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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몰래 녹음한 폭언 근거로 교사 정직 처분, 위법 아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사진=서울고등법원 제공,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자녀 가방에 몰래 넣은 녹음기에 녹취된 교사의 폭언을 근거로 해당 교사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린 건 정당하다는 고등법원 2심 판단이 나왔습니다.

징계 취소 결정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입니다.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김경애 최다은 부장판사)는 어제(3일) 교사 A 씨가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녹음파일이 현출 되지(드러내지) 않은 징계 절차에서 해당 발언을 모두 인정했다"며 "설령 녹음파일을 들었기 때문에 징계 절차에서 자신의 발언을 인정했다고 해도 그런 사정만으로 원고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피해 아동의 진술, 신고 상담 내용 등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다른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A 씨가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공개된 교실에서 여러 학생이 있는 상황에서 한 원고의 발언은 교사가 학생에 대한 지도·교육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정당한 훈육 수준을 넘어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며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였던 A 씨는 2018년 자신의 반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학교 다닌 것 맞아?" 같은 발언을 해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어 서울시 교육감은 A 씨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했습니다.

앞서 학생의 부모는 자녀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킨 후 이 같은 내용의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1심은 '사인 간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대화 내용을 징계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를 감안하면, 녹음파일이 징계 절차의 직접 증거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도 A 씨가 징계 사실을 인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녹음파일을 분명히 배제하지 않은 채 존재와 내용을 참작해 이뤄진 징계양정은 그 자체로 타당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정직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습니다.

한편, 해당 녹음파일은 A 씨의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형사재판 1·2심에서 유죄의 근거로 인정됐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월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A 씨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의 상고로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사진=서울고등법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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