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유해정보대응팀장 :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하고 (계정을) 얼마나 오픈하느냐에 따라서 이 정보량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2019년 7월부터는 자살유발정보를 게시하고 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 처벌이 가능해졌는데, 실제 검거된 경우는 2019년 13건, 지난해에는 단 7건에 그쳤습니다.
[오강섭/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자살유발정보를 보면) 고위험군들은 곧 그것이 나의 문제가 될 수 있고, 이게 하나의 문제 해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그런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온라인 게시물은 빠르고 넓게 퍼져 상시 감시와 신속 차단이 필수지만, 그때그때 자원봉사자들에게 의존하는 실정입니다.
정부 산하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법안은 지난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계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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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기자>
자살 유발 정보 차단과 함께, 자살 징후를 제때 알아채는 것도 중요합니다.
16년 전 두 딸을 잇달아 떠나보낸 장연록 씨, 평소와 달랐던 딸들 모습이 마지막 신호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장연록/자살 사망자 유족 : 가족들끼리 찍었던 사진 이런 것들을 참 계속 봐요. 죽으려고 그걸 정리한다는 걸 감히 생각을 못 하고….]
2015년부터 9년간 자살 사망자들에 대한 심리 부검 결과, 거의 대부분은(96.6%) 자살하기 전 '경고 신호'를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 하거나 잠을 잘 못 자고, 밥을 잘 먹지 않거나 무기력해지는 것 등입니다.
하지만 가족들 가운데 이 신호를 인지한 경우는 23.8%에 그쳤습니다.
43.6%는, 신호를 알아채고도 방법을 몰라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전지훈/자살 사망자 유족 : 아버지한테 혹시 자살 생각까지 하고 계신지 한번 물어봐 드리지 못한 것도 굉장히 아쉬움으로 남거든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자살 예방교육은 '보고, 듣고, 말하기' 3단계 대응을 강조합니다.
자살 경고 신호를 포착하면, 직접 '자살' 생각이 있는지 묻고, 자살 계획이 확실하면 상담센터, 경찰, 병원 등에 연계하라는 겁니다.
[윤진/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자살예방홍보부장 : 절대 자기가 먼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 나 자살의 위험성이 있다, 라고 얘기하지 못해요. (자살 생각하는지 직접 물어야) 상대에게 안정감을 주고 대화의 내용이 명확해져요.]
자살 예방교육은 지난해부터 국가기관과 지자체, 각급 학교에 한해서만 연 1회 의무화됐습니다.
살면서 자살 생각을 해본 적 있는 사람은 14.7%로 집계됐는데 더 적극적인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강섭/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자살예방교육은) 일종의 정신과적 심폐소생술 같은 것이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누구나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된다면 지금 이렇게 높은 자살률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와 국가가 함께 관심을 쏟아야만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김학모·김태훈·강시우, 영상편집 : 유미라·박나영, 디자인 : 박소연·박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