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영업자들 힘들다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근 들어선 이들이 한계에 몰린 걸 넘어서서 아예 무너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정치적 불안과 통상 전쟁 같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인데, 오늘(31일)부터 이틀에 걸쳐 이런 자영업자들의 위기를 연속해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특히 더 상황이 심각한 지방 자영업 상황을 권영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아 '대구의 심장'으로 불렸던 동성로입니다.
[동성로 상인 : 주말에도 원래 막 진짜 사람들이 치일 정도로 여기가 바글바글했는데 주말에도 요즘은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동성로 한복판 4층짜리 건물은 통째로 비었고, 언제부터 문을 닫았는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가가 여럿입니다.
이 곳에서 45년째 잡화를 파는 상인에게 요새 경기를 물었더니 자포자기 반, 울분 반인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김성희/대구 동성로 45년째 장사 : 옛날하고 지금 하고는 어떻게 비교를 못 한다. 그냥 꽝이야. (지금은 꽝이다?) 그냥 꽝이다.]
점심 시간이 지날 때까지 마수걸이조차 못 하는 날이 많다고 했습니다.
[김성희/대구 동성로 45년째 장사 : 요즘은 손님이 2시에 올지, 1시에 올지, 5시에 올지 계산이 안 나와. (오늘 몇 명 왔습니까?) 오늘 딱 한 명 왔어요. (지금 4시가 넘었는데요?)]
최후의 향토 백화점이었던 대구백화점이 약 4년 전 폐점한 이후 동성로 상권 붕괴는 가속화했다고 합니다.
[홍영길/고깃집 운영 : 옛날에는 여기 한두 바퀴, 세 바퀴 이렇게 (손님들이) 돌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뭐 한 바퀴도 못 돌 때도 많죠.]
지역 내 총생산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25%로,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대구는 지방 자영업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간이과세 대상인 영세 자영업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고, 제 살 깎아 먹기 경쟁 속에 자영업 폐업률은 전국 1위,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전국 평균의 2배에 달합니다.
[김영수/카페 운영 : (자영업이랑) 아파트랑 상황이 비슷해요. 대구에는 이제 공급이 워낙 많아져 버리니까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 있는 상태인 거고, 프랜차이즈 하시는 분들도 워낙 많으니까 이게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돼 버리는 거죠.]
정도의 차이일 뿐, 자영업자들의 비명은 지방 도시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김 모 씨/대전 대형 프랜차이즈 점주 : (예전에는) 관리만 했죠. 저는 관리하고 애들 아르바이트 면접 보고 그런 것들을 해오다가 이제는 안 되니까 저도 이제 인건비 감당하기 위해서 (일에) 끼어들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된 거죠.]
대구, 대전, 부산 등 대다수 지방 광역시의 상가 공실률이 서울 평균의 2배에 육박하는 건 한계에 달한 자영업의 위기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주원/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자영업자 비중이 높을수록 자급자족이 안 된다는 게 지방의 가장 큰 문제거든요. 자영업이 안 되면 소비가 안 되고 또 자영업이 안 되고 이런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질의 임금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 유치와 육성이 부진했던 결과, 지역 내 소비 기반 축소와 과당 경쟁으로 인한 자영업 수익성 저하라는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지방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김민철, 영상편집 : 정용화, 디자인 : 이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