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보는 잠깐의 '틈'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돌보는 일상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성인 4만 4천 명을 상담했던 장재열 상담가가 자신의 삶에서 소진을 겪었던 전문가를 만나 일상 속 멈춤과 쉼의 비결에 대해 묻습니다.
인터뷰어 : 장재열 (상담가 겸 작가, 월간 마음건강 편집장)
인터뷰이 : 이항심 (건국대 일반대학원 상담심리학과 교수, 미래의일연구소 소장)
인터뷰이 : 이항심 (건국대 일반대학원 상담심리학과 교수, 미래의일연구소 소장)
여러분은 심리학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예전에는 심리학자들이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사는 오해가 "내 마음을 꿰뚫어 볼 것 같다"였지요. 독심술사와 심리학자는 다르다고 열심히 부르짖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낯설기만 하던 심리학자. 그나마 최근에는 그 벽이 제법 허물어진 느낌입니다.
범죄심리학자 출신의 프로파일러가 한창 미디어에 나와 유명해지기도 했고, 심리학 유튜브의 인기, 자기 계발서 열풍 속 인용구로 인해서 '심리학'이라는 세 글자가 이제는 조금 익숙해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심리학자라는 단어 속에는 사람 마음을 다 알 것만 같은 초월적인 이미지가 다소간 남아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심리학자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은데요. "그들은 사람을 다 꿰뚫고 평가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이 안녕한 마음으로 살기를 바라면서 그 방법을 찾아 나서는 존재다"라고요. 어떤 느낌인지 확 와닿지는 않으신다고요? 아마 오늘의 인터뷰이를 만나고 나면 저의 표현이 확 와닿으실 겁니다.
긍정심리학자, 건국대 이항심 교수입니다.

장재열(이하 장)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항심(이하 이) : 반갑습니다,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상담심리학과 교수이자, 미래의일연구소 소장인 이항심입니다.
장 : 인터뷰 여는 말씀 어떠셨어요? 여전히 사람들이 꿰뚫어 볼 것 같아서 몸을 좀 사리나요?
이 : 저 빵 터졌잖아요. 너무 공감되어서요. 소개팅을 나가도 여전히 그 이야기를 한다니까요. 안심하시라고, 저는 당신의 마음과 생각을 꿰뚫어 보지 못한다. 그건 독심술이라고. (웃음)
장 : 그렇죠, 사실 심리학이라는 건 사람을 읽어내서 평가하는 학문은 아니잖아요? 교수님이 생각하기엔 심리학자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이 : 심리학이 사실 세부 분야가 워낙 넓다보니까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엔 어려울 듯 하지만... 일단 저의 경우를 말씀 드리면요. 저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기를 바라는 사람"이죠. 그리고 그 건강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는 사람이고요.
미국 사회도 그렇긴 했지만(그는 한국에 오기 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학에서 상담심리학과 교수이자 미국심리학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하였다) 한국에 돌아와보니 특히 개인에게 짐을 지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환경이 너무나 유해한(toxic) 상태에서, 개인에게만 힘든 마음을 다스리는 테크닉을 알려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고 보거든요.
장 : 그 관점에 대해서 완전히 공감해요. 저도 9년 전에 KBS 명견만리라는 프로그램에서 강연했을 때 '지금 우리 사회의 청년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개인의 우울 기제보다는 집값, 일자리, 블랙 기업, 젠더 갈등 같은 것들이 과반수를 넘는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심약한 게 원인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쌓아 올린 한국 사회 부조리의 고름이 곪다 곪다 터질 때 태어나서 다 얻어맞는 중인 거 아니냐'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그 영상이 아직도 유튜브에서 숏츠로 재생산되고 있더라고요. 많은 분들의 공감과 함께요.
이 : 그렇죠. 결국은 개인에만 초점을 둔 웰빙 혹은 삶의 향상(Individual wellbeing)이라는 건 근본적으로 살펴보면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거든요. 공동체 안에서의 삶의 향상(collective wellbeing)으로도 시선을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계기가 필요하죠.
저 같은 경우 원래도 이런 생태학적 관점으로 정신건강 및 웰빙을 십여년 넘게 연구해오고 있었지만, 한 번 더 크게 시선의 확장이 일어난 계기가 있었어요. 코로나 팬데믹이 기점이었는데요. 저도 자신의 업에 진심인 사람이라 내가 속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데 많은 시간을 썼었거든요. 미국에 있을 때에도 시속 120km로 달리듯이 살았는데, 한국에 돌아와보니 모두 시속 200km로 달리는 것 같아서 또 그 속에서 적응해나가면서 더 열심히, 더 애쓰면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 폐 쪽에 문제가 생겨서 숨 쉬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기고 그 외에도 이런저런 신체적인 문제를 겪게 되었는데요, 꽤나 심각한 상태까지 갔었어서 서울을 떠나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동안 지낸 적이 있어요. 많은 것들을 멈춰야만 했죠. 그런데 멈춤을 통해서 사유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장 : 그 멈춤을 통한 사유의 시간이 무엇을 알려주었나요?
이 : 제 몸이 아팠고, 반강제로 쉼을 하는 이 시간을 통해서 오히려 제가 지향해야 할 바가 뚜렷해졌던 것 같아요. 치앙마이에서 지내는 동안 깨끗한 자연, 좋은 공기 같은 '환경'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건강한 커뮤니티라는 '환경'을 통해서 서로가 서로를 돕고 지지하는 경험을 충분히 했고, 그러다 생각을 한 거죠. '한국 사회에도 이런 건강한 커뮤니티가 더욱 많아져야겠구나.' 그 이후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와서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 내가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뚜렷해지더라고요.
장 : 그러고 보니, 교수님을 처음 뵈면서 의외라고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링커(linker; 연결자) 성향이 강하다는 거였어요. 기존에 선입견이랄까. 학자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영역에(그것이 학문적이든, 실제로 물리적인 연구실이든) 머물러서 하나를 파고드는 분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마치 활동가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 : 원래도 그런 성향이 약간 있었지만, 목적이 뚜렷해지고 나니 더욱 그렇게 되더라고요. 왜냐면 나는 사람들이 마음 건강히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나 문화가 건강하게 바뀌어야 하고, 그런데 환경이나 문화를 바꾼다는 건 혼자 혹은 특정한 하나의 전공학문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거든요. 환경이라는 것 자체가 다자 간에 공감하고 연대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로 2021년도에 건국대에 특수 융합연구소인 '미래의일연구소'를 만들게 되었는데요. 슬로건이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을 통해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함께 만든다'거든요. 그러니까 시간을 따로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각자 위치에서 우리가 하는 일들이 연결되고 공명하면서 자연히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함께 그려보고 상상하고 함께 만드는 거죠. 그래서 의학, 컴퓨터공학, 뇌신경 과학, 통계학, 심리학, 교육학, 경영학 각 분야의 교수님들을 모셔서 융합연구소로 만들었어요.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는 대신에 모집 기준은 딱 하나였어요.
장 : 뭔가요?
이 : 유쾌한 사람일 것! (웃음) 연구소에서는 연구 이외에도 '골때교'라는 활동을 함께하고 있는데요, '골 때리는 교수'들의 모임이라고, '골때녀'의 교수 버전이랄까요. 우리가 책상에서 서로 학문적인 이야기만 나눌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일은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운동하고 뛰면서 체력도 키우고 서로 일 이야기 말고도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축구를 같이 하고 있어요. 한 달에 두 번 월요일 저녁에 하는데, 한번 참여해 보시겠어요?
장 : 저는 교수가 아닌데도 참여 가능 한건가요?
이 : 그럼요. 학교 밖과도 연결은 항상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웃음). 작년에는 가천대 학생들이 와서 같이 경기하기도 했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쓰는 연구 논문은 사실 시민들 입장에서 접근성이 낮은 자료잖아요. 요즈음은 책도 점점 읽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논문을 직접 찾아서 읽는다는 건 쉽지 않을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어떻게 세상과 연결될 수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삶의 환경을 다양한 분들과 공동 창작(co-creating)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울타리를 넘는 일이더라고요. 학자에게 있어서 연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 문제에 대해서 함께 논의해 봅시다'라고 장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작년부터 오픈 클래스를 열고 있는데요.

장 : 어떤 클래스들이 있었나요?
이 : '개인과 조직을 돌보는 일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번아웃과 정신건강 워크샵, '나의 다양성과 타인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미래 역량중 하나인 문화 지능(Cultural Intelligence; CQ) 키우기 워크샵 등등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들을 골라서 정말 모시기 힘든 국내외 석학을 모셔와서 함께 강의도 듣고 문답 식 대화로 이야기를 듣는데요, 그 이야기를 우리 연구자들끼리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관심 있는 시민 누구라도 접근 가능하게 열어둔 거예요.
장 : 그런 공론장을 만들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그러다 보면 다양한 관점을 나눌 수 있을 테니 앞서 말씀하신 대로 '각자가 각자의 일을 통해서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기초 단계가 될 수 있겠네요. 그런 관점에서 학교의 문을 여는 것 말고도, 다양한 소셜 미션을 가진 조직들과도 협업을 하시고 있지요? 소셜 벤처, 사회적 기업, 교육기관 등과도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이 : 맞아요. 작년에는 인천과 서울에서 관객 참여형 사진전을 열었어요. 저희 미래의일연구소와 인하대 다문화 연구소가 함께 뜻을 모아서 기획하게 되었는데요. 'co-creation : 공존을 향한 포용적인 한국 사회를 위하여'라는 제목이었어요. '한국 사회가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외국인 유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이 직접 사진을 찍고 전시를 할 수 있게 했어요. 그들 각자의 시선에서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카메라에 담아본 거지요.

전시를 보러 온 시민들께서는 공감가는 사진 밑에 포스트잇으로 자신의 생각을 달아주실 수 있게 하고, 다시 공론장을 열어서 다 함께 이 주제에 대해서 대화해 보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한국 학생들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사진을 보면서 이 친구들의 시각과 경험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를 느끼기도 하고, 또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런 시간을 통해서 자신의 고립감이나 타국살이의 외로운 경험을 꺼내보면서 서로 연결감을 회복하는 치유의 과정이 되기도 했고, 시민들께는 스쳐 지나갔을법한 주제를 사진을 매개로 화두 삼아 다시한번 생각해보면서 자신의 생각도 나누어 보는 계기가 됐지요.
장 : 사진전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저는 학부 전공이 미술이라 전시회 준비에 품이 상당히 많이 든다는 걸 피부로 느끼기 때문에... 특히 예술전공자가 아닌 교수님과 학생들에겐 첫 경험이라 어려운 점도 분명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 : 품이 정말 많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했어요. 제가 주로 관심을 가지는 주제들이 사회적 환경이나 문화를 보다 더 건강하게 가꾸어 나가기 위한 것이잖아요. 그래서 구성원 서로 간의 공감대 형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더라고요.
특히나 작년 사진전 주제는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소수자는 소수이기 때문에 그 목소리가 잘 전해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욱 직관성이 필요했고, 포토 보이스라는 연구방법을 활용하게 됐어요.
장 : 어떤 연구방법인가요?
이 : 말 그대로 사진이 말을 한다는 건데요. 시각적인 이미지가 가진 힘이 굉장히 강력하잖아요. 말로 전달하는 것과는 또 다른 힘이 있고, 또 유학생 당사자들에게도 자신들의 경험을 사진으로 표현해 봄으로서 마음이 치유가 되는 거예요.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모국어가 아닌) 언어 대신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진 이미지로 전달하고, 또 내 시선이 트리거가 되어서 사람들과의 이 주제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리고, 그것이 또 필요한 변화를 함께 만들어내는 소셜 활동(Social Action)으로 연결하는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시도해 보게 됐지요.

장 : 결국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시는 거군요? 그 또한 쉽지만은 않은 일, 사실 교수라는 직업에서 안 해도 큰 문제는 없는 일이긴 할 텐데 '품이 드는 일'을 자처해서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 : '개인은 맥락 속에서 존재한다(Self in the context)'는 이야기를 저는 자주 해요. 아까 유해한(toxic)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저는 긍정심리학자의 관점에서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보는 사람이다 보니, 유해한 환경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해요. 유해한 환경이 없어지면 사람이 안전하게 생존은 할 수 있게 되지요, 하지만 개인의 잠재성이나 가능성이 활짝 꽃피워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생존을 넘어 번영으로(From Surviving to Flourishing)'가 제 연구들 기저의 가치관이자 지향점인데, 꽃이 잘 피어나는 것은 환경이 더욱 비옥해져야 하는 것이잖아요. 저는 결국 유해한 환경을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환경이 비옥해질 수 있도록 연구하고 교육하는 사람인데, 제 논문이나 연구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부여하고 싶어요. 그들에게 손과 발을 달아주고 실제로 작동하고 움직여서 세상이 바뀌는데 기여하는 것까지가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페이퍼만 쓰는 것만으로는 세상이 바뀌는 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더라고요, 결국 행동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죠.
장 : 그렇다면 분명 교수님의 에너지를 미루어보아 앞서 말한 활동들 외에도 또 다른 손과 발을 달아주고 계실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 : 제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건국대학교 안에서는 상담심리학과에 SAP(Scientist–Advocate–Practitioner) 교육모델을 2025년 봄학기부터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했어요. 미국이나 한국에서 상담심리학에서는 오래전부터 SP(Scientist-practitioner) 모델이라고 해서 과학자-상담가 이 두 가지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 모델을 중심으로 인재 양성을 했는데요, S-P모델은 60년 넘게 유지되어온 교육 모델이에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빠른 기술의 변화와 더불어 환경 문화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많아지다 보니, 이 과학자-상담가 모델만으로 훈련받은 심리학자들이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동시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환경의 변화'를 만들어나가도록 돕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기존의 모델에 한가지 더 추가를 하게 되었는데요. 사회 옹호자(advocate)예요.
장 : 사회 옹호자요? 상당히 낯선 개념인데요.
이 : 사회 옹호자란 사회 및 환경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함께 내고 액션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쉽게 생각하면 활동가에 가까운 심리학자예요. 다양한 사회 구성원 개인의 정신 건강을 위해 건강한 사회 변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참여하고, 연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과학자-옹호자-상담가 교육과정을 한국 사회에 맞게 새롭게 만들고 도입한 거죠.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아웃리치(밖으로 나가서 직접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보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목소리를 함께 내주거나 도움을 주는 것)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어요. 저 역시도 계속 이런 연결의 활동들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직접 함께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는 경험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고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네요. (웃음) 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앞서 시각이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했듯이 사람들은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서 설득할 때 가장 직관적이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단순히 '좋은 세상 함께 만들어요'가 아니라, 사람들이 인간다움을 누리고 나눌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었을 때 그것으로 우리 사회가 얻는 경제적 이익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산출하고 설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연구년에 경제학을 공부하러 대학원에 지원을 해보려...
장: 잠깐, 잠깐만요 교수님, 교수님이 다른 학교 대학원생으로 입학을 하신다고요?
이 : 아, 동료 교수님들이 말리셔서 그건 그만뒀어요.(웃음) 어쨌든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게 단순히 '좋은 게 좋은 거'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이로운 일'임을 가시적으로 산출해 내는 거,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눈에 보이는 가치로 연결시켜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게 하는 거, 그게 올해의 목표예요.
장 : 마지막으로 공통 질문 드릴게요. 요즘 이항심 교수가 가장 마음이 쓰이는 존재가 있다면, 그리고 그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 : 본연의 자기다움과 잠재력을 어떤 환경적 요인 혹은 외부적인 제약으로 펼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요.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무엇인가에 막혀 '본연의 나'의 모습으로 살고 있지 못하다는 답답함을 느끼시는 분들에게 마음이 많이 쓰이는데요. 그분들에게는 셀프 지지자 혹은 셀프 옹호자(Self-advocate)라는 개념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우리는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이 답답한 상황에서 꺼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내가 스스로 나를 믿어주고 내가 나에게 행동을 취할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수도 있거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