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지난 2월 공개된 <보물섬>은 꾸준한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최근 12.7%의 시청률을 기록한 화제작이다. 마치 안정적인 흥행작의 교본을 보여주듯 인기와 화제성 모두 알뜰히 잡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상파에서부터 OTT까지 각종 매체의 콘텐츠들이 피 터지는 각축전을 벌이는 지금 <보물섬>의 성공은 단순한 시청률 이상의 의미가 있다.
<보물섬>의 인기 요인을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작품은 과거를 수놓았던 한국 드라마의 유산을 영리하게 이어받아 화려하게 변주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성공한 K-드라마의 계보를 이으며 그 속의 재미 요소를 다시 재현한다는 점에서 <보물섬>을 뜯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래부터 <보물섬>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나온다.

우선 <보물섬>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이야기 구조를 뼈대로 한다. 그것은 '복수'와 '성공'의 스토리다. 복수와 성공의 콤비는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먹히는 조합이다. 다만 그것이 '재벌'과 관련이 있다는 점, 계층 사다리의 아래에 놓인 주인공의 비상을 다룬다는 점은 한국에서 특히 사랑받는 작품의 특질이다.
재벌가에 속하지 않는 주인공이 재벌가에서 무시를 이겨내고 자기 능력만으로 인정받으며 정적을 밟고 일어서는 서사. 이토록 짜릿한 스토리는 한국의 스테디셀러다. 이는 마찬가지로 유사한 이야기 구조를 지닌 <재벌집 막내아들>(2022)이 당시 공전의 히트를 쳤던 것을 상기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좋은 재료라고 해서 늘 좋은 요리가 나오지는 않는 법. 이런 이야기가 이미 많이 소비되었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보물섬>은 이 같은 소재를 맛있게 변형한다. 주인공 동주(박형식)는 복합적인 구도의 한가운데에 섰다. 그는 차강천 회장(우현)의 신임을 받고 과거의 연인 은남(홍화연)을 되찾고 싶어 하면서 대산가와 염가네의 다양한 인물과 대적한다. 복잡한 실타래를 하나둘 풀고 이어가며 자신의 목적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는 동주의 모습은 쾌감을 끌어내는 주요한 동력이다. 그러니까 그는 단순히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 안에서 그것들을 조율하고 재배치하며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늘 지루하고 변화무쌍한 인간관계를 해결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의 우리와도 닮았기에 공감을 자아낸다.
동주의 복수는 '부활'의 수준으로 승격된다. 사고를 당한 동주는 천운으로 되살아나 돌아온다. 말 그대로 부활이다. 그리고 그는 서서히 기억을 되찾으며 복수의 대상을 재설정한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것 같은 연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것은 사라진 후 되돌아와서 다른 인물인 척 연기하며 복수를 수행하는 <아내의 유혹>(2008)과도 닮았다.

마지막으로 동주는 출생의 비밀까지 있다. 한때 한국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은 단골 코드였다. 대표적으로 <웃어라 동해야>(2010), <최고다 이순신>(2013) 등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나, 막장 드라마 계보에 속한 수많은 통속극이 반전과 쾌감을 자아내는 열쇠로 출생의 비밀을 활용했다. 하지만 이런 코드가 너무 자의적으로 활용되고, 지나치게 남발되는 탓에 시청자의 피로도를 높인다는 비판이 일면서 이런 경향은 수그러들었다.
<보물섬>은 과감하게 과거의 전통을 다시 가져온다. 동주의 친부모가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드라마의 중후반을 이끈다. 하지만 이 작전은 지루함이나 피로함 대신 시청자의 흥미를 자아낸다. 이것은 '출생의 비밀' 코드를 활용하는 작품의 전략 덕분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