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 등 국회 탄핵소수단이 앉아 있다.
헌법재판소가 오늘(4일)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12·3 비상계엄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원 끌어내기', '정치인 체포 지시' 등 핵심 의혹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측의 '완패'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헌재는 오늘 공개한 17쪽의 선고 요지, 114쪽의 결정문(별지 포함)을 통해 그간 제기된 절차적·실체적 쟁점에 관해 요목조목 따졌습니다.
선고 요지의 많은 부분이 "피청구인은 OO라고 주장합니다"로 시작해 "그러나 OO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로 윤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는 구조로 쓰였습니다.
헌재는 먼저 12·3 비상계엄의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검토했습니다.
국회의 소추의결서에 적힌 첫 번째 소추사유였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른바 '줄 탄핵', 예산삭감, 선거부정 의혹 등으로 계엄선포 직전 한국 사회가 헌법상 계엄선포 요건인 '국가비상사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국가긴급권을 행사할 정도의 위기로 볼 수 없을뿐더러 병력을 투입할 필요도 없었고 계엄의 절차적 요건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의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국무회의 심의가 없었던 셈이고, 국무총리·국무위원의 부서, 계엄사령관 공고, 국회 통고도 모두 없었으므로 절차적 요건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포고령 1호도 헌법 위반이 인정됐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포고령이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제 실행할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윤 대통령이 '야간 통행금지 조항'이 국민에게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며 삭제했던 사실과 '집행 계획이 없었다'는 주장이 상호 모순적이고, 굳이 형식을 갖추려 포고령을 발령할 필요는 없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회에 군과 경찰을 투입했다는 소추사유도 파면의 핵심 근거가 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봉쇄하거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윤 대통령이 직접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했고 경찰이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한 점, 윤 대통령이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점을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정치인·법조인에 대한 체포 시도가 있었는지도 많은 이목을 끈 소추 사유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하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직접 홍 전 차장을 '내란 몰이의 시작'으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홍 전 차장의 진술을 사실로 인정하고 최소한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한동훈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는 있었다고 봤습니다.
헌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이를 지시했으며 윤 대통령의 관여를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부당하게 압수수색했다는 소추사유도 위헌으로 인정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적법한 계엄 사무였고 선거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는데, 헌재는 당시 선관위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으므로 계엄사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변론 내내 '야당의 횡포'를 계엄의 사유로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국민 호소용 계엄', '단시간·평화적 계엄'이었다고 강조했으나 헌재는 윤 대통령 주장을 대부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결정문 마지막에 "피청구인이 이 사건 계엄의 목적이라 주장하는 '야당의 전횡에 관한 대국민 호소'나 '국가 정상화'의 의도가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에 헤아릴 수 없는 해악을 가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해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고 끝맺었습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