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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소년 계정에 뜨는 콘텐츠들...극단적 여성혐오 이끄는 알고리즘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We Underestimate the Manosphere at Our Peril, by Rachel Louise Sny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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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첼 루이스 스나이더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에 글을 기고한다.
 

지난해 더블린시티대학 연구진은 한 충격적인 현상에 관한 보고서를 냈다. 젊은 남성의 소셜미디어 피드에 뜨는 남성우월주의 영상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다. 학부모, 교사, 정책 당국이 위험 신호를 감지해야 할 만한 이야기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의 권위주의 분위기 속에 젠더 간 분열의 골이 깊어지고 젊은 남성의 보수화가 눈에 띄게 진행되는 가운데, 이런 이야기는 이제 미래를 위한 경고가 아닌 현재에 대한 진단처럼 들린다.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가짜 10대 소년 계정을 만들어 틱톡이나 유튜브 피드에 여성혐오 내용을 담은 영상이 얼마나 빨리 뜨게 되는지 살펴봤다. 대조군을 제외한 한 집단은 '게임(gaming)'이나 '헬스장 팁' 같은 남성들이 자주 쓸 법한 검색어를 사용하고, 또 다른 집단은 더욱 극단적인 반페미니즘, 남성우월주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검색하도록 했다.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기반으로 하는 남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일컫는, 이른바 '마노스피어(manosphere)'에는 젊은 남성의 불안감을 착취해 수익을 올리는 인플루언서 앤드류와 트리스탄 테이트 형제의 영상 따위가 뜬다. (테이트 형제는 현재 루마니아와 영국, 미국에서 민형사 재판에 얽혀있지만,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연구진이 만든 가짜 16세 소년의 틱톡 계정에는 9분도 채 안 돼 노골적인 반페미니즘, 반 성소수자 영상 콘텐츠가 뜨기 시작했다. 남성이 이 사회에서 갖고 있던 지위를 잃어버린 것은 여성과 트랜스젠더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23분이 지나자 더 극단적인 콘텐츠가 뜨기 시작했다. 반동적 우익 논평과 엮은 남성우월주의 영상이 뜨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두세 시간 정도였다.

실험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자 마노스피어에 조금의 관심이라도 보인 계정(이를테면 한 영상을 끝까지 시청한 계정)에는 '추천(For You)' 탭의 78% 이상이 알파메일, 반페미니즘 콘텐츠로 채워졌다. 페미니즘이 너무 멀리 갔다, 여성들이 남성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여자는 일하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등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대다수였다.

연구진을 이끈 캐서린 베이커는 이런 콘텐츠가 신체를 둘러싼 젊은 남성의 불안감(단련된 신체를 숭배하는 계정이 대다수였다)과 미래, 관계에 대한 불안감을 파고들기 때문에 효과적이라고 평가한다. 성공하려면 취약한 부분을 보여서는 안 되고, 부와 선명한 복근, 사회, 정치, 문화적 지배력이 필요하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마노스피어 계정 다수는 공공연하게 여성이 남성에 종속되고 지배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앤드류 테이트는 여자친구가 내가 다른 여자와 바람피우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때가 바로 여자친구를 때리고 학대하기 시작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딸을 낳는다면 딸의 남편감은 자신이 고를 것이고 "응당 그래야 하는 것처럼 스물한 살에 임신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젊은 여자들이 인생의 파트너를 스스로 골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영향력은 온라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캐서린 베이커는 "이런 종류의 마노스피어, 주변부의 이데올로기가 과거보다 훨씬 큰 플랫폼을 통해 주류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원격교육 기관 오픈 대학교에서 나온 연구에 따르면, 7,8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여성 응답자의 15%가 온라인상에서 폭력을 경험했고, 13%는 그것이 물리적인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는 미국 47개 주에서 여성혐오 온라인 콘텐츠를 추적한 결과, 온라인 여성혐오와 가정폭력 사례가 지리적으로 겹치는 부분을 밝혀내기도 했다.

아메리칸대학교의 양극화 및 극단주의 연구 혁신 연구소(Polarization and Extremism Research and Innovation Lab)를 설립한 신시아 밀러 이드리스는 온라인 폭력이 현실 세계의 폭력으로 이어지는 궤적을 연구해 당국과 교사, 학부모를 위한 디지털 문해 교육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들은 이런 교육을 초등학교 단계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는 구조적으로 아이들을 늑대에게 던져두고 알아서 늑대를 발견하고 살아 나오기를 기대하는 수준"이라며 "아이들이 뭘 보고 있는지를 아이들과 부모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더 나은 도움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넷플릭스 신작 "소년의 시간(Adolescence)"은 이런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드라마에서 13세 소년 제이미 밀러는 동급생 소녀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제이미의 부모는 선량한 사람들이고 아이에게도 관심이 많지만, 자신들이 애써 외면해 온 것 때문에 고통받게 된다. 아버지는 아들을 강하게 키우려고 아들이 힘들어하는데도 스포츠를 강요한다. 아들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나 인터넷이 얼마나 빨리 사악한 공간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는다. 제이미의 부모는 아들에게 컴퓨터와 헤드셋을 사주고도 아들이 집에, 자기 방에 있으니 안전하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부모가 이와 비슷하다. 아이가 집에 있으면, 아이를 가까이 두면 안전하다고 믿는다. "소년의 시간"은 픽션이지만, 이렇게 순진하고 단순한 합리화를 잘 드러내고 있다.

현재 의회에는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소셜미디어 사용에 제한을 두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최소 네 개 올라가 있다. (알고리즘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곤란한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자동차, 장난감, 화학물질, 술 등 어린이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규제하고 있다. 온라인 생태계 청소를 더 지체한다면 이는 의회의 배임 행위다.

한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어둠의 '테크 브로'들이 활개를 치면서, 여성의 건강과 안전, 자율성, 성취, 일을 다루는 사이트들이 사라지고 있다. 여성폭력방지국 웹사이트에 따르면, 2025년의 모든 자금 지원 계획이 철회됐다. 백악관 산하 젠더 정책위원회도 해산했다. 가정폭력에 대응하는 기관들은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파산하는 중이고, 10대 데이트 폭력, 인신매매, 스토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방 기금 수백만 달러도 동결됐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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