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 기자>
이른바 배불뚝이. 불법 대출업자 A 씨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전제품을 구독하고 자신이 알려준 장소로 제품을 보내주면 돈을 꿔 주겠다"고 유혹했습니다.
구독 신청을 한 가전제품은 A 씨가 섭외해 둔 집으로 배송됐다가 인터넷 판매상을 통해 '미사용 새 제품'인 양 판매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불법 대출업자 A 씨는 한 건당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챙겼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이 사기 범죄의 핵심, '대출업자 A 씨', 이른바 배불뚝이를 추적했습니다.
[김 모 씨/가전 보관 장소 제공자 : 그 친구(대출업자 A 씨)가 부천에 살았을 때 제가 갔었어요. (그 친구가 부천에 살았고, 지금은 김해에?) 네 김해에 있고요. ]
수소문 끝에 찾아간 경남 김해에서 A 씨의 행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불법 대출업자 A 씨 지인 : A 씨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까 김해에. (A 씨가) 용돈도 챙겨주고 하니까 어떤 동생들이 싫어하겠습니까. ]
취재팀은 A 씨가 살고 있다는 한 다세대 주택을 찾아냈습니다.
내부 복도를 비추는 CCTV, 한 배송 기사가 대형 TV로 추정되는 가전제품을 끌고 복도 끝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는 작은 소형 가전들도 들어가고, 곧 포장 박스와 쓰레기를 정리합니다.
구독 사기로 확보한 가전제품들을 자기 집으로 배송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이웃 주민 : 사다리차를 놔두고 이제 저기 창문을 이제 뜯어서 (가전제품을 옮겨요.) 한 다섯 번 정도 본 것 같아요. ]
A 씨를 만나기 위해 밤늦게까지 기다렸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취재 결과, A 씨에게 속아 가전제품 구독 계약을 맺은 사람은 110여 명.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어치 가전제품을 구독 계약한 뒤, 대출도 받지 못하고 채무만 생겨 신용 불량자가 된 사례도 있습니다.
[최지훈/가명·가전 구독 계약자 : 참 암담한데 그냥 빚은 갚으라고 오고 이제 저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고… ]
[정재연/가명·가전 구독 계약자 : 사실 (개인)회생을 하고 있고, 그걸 제가 갚을 능력이 안 되니까… 지금 개시 결정만 2월에 난 상태고요. ]
수사망을 피해 다니던 A 씨는 결국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경찰은 A 씨 같은 대출업자와 공모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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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취재팀은 대출업자 A 씨 일당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3명의 청년을 만났습니다. 적게는 6대, 많게는 20여 대의 가전제품을 구독해 A 씨에게 넘겼는데, 이들은 정작 A 씨를 만난 적도 없었습니다.
[이현정/가명·26세 : (A 씨를 보신 적은 없으시죠?) 네 없어요. ]
[최지훈/가명·20세 : 본명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는… ]
이들을 A 씨와 연결한 건 모집책인 B 씨 일당. 가전제품을 구독해 넘겨주면 일정 금액을 받는 게 내구제 대출의 핵심이지만, 이들은 청년들에게 한 푼도 건네지 않았습니다.
[이현정/가명·26세 : 돈을 안 주더라고요. 계속 미루기만 하고요. ]
그런데도 청년들은 B 씨 일당의 무리한 요구를 모두 들어줬습니다.
[최지훈/가명·20세 : '휴대폰깡'을 진행해라, 휴대폰 개통해 와라. ]
[이현정/가명·26세 : 청년 전세 자금으로 1~2억까지 받을 수 있어요. 자기 계좌에다가 먼저 (돈을) 보내라고 해서 보냈고요. ]
[정재연/가명·29세 : (B 씨 일당이) 금까지 샀거든요, 제 카드로요. 다 해서 대략 1,300만 원 정도… ]
'휴대전화 깡'에 서류를 조작해 전세대출을 받는 일명 '작업대출'까지…. 돈도 받지 못했으면서 왜 이런 요구까지 들어줬을까.
[최지훈/가명·20세 : 집을 나가고 싶었는데, (B 씨 일당이) 여기 오면 살 곳이랑 이제 먹을 거 다 해결해 주겠다고 했어요. ]
[정재연/가명·29세 : 신용 대출을 받고 하다 보니까 빚이 점점 쌓이면서 (B 씨 요구) 끊어내지 못했던 거 같아요. ]
이곳은 생활형 숙박시설이 밀집해 있는 곳입니다. 모집책 일당은 이곳에 여러 거처를 마련해두고 청년들을 머물게 했고, 자신들이 벌이는 각종 사기범죄에 가담시켰습니다.
[최지훈/가명·20세 : OOO쪽에 (숙소가) 다 몰려 있었어요. 저를 제외한 피해자들이나 아니면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 ]
이런 식으로 B 씨 일당은 청년들의 신상과 금융 정보를 확보하자 바로 돌변했습니다.
[이현정/가명·26세 : 장기적출 당하고 싶느냐. 집도 다 알고 너희 부모님도 다 아는데… ]
[정재연/가명·29세 : (B 씨에게) 007가방 같은 게 있었는데 칼이 여러 개가 있는 거예요. 너무 무섭더라고요. ]
이 여성은 이곳에 끌려와 강제로 문신까지 당했습니다.
[정재연/가명·29세 : (저를) 끌고 갔죠 가기 싫다고 해도 계속 데려가서 눕혔어요. 억지로. 장난감 다루듯이…. (문신하는데) 5시간은 걸린 것 같고요. 제발 그만해달라고 마지막에는 제가 빌었죠. ]
B 씨 일당도 경찰에 구속되면서 일단 범행은 중단됐지만, 청년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빚과 마음에 큰 상처가 남았습니다.
[이현정/가명·26세 : 대출 받은 것까지 합쳐 어림 잡아 1억 5천만 원 정도돼요. 직장도, 잃고 집도 잃고, 절망스러웠죠. ]
[정재연/가명·29세 :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에 혹한 게 맞는 거 같고요. 그 무서움을 몰랐던 거 같아요. '왜 이렇게 멍청했지'라는 생각이 매일 같이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