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에 벚꽃이 피어있다. 창원시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산불이 장기화하는 점 등을 고려해 이날 개막식을 하는 올해 진해군항제를 축소 개최하기로 했다.
내수 부진과 정치적 불안, 그리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봄철 지역경제 회복의 기대 요인이었던 ‘벚꽃 특수’는 산불과 정치 불안으로 사실상 사라졌고, 다음 달부터는 미국발 상호관세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어서 2분기 경제 전망도 어두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경제에 ‘긴급 수혈’ 역할을 할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마저 정치권 공방 속에 표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지난 29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0.6% 줄었고,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0.8% 감소했습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93.4로, 2월(95.2)보다 1.8포인트 떨어졌으며, 계엄 이전인 지난해 11월(100.7)과 비교해도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카드 매출도 대부분 업종에서 감소했습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카드 매출은 12조 7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2천200억 원, 1.8% 줄었습니다.
정치적 불안정도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미뤄지면서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고, 전국 곳곳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잇따르는 등 사회적 갈등도 격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산불 피해까지 겹치면서 지역 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북동부 5개 시·군으로 확산되며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냈습니다.
29일 오후 8시 기준, 30명이 숨지고 6천800여 명의 주민이 대피했습니다.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166배에 달하는 4만 8천238헥타르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시설물 피해는 주택 2천996채, 농업시설 1천142곳 등 총 4천801곳으로 추정되며, 보물로 지정된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 등 문화재도 화재로 소실됐습니다.
정치 불안과 국가적 재난이 겹치면서 봄나들이 수요도 크게 줄어들어, 지역경제와 내수 회복 모멘텀은 다시 꺾인 모습입니다.
2분기 경제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부터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통상 마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이 고세율이 적용될 수 있는 ‘더티 15’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에 더해, 4월 3일부터 모든 외국산 자동차와 핵심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산 자동차는 대미 수출 1위 품목이어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관세 대상에 자동차가 포함되면 대미 수출에 직접적인 충격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기획재정부 역시 3월호 ‘그린북’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수출 증가세 둔화와 심리 위축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경제 회복의 마중물이 될 추가경정예산 논의는 정치권 공방 속에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여야 모두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추경 편성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세부 논의에서는 이견이 이어지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추경의 효과는 ‘속도’에 달려 있는 만큼, 정치권 논의가 길어질수록 경기 부양 효과도 반감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일각에서는 추경보다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통한 대응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