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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과학과 예술의 융합…4월 24일에 공개됩니다"

- "제1회 SBS X 그랜드 퀘스트 2025" 오프닝 아트 '한호 작가' 인터뷰

[취재파일] "과학과 예술의 융합…4월 24일에 공개됩니다"

안녕하세요. 미래 사회를 위한 사회적 실험과 깊이 있는 통찰, 혁신적인 도전을 소개하는 뉴스레터, SDF(SBS D포럼) 다이어리입니다. SBS D포럼을 제작하는 SBS 보도본부 미래부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는데요. 국내에선 드문 과학·기술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달 24일 서울 상암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릴 <SBS X 그랜드 퀘스트 2025>입니다.

* 포럼 참석을 위해서는 온라인 사전 등록이 필요하며,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grandquests.sbs.co.kr)에서 가능합니다.


그랜드 퀘스트

SBS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함께하는 이번 포럼의 목표는 진정한 의미의 산학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대한민국의 기술주권 확보입니다. 그동안 한국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현재의 기술 패권 경쟁은 우리 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전례 없는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존 세계 질서를 흔들며 글로벌 무역 전쟁을 예고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엄중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적인 시점에서 <SBS X 그랜드 퀘스트>는 산학이 머리를 맞대고 기술 주권에 대한 논의와 함께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장을 가지려고 합니다.

뜻깊은 첫 여정에 현대예술계의 한호 작가가 함께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오프닝 아트를 맡아주신 건데요. 한 작가는 실험적이며 철학적인 착품으로 이른바 'K아트'를 이끌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입니다. 세계 3대 비엔날레 중의 하나인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받기도 했는데 록펠러 재단,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미술관, 크레테 현대 미술관 등이 한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SDF
한호

Q. 안녕하세요 작가님. <SBS X 그랜드 퀘스트>의 오프닝 세션을 맡아주시게 됐습니다. 어떤 작품을 선보이실 예정이며,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빛을 주제로 현대미술 작업을 하고 있는 한호 작가입니다. 이번에 선보이게 될 영상 작품은 <영원한 빛 – 코스모스>입니다. 태초의 빛과 인류의 역사, 문명의 발전을 우주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작품으로, 문명의 기하학과 그 속의 혼돈과 질서를 미학적으로 재구성하여 시각화했습니다.

우주와 지구, 그리고 태양계가 인류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과거, 현재, 미래의 순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인문학적 통찰을 담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과학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살고 있으며, 저는 우주와 지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 환경 문제와 그 상호작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태양계의 순환, 그리고 태양의 빛과 에너지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기후 변화와 환경의 붕괴에도 직결됩니다. 이러한 상상을 바탕으로, 태양에서 오는 태양풍과 자기장의 움직임을 시각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출발한 작업이었습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태양을 연구해 왔고, 그 연구의 결과를 '우주의 언어'라 할 수 있는 수치 데이터로 정리해 왔습니다. 저는 이 데이터를 NASA로부터 받아 한국천문연구원과 협업하고, 저희 빅데이터 연구팀과 함께 이 과학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데이터를 제 작품에 송출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예술이 과학과 만나 어떻게 새로운 시각 언어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한호

Q. 어린 시절, 배에서 경험한 빛과 관련된 일화가 작가님의 예술 세계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미지가 지금의 작업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나요?

저의 유년 시절은 바닷가에서 보내졌고,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지역의 포구에서 자주 배를 탔습니다. 그곳에서 노을이 지는 하늘과 떠오르는 달,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은 제게 깊은 위안과 감성적인 울림을 주었습니다. 배가 출렁이고, 달이 떠 있고, 별이 움직이는 그 장면들은 지금 생각해 보면 일종의 미디어적인 체험이었고, 그것이 저의 기억에 강한 잔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과학자가 아니기에 그것을 분석적으로 이해하지는 않았지만, 심상적으로 다가온 그 빛은 치유와 따뜻함의 감각으로 제 안에 자리 잡았고, 이후의 예술 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저는 '빛'이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서 감성적이고 상징적인 존재임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의 빛, 자연이 선사하는 빛, 그리고 산업적인 빛이 교차하면서 예술가는 그것을 감성적으로 수용하고, 공간 속에 다시 구현해 내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자연과 인공, 감성과 이성이 융합되는 지점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해 왔고, 빛은 그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결국, 제가 주목하는 '빛'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과학과 예술, 자연과 테크놀로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상호작용하는 매개체입니다. 본질과 하이테크의 결합은 충돌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와 시각성을 창출하고, 인간 존재와 자연, 그리고 과학 간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최적화된 비주얼을 만들어냅니다. 이성의 과학과 감성의 예술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빛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상호적인 작용과 사유의 가능성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제 작업은 아트와 테크놀로지의 융합, 즉 컨버전스를 통해 '빛'이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게 된 것입니다.

 

한호
한호

Q. 작품 속에서 특히 '달'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하늘을 바라보게 만드신다고요.

달과 지구가 수직의 선상에서 공존하는 현상 속에서, 인간은 달을 우러러보는 천체 물리적인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인류 최초의 미디어인 '달'은 인간의 인문학과 천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시인은 달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과학자는 물리적인 현상으로 달을 분석합니다.

인류가 달과 함께하는 것은 우연과 필연이 공존하는 일이었습니다. 과학이 밝혀낸 그 물질성 덩어리인 행성에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염원의 기도를 해왔습니다. 그것은 달 자체가 지닌 영원성과 발현되는 빛 때문입니다. 달의 물리성은 지구의 환경을 움직이게 합니다. 인간의 혼돈과 파괴, 그리고 어두움 속에서 달은 물리적인 법칙 이전에 형이상학적이며 감성적인 교감의 존재로 기능합니다.
한호

Q. 회화와 미디어가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작업을 시도하고 계신데, 이러한 복합 매체를 활용하는 이유와 과정에서 느끼는 창작적 자유는 어떤 것인가요?

'그린다'라는 본능과 예술의 본질적인 수행성을 버리지 않고, 현재를 수용합니다. 회화와 미디어가 결합된다는 것은 마치 물과 기름이 서로 분리되면서도 연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시대성에 대한 추론과 결과가 유기적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인류 발전의 현상과 현재 및 미래적인 가치에 대한 역발상과 창의성에서 비롯된 결과일 것입니다. 20세기와 21세기의 현상과 방향, 그리고 과학의 발전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은 제 작업에도 복합적인 융합주의로 이어집니다.

우주의 별들이 지닌 8차원성을 예술작품의 회화성에 접목하게 되는 것이지요. 회화 위에 타공으로 구현된 우주는 회화의 본질을 해체하거나 다시 합쳐내기도 합니다. 우주론을 토대로 한 미디어 회화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멀티적인 공간을 제안합니다. 지구에 갇혀 있는 시간을 우주의 시각적인 현상과 연결시켜, 회화를 통해 3차원에서 8차원을 성찰하게 만들며, 시간성을 들여다보는 공간주의 예술을 선보입니다.

한호
한호


Q. 'Eternal Light(영원한 빛)'이라는 동일한 제목을 작품에 지속적으로 붙이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일관성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궁금합니다.

'Eternal Light(영원한 빛)'이라는 제목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체 가운데 영원한 것은 없지만, 인간은 영원을 추구하기에 가능한 개념입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정신적인 유산들은 영원하며, 그 가치와 사상, 진리를 의미합니다.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는요. 또한, 우주에 떠 있는 해와 달, 별들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부여한 영원성은 과학적 사실과는 무관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감성을 통해 어떤 대상에게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유구한 유산과 우주의 빛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유한과 무한을 반복하며 역사적인 형상과 마주합니다. 미술사적인 맥락과 통찰을 통해 동서양 예술의 근간을 분석하고, 동서양 미술의 화법, 사상적인 체계의 융복합을 통해 현대미술의 최정점으로 향하는 독창적인 예술에 대한 신념과 집념이 이러한 융합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합니다.

동서양 예술의 화법과 준법, 조형과 설치,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예술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해 왔으며, 항상 새로운 것을 갈망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리된 장르가 아닌 융합적인 형태로 재구성되어, 미술사적 맥락을 농축한 결과물로 제시됩니다.


Q. 백남준 작가님의 예술 세계를 잇는 작가라는 평도 있습니다. 실제 백남준 선생님께 영향을 받으셨는지요?

글쎄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부끄럽기도 합니다. 백남준 선생님께서 일본에서 독일로, 다시 뉴욕으로 이어지는 노마드적인 여정을 통해 세계 현대미술의 거대한 획을 그으신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저 또한 백 선생님의 어록과 작업 세계에 깊이 감명받았고, 그 길을 좇아 파리로 유학을 떠났고, 뉴욕에서 작업을 이어갔으며, 다시 베이징으로 옮겨가는 등 유사한 노마드적 궤적을 밟아왔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세계 무대를 누비며 미디어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형식에 도전해 온 것도 그 흐름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남준 선생님은 비디오 아트와 미디어 아트, 아방가르드의 최전선에 있었던 분으로, 플럭서스 운동[1]의 일환으로서 기존의 것을 완전히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려는 청년 정신과 '뉴 프론티어'의 표상이셨습니다. 저 역시 그런 길을 따르되, 분명 다른 시대적 조건 속에 있습니다. 백남준 선생님의 시대는 진공관과 아날로그 기술의 시대였고, '굿모닝 미스터 오웰' 같은 방송 개념이 가장 진보된 테크놀로지의 표현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지금은 디지털 시대, LED 시대, 메타휴먼의 시대, 그리고 우주 인터넷까지 등장한 동시성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더 이상 텔레비전 방송의 개념에 머물지 않고, 인류의 인식은 이제 우주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와 같은 제2세대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백남준 선생님의 열망과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지금 이 시대가 안겨주는 과학과 산업의 변화, 기술 진보와 새로운 물질성 속에서 또 다른 방식의 창조성과 독창성을 추구하게 됩니다. 노마드적인 움직임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궤적이 펼쳐지는 방식과 결과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결국, 백남준 선생님과 제가 예술가로서 닮은 점이 있다면,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며 새로운 예술을 도모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시대는 다르고, 과학이 선사하는 사물과 감각 또한 달라졌기에, 펼쳐지는 예술의 세계도 그만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1] 1960년대 독일을 중심으로 발생한 예술 운동인 플럭서스(Fluxus)는 '흐름', '변화'라는 뜻을 갖고 있다. 백남준을 비롯해 조지 마키우나스, 요셉 보이스, 요코 오노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한호
한호


Q. 작가님은 '빛'을 통해 인간의 시작과 구원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셨는데,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구원'이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이 왜 지금 시대에 필요한 주제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빛은 생명이자 시간이며, 신성 그 자체로 표현되어 왔습니다. 인간은 혼돈을 통해 수많은 결과와 성찰을 반복해 왔습니다. 전쟁과 분열, 민족 간의 갈등, 이념의 분리 등 수많은 난제 속에서 인간은 존재합니다. 인간은 무한하지 않고 유한한 존재이면서도, 허무주의로 빠지지 않는 특이한 존재입니다. 그것은 희망 때문일 것입니다. 내일에 대한 희망은 인간에게 삶의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에너지가 고갈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 생명의 근원인 빛은 물리적인 태양과 달이 아니라, 이 모든 우주의 질서를 운용하는 에너지이며, 저는 그것이 '신성'에 있다고 봅니다.

유한한 생물학적 존재인 인간과 또 다른 영적인 존재로서의 탄생은 인간이 판단할 수 없는 신의 영역입니다. 인간은 우주의 법칙 안에 존재하며, 구원을 통해 또 다른 차원으로 '휴거'된다고 믿습니다. 인류는 이를 신의 구원이라고 부릅니다. 과학자들은 우주의 다차원적 영원성을 규명하려 하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합니다. 그것은 인간 본질과 문명의 진보가 주는 당위성 때문이며, 그래서 우주로 향하려는 시도가 커지는 것입니다. 무한의 균형과 질서로 지구를 감싸고 있는 평화와 균형은 너무도 정밀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인간에 대한 신의 사랑이라 표현합니다. 성경의 언어로 해석하자면, 그것은 신의 범주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해, 달, 별처럼 영원히 빛나는 존재는 인간이 바라는 구원의 길을 상징합니다.

소년 시절, 제가 바라본 별들과 해, 달은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빛이 지닌 미지성과 영원성 때문일 것입니다. 예술은 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그 아름다움은 단지 시각적인 미감을 넘어, 심상적인 미감까지도 부여하는 것이 현대미술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감정을 똑같이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 존재 자체는 필연적인 현상과 우연성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예술이 인류에게 주는 메시지는 성찰과 통찰, 그리고 빛이 만들어내는 환영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매개체입니다.

태초의 근원적인 빛이 별과 별들이 생성해 내는 빛이라 해도, 그 법칙과 운용은 자연스럽고 견고합니다. 그 드넓은 우주에서 태양의 빛, 달과 별들과 함께 생명의 빛을 향유하며 존재하는 별은 지구밖에 없습니다. 예술이 존귀한 이유는, 예술을 통해 인간의 사유와 철학이 표현되며, 분열된 언어의 장벽이 하나로 통합되기 때문입니다. 예술 언어는 인간의 미적인 오감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근원적인 미적 형태를 새롭게 표현해 줍니다. 저의 빛의 예술이 어둠을 가르는 치유와 성찰의 빛이 되어, 인류에 기여하는 빛이 되길 바랍니다.

한호
한호
글: 류란 기자, peacemak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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