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과 농협조합에서 총 2천억 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부당 대출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습니다.
882억 원에 달하는 기업은행 부당 대출에는 전현직 임직원 부부와 동기, 친인척, 거래처에서 20여 명이 줄줄이 연루됐고, 관련자들이 대거 금품과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전현직 임원 4명에게 고가 사택 제공 셀프 승인 등으로 임차 보증금 총 116억 원을 제공했다가 적발됐습니다.
금감원은 오늘(25일) 이런 내용의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 거래에 관한 최근 금감원 검사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기업은행 현장 검사 과정에서는 전현직 임직원과 그 배우자, 친인척, 입행 동기와 사적 모임, 거래처가 연계돼 토지 매입, 공사비, 미분양 상가 관련 58건, 882억 원 상당의 부당 대출이 적발됐습니다.
기업은행에서 14년 일하다 퇴직한 A 씨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법무사 사무소 등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2017년 6월부터 7년간 역시 기업은행에 다니는 자신의 배우자와 입행 동기, 사모임, 거래처 관계 등을 통해 친분을 쌓은 임직원 28명과 공모하거나 도움을 받아 대출 관련 증빙이나 자기 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 51건, 785억 원의 부당 대출을 받았습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지난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기업은행 한 지점장과 A 씨의 배우자인 심사센터 심사역은 A 씨가 허위 증빙 등을 이용해 쪼개기 대출을 통해 자기자금 없이 대출금만으로 토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64억 원의 부당 대출을 취급·승인했습니다.
A 씨의 배우자는 2020년 9월 사업성 검토서상 자금 조달 계획을 허위로 작성해 지식산업센터 공사비 조달 목적의 여신 59억 원을 승인했고, 지점장과 다른 심사역도 이를 묵인한 채 대출을 취급·승인했습니다.
A 씨는 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의 사모임 5개에 참여하고, 다수 임직원에게 골프 접대를 제공하는가 하면 일부 임직원 배우자를 직원으로 채용했습니다.
기업은행 부당 대출 관련자 8명은 배우자가 A씨가 실소유주인 업체에 취업하는 방식 등으로 15억 7천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있고, 부당 대출 관련 임직원 10명을 포함해 23명이 국내와 필리핀 등 해외에서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고 금감원은 밝혔습니다.
기업은행의 2월 말 현재 부당 대출 잔액은 535억 원으로, 이 중 17.8%인 95억 원이 부실화됐고, 향후 부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금감원은 내다봤습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지난해 8월 A 씨와 입행 동기의 비위 행위 제보를 받고 9∼10월 자체 조사를 통해 여러 지점과 임직원이 연루된 부당 대출, 금품 수수 등 금융 사고를 인지했지만,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고, 사고 은폐·축소를 시도하고 조직적으로 검사를 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오늘 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기록 삭제 정황이나 관련자 간 대화를 봤을 때 은행 차원에서 조직적 은폐의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검사를 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해하거나 삭제하는 부분은 굉장히 심각한 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이번 사건으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감원 지적 사항을 포함해 업무 프로세스, 내부 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책을 조만간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농협조합에서는 2020년 1월부터 5년간 10년 이상 조합 등기 업무를 담당한 법무사 사무장 B 씨가 조합 임직원과 인맥을 바탕으로 준공 전 30세대 미만 분양 계약은 실거래가 신고 의무가 없는 점을 악용해 매매 계약서 등을 변조하는 수법으로 392건, 1천83억 원의 부당 대출이 실행됐다고 금감원은 밝혔습니다.
농협조합은 매매 계약서와 등기부등본상 이상 징후가 다수 있었는데도 대출 심사 시 계약서 원본과 계약금 영수증, 실거래가 등 확인을 소홀히 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습니다.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임차 사택 제도를 운영하면서 전현직 임원 4명에게 총 임차 보증금 116억 원에 달하는 고가 사택을 제공하면서 사택을 제공받은 임원이 스스로 자신의 거래를 승인하거나 사택 임차를 가장해 개인 분양 주택 잔금 납부를 목적으로 한 임차 보증금을 지원하다 적발됐습니다.
이 수석부원장은 "가상자산 사업자 검사 과정에서 임차 사택 제도가 원래 제도 취지와 다르게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 악용된다는 것을 인지했다"라면서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는 금융권에 적용되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이 부분과 관련해 인식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저축은행 부장이 PF대출 26억 5천만 원 상당을 부당 취급하고, 금품 2천140만 원을 수수한 사례와 여신전문금융회사 투자부서 실장이 법규상 규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친인척 명의로 3개 법인을 설립하고, 자신을 법인의 사내이사로 등기한 뒤 25건, 121억 원에 달하는 부당 대출을 시행하고, 특정 렌탈업체 관련 연계 대출에 투자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앞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 대출 730억 원을 취급한 우리은행은 일부 직원이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업체에 재취업한 사실도 적발됐다고 금감원은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사는 대체로 윤리나 복무규정 등 내규를 통해 이해 상충 방지 의무를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등 내부 통제 절차의 구체성과 실효성이 부족하다"면서 "이해관계자 등 관련 부당 행위가 발생하면 평판 저하를 우려해 사고를 축소하거나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하는 경향마저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금감원은 위법·부당 행위를 엄정 제재하고 범죄 혐의는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한편, 이해상충 방지 등을 위한 내부 통제 실태 점검과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