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턱 끝까지 번진 불길…교도소선 호송차 · 전세버스 분주

"급한 대로 문화재 몇 점 챙겨 승려들과 몸을 피했습니다. 부디 불길이 사찰까지 번지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해 나흘째 확산 중인 산불이 25일 안동을 지나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을 덮치면서 공원 입구를 지키는 천년고찰 대전사 턱끝까지 불길이 매섭게 치솟았습니다.

대전사는 통일신라시대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찰은 화선으로부터 불과 1km 떨어진 곳에서 아슬아슬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찰 내에 자리한 보물 제1570호 보광전 역시 손쓸 틈도 없이 불길 속에 덩그러니 고립돼 있습니다.

강풍을 타고 날아든 불길이 마치 '도깨비불'처럼 순식간에 주왕산 수십∼수백ｍ 건너까지 옮겨 붙자 공원은 조선 후기 불화 '주왕암 나한전 후불탱화' 등 문화재 6점을 반출했습니다.

이어 대전사를 지키던 승려 3명도 함께 인근 숙박시설로 급히 몸을 피했습니다.

대전사 주지 법일스님은 "부피가 커 미쳐 가지고 나오지 못한 문화유산도 있어 애가 탄다"며 "피해가 없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공원 관계자 약 10명은 국립공원 사무실에 상주하며 진화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불길이 지속해 번지면서 주왕산 국립공원 일대 도로와 상점 등 진입로도 순식간에 통제됐습니다.

공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잠깐 볼일 보러 나온 사이에 산에 불이 났다고 해서 식당에 가보려고 했는데 통제돼 들어가지 못했다"며 "일단 피신했다가 내일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대규모 수용자 이감 절차가 시작된 경북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 일대 역시 메케한 연기가 자욱하게 대기를 메우고, 산등성이에는 붉은 화선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었습니다.

경북북부제1교도소 인근 도로에는 재소자들이 탄 것으로 보이는 법무부 호송 버스가 부리나케 오갔고, 전세버스 등 대형 버스와 소방차도 교도소 안으로 속속 들어가는 등 분주한 모습입니다.

교정 당국은 산불이 확산하자 경북북부교정시설 4개 기관에서 수용자 2천700여 명에 대한 이감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