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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이런 게 논란이 된다는 게 놀랍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처리 왜 신뢰 얻지 못하나

179명의 희생을 낳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사고조사위원회 조사와 경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 중이지만 속도는 매우 더딥니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NTSB도 블랙박스 분석과 엔진 조사 등에 참여하고 있는데, SBS 취재진이 수십 년간 항공 사고를 조사한 전직 NTSB 조사관들과 미 항공청 관계자들에게 무안공항 참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35년 넘게 미국 항공청 FAA와 교통안전위원회 NTSB에서 항공사고를 조사해 온 제프 구제티, 179명이 숨진 핵심 요인은 조류 충돌도, 동체 착륙도 아니었고, 방위각 시설이 콘크리트 둔덕 형태로 활주로 끝을 막고 있던 탓이었다고 분명하게 지적했습니다.

조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조종사는 동체 착륙까지 완벽하게 해냈다는 겁니다.

[제프 구제티 / 미국 항공청 전 사고조사국장 : 500피트 상공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했는데, 그 상태에서 항공기를 지상에 착륙시켰다는 건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비행이었습니다. 동체 착륙을 아주 잘 해낸거죠. 정말 비극적인 건,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장벽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 장벽만 없었더라면, 제 생각에는 그 사고로 아무도 사망하지 않았을 겁니다. 왜 그렇게 크고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든 다음 그 위에 안테나를 설치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활주로 안전구역의 내부든 외부든 관계없이, 활주로 끝단에는 절대 단단하고 움직이지 않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2,500건이 넘는 항공사고를 다뤄온 그레고리 페이스 NTSB 전 조사관도 이 방위각 시설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특히 과거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문제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그레고리 페이스 /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전 사고 조사관 : 사고 소식을 듣고 영상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건,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흙 제방 위에 설치돼 있었 다는 점 이었습니다. 저는 과거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발생한 보잉 747 사고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 사고에서도 거의 동 일한 구조물이 있었어요.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지탱하는 콘크리트 기둥이 있었고, 그 위 가 흙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이륙 중이던 항공기는 활주로 끝에서 너무 늦게 이륙했고, 상승 중 꼬리 부분이 그 제방을 들이받으면서 항공기 후미가 찢겨져 추락했습니다.]

지난 1999년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가 공항 내 구조물과 충돌한 사고도 있었는데, 25년여 전인 그때 이미 '부러지기 쉬운 구조물 전환'이 권고되면서 전 세계 표준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했을 때, 이 콘크리트 둔덕 방위각 시설이 '부러지기 쉬운 구조물' 표준의 적용을 받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안에 있냐, 밖에 있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저희 무안공항 쪽은 그런 범위 밖에 있었기 때문에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그런데 두 전문가들은 이런 논쟁을 벌인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또, 이번 사고의 법적 책임 여부와 별도로, "규정을 따랐다 해도 그 결과가 참사였다면, 그 규정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프 구제티 / 미국 항공청 전 사고조사국장 : 저는 공항 측이 보다 강력하고 실질적인 야생동물 저감 프 로그램을 운영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착륙 시점에 공항 주변에 새들이 몰리지 않도록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됐 어야 했습니다. 이 공항이 철새 이동 경로에 위치해 있고, 이전에도 대규모 조류 출현을 겪은 적이 있다는 사 실을 알 고 있었다면 더욱 그랬어야죠. 제가 관여했던 모든 사고들에서, 늘 이런 비판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왜 새들을 쫓거나 탐지하기 위한 조치를 충 분히 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지적이 빠지지 않았죠.]

그리고 저희가 인터뷰한 전문가들 모두 사고 조사가 끝나기 전이라도 필요한 개선 조치는 바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레고리 페이스 /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전 사고 조사관 : 우리는 (조사가 완전히 끝날) 2년 후가 아닌, 지금 당장 항공 안전을 개선해야 합니다.]

지난 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발생한 여객기-헬기 충돌 사고 직후 미 NTSB는 항공청을 향해 한 달 만에 3건의 긴급 안전 권고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하트 /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전 위원장 : 시급히 고쳐야 할 문제가 있을 경우 즉시 보고서를 작성해 권고를 내립니다. 조사 중에 문제가 발견되면'이건 심각한 문제 다'라고 판단하고, 1년 뒤 최종 보고서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보는 거죠.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안전 권고를 내 립니다. 또한, NTSB는 자신들의 조사 과정을 매우 투명하게 공개하 려고 노력합니다. 대중이 이 조사가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절차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죠. 가능한 한 자신들이 확인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유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 10년간 보고서를 작성한 항공사고 16건을 분석해보니 국토부를 상대로 안전 권고를 한 건 3건에 불과했습니다.

국토부 장관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지휘, 감독하고 인사와 예산권까지 행사하다보니 독립성 문제가 수시로 도마에 오릅니다.

[제프 구제티 / 미국 항공청 전 사고조사국장 : 그게 바로 NTSB가 미국 교통부(DOT)에서 독립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과거에 NTSB가 FAA에 안전 권고를 하려 했던 사고 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FAA는 "우리를 망신주지 말아 달라. 우리는 같은 식구니까 내부적으로 처리하자"고 했어요. 그러나 실제로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고, 이후 에도 유사 한 사고들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이런 상황은 절대 있어서 는 안 됩니다. 진정으로 독립적인 조사기관이라면, 자신이 소속된 정부를 상대로도 거리낌 없이 안전을 위한 권고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 산하에 있던 미 NTSB도 이런 문제 때문에 지난 1975년 대통령 직속 기구로 분리됐습니다.

[크리스토퍼 하트 /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전 위원장 : 항공사고의 많은 경우, 규제기관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또 는 하지 않았는지가 사고 발생의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그 사 고가 규제기관의 조치 부족이나 미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스스로 그런 잘못을 보고서에 담으려 하지는 않겠죠 .]

조사 기구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제도 개선을 선제적으로 지적하고 이행상황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조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도 필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제프 구제티 / 미국 항공청 전 사고조사국장 : 미국에서는 NTSB가 조종실에서 녹음된 전체 녹취록 을 공개 하고 인터뷰한 사람들의 녹취록과 인터뷰 진술서도 전부 공개합니다.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을수록 더 좋다 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조사 과정이 더 투명하고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조종실 음성 녹음을 전부 공개하고, 전문가 인터뷰 내용도 텍스트로 공개합니다.

국민이 조사 과정을 따라갈 수 있어야, 조사의 신뢰도도 높아집니다.

[그레고리 페이스 /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전 사고 조사관 : 미국에서는 '확인된 사실'은 조사 중이라도 국민에게 공개합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새롭게 밝혀진 정보도 함께 공개해, 지 금까지 어떤 작업이 이뤄졌고, 앞으로 무엇이 남았 는지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확인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 과정에서 다른 전문가들의 도움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제프 구제티 / 미국 항공청 전 사고조사국장 : 항공사 조종사들과 해당 조종사 노조가 사고 조사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은 자사 항공기의 운 항 방식 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사고조사위원회에 많은 지식 과 정보 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항공사 자체가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항공사의 조종사 노조와 정비사 노조도 참여 합니다. 다른 항공사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 고를 낸 항 공사에 갑니다. 이 방식은 조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 고, 조사관들이 원인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보잉이나 정부 같은 다른 당사자의 주장에 반박할 수 있는 '다른 목소리'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관점이 균형을 이루는 조사 구조를 가능하게 합니다.]

진실을 제대로 밝혀야 하고, 그 진실은 독립적인 시스템 안에서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었습니다.

[그레고리 페이스 /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전 사고 조사관 : 우리는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길 바랍니다. 그들의 죽음이 잊히지 않고 항공 안전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취재 : 엄민재, 하정연, 영상취재 : 김학모, 주용진, 조창현, 영상편집 : 원형희,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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